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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귀차니스트 그러려니스트</title>
    <link>https://hunihani.tistory.com/</link>
    <description></description>
    <language>ko</language>
    <pubDate>Mon, 15 Jun 2026 00:13:28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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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tl>100</ttl>
    <managingEditor>살아남자</managing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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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2026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title>
      <link>https://hunihani.tistory.com/153</link>
      <description>&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458&quot; data-origin-height=&quot;702&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exYJAO/dJMcacXw2B2/awIx6xPxP0Ke1bvvoR8CF1/img.jp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exYJAO/dJMcacXw2B2/awIx6xPxP0Ke1bvvoR8CF1/img.jp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exYJAO/dJMcacXw2B2/awIx6xPxP0Ke1bvvoR8CF1/img.jp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exYJAO%2FdJMcacXw2B2%2FawIx6xPxP0Ke1bvvoR8CF1%2Fimg.jp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458&quot; height=&quot;702&quot; data-origin-width=&quot;458&quot; data-origin-height=&quot;702&quot;/&gt;&lt;/span&gt;&lt;/figure&gt;
&lt;/p&gt;
&lt;div style=&quot;background-color: #ffffff; color: #000000; text-align: start;&quot;&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목차&lt;/h2&gt;
&lt;/div&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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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div&gt;
&lt;div&gt;
&lt;ul style=&quot;list-style-type: disc;&quot; data-ke-list-type=&quot;disc&quot;&gt;
&lt;li style=&quot;color: #595959;&quot;&gt;수상작&lt;br /&gt;임솔아 사랑보다 조금 더 짙은 얼굴 9&lt;br /&gt;&lt;br /&gt;수상작가 자선작&lt;br /&gt;임솔아 금빛 베드 러너 39&lt;br /&gt;&lt;br /&gt;수상후보작&lt;br /&gt;김혜진 관종들 73&lt;br /&gt;박솔뫼 사과 105&lt;br /&gt;서장원 상어 133&lt;br /&gt;이미상 일일야성一日野性 157&lt;br /&gt;임 현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193&lt;br /&gt;&lt;br /&gt;심사평&lt;br /&gt;강동호 사랑 이후의 삶 229&lt;br /&gt;김지연 사랑의 글쓰기 234&lt;br /&gt;백지은 더 짙은 소설들 237&lt;br /&gt;서희원 위안의 시간 242&lt;br /&gt;안보윤 아름답고 기이한 245&lt;br /&gt;&lt;br /&gt;수상소감&lt;br /&gt;임솔아 빈 진실 249&lt;/li&gt;
&lt;/ul&gt;
&lt;/div&gt;
&lt;/div&gt;
&lt;/div&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사랑보다 조금 더 짙은 얼굴, 임솔아&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언젠가부터 물속에서 헤엄치는 것이 물 밖에서 걷는 것보다 편안해졌다. 물속이 더 위험한 공간이라는 걸 잊은 적은 없었지만, 물에 들어갈 때마다 몸이 이상하면 바로 말을 하자며 서로에게 약속했지만. 위험함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공간. 우리에게는 물속이 그랬다. 우리의 하루하루는 대체로 무던했고 평화로웠다. 격렬하게 싸움을 한적도,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위해 희생을 한 적도, 둘 사이에 이견을 부추길 만한 갈등이 일어난 적도 없었다. 우리는 서로를 위해서 무언가를 포기한 적이 없었다. 다만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하다 여겨지는 많은 것들을 욕망하지 않기로 했다. 윤미와 나는 그것들 함께 포기했다. 포기한 욕망들이 포기한 이후에도 계속 우리 앞에 나타났지만 요일에 맞춰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듯 우리는 버린 것들을 또 버리기 위해 함께 현관문을 열었다. 그런 식으로 우리는 서로를 돌봤다. 그게 더 사랑 같다던, 열일곱의 윤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윤미는 기억도 못 하던 말. 나는 멀찌감치에서 밝게 빛나는 파초 숲의 야광 버섯들을 바라보았다. 한 발씩 다가갈 때마다 더 먼 곳의 버섯이 나타났다. (p36~37)&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처음에는 근미래라는 걸 몰랐다. 당연히. 그래서 열일곱의 노래방? 에서 조금 헤맸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동의되는 부분도 있고 동의하지 못하는 부본도 있었지만 모든 게 '극심'해지던 한 시기를 지난 요즘에 발췌한 저 같은 관계를 지향하는 사람이 꽤 많아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물속이라 부력이겠지만 나는 중력을 생각한다. 조금 더 가벼워진, 지구보다는 달에 가까운, 통 하면 통 하고 뜨고 가라 앉는 통통통.&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금빛 베드 러너, 임솔아&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관종들, 김혜진&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사과, 박솔뫼&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선호는 언제까지 지금 회사에서 일을 할 것인지 동시에 언제까지 카페에서 일을 할 것인지 종종 물었는데 그것은 늘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다음 달이라도 당장 그만둘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면서 꽤 오래 다닐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왜인지 글쎄 당분간은 다니지 않을까 라고 답하게 되었다. 일이 필요하고 돈이 필요해요 세상 모든 사람들처럼 간절하게. 그것이 가장 정확한 답이었는데 정확한 답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도시는 다른 생물처럼 모습을 바꾼다고 말할 수 있을지 애리는 그게 늘 어렵다고 느꼈다. 애리는 그러나 자신이 무엇을 하든 어디에서 살아가든 자신은 잠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선호에게 직접 그런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잠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고 나는 그러한 공간이 있고 그것을 잘 알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바다가 잘 보이게 방에서 아침을 맞이할 때도 언제나처럼 애리의 잠은 단단하고 부드럽게 애리를 지지할 것이다. (p120)&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박솔뫼 작가님의 글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근래에는 더욱 못 읽었지만, 확실히 볼 때마다 문장과 그것이 주는 리듬이 남다른 작가인 거 같다. 그리고 희소한 것이 대체로 그렇듯 귀하다는 느낌? 생각? 같은 게 든다. 이 독특함이 좋네. 물결치는 것 같달까... ㅎ&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상어, 서장원&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나는 대답하지 않고 정연의 옆얼굴을, 내가 한눈에 반했고 지금도 여전히 아름답다고 여기는 뺨과 코와 턱을 바라봤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그러니까, 전남편도 전 애인도 널 때릴 것 같았는데, 난 안 그럴 것 같다는 거야?&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나는 그렇게 물었지만, 묻기 전에도 답을 이미 알고 있었다. 정연이 내게 주눅 들거나 위축되어 있다는 생가을 나는 해본 적이 없었다. 두 사람 중 누군가 눈치를 보고 있다면 차라리 내 쪽이었다. 정연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를 정말 좋아하는지 늘 확인하고 싶어 했으니까.&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그래, 그게 어쨌다는 건데?&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정연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나는 정연의 말에 대꾸하지 않다가 잠시 뒤 물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여긴 사람도 거의 없고, 나랑 단둘이 차에 있고, 나는 무척 화가 났어. 내가 무섭지 않아? 내가 너보다 힘도 세고 더 크고 무겁고, 그리고 그걸 너도 알잖아.&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그만해.&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내가 무섭지 않으냐고 물었어. 대답해.&quot; 나는 말했다. &quot;나를 남자라고 생각하기는 해?&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정연은 한동안 입을 다물고 있다가 나를 바라봤다. &quot;그래서 날 때리고 싶어?&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내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정연의 휴대전화가 요란스럽게 진동했다. 정연은 전화를 받았다. 통화 내용이 내게까지 다 들려왔다. (p148)&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상어를 본 적이 있어요?&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어릴 때 아쿠아리움에 갔었어요. 전에는 상어가 한 번도 무섭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거기서 보고 겁에 질렸죠. 거기서 사온 상어 인형을 침대 밑에 숨겨뒀던 게 기억나네요. 그런데도 인형을 버리진 않았어요. 상어는, 아주 멋졌으니까.&quot; 나는 그렇게 말하며 서핑 중인 성록을 공격하는 거대한 상어를 상상했다. &quot;실제로 만나니 어떻던가요?&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엄청나게 크고 사납더라고요.&quot; 성록은 회상하듯이 잠깐 눈을 감았따. &quot;그리고 아주 멋졌어요. 잘생긴 놈이었어요.&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그래서 다들 상어를 좋아하나 봐요.&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성록은 고개를 끄덕였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상어는 물밑 어딘가에 있어요. 하지만 수면 위에선 도저히 상어에 대해 짐작할 수 없어요. 어디에 있는지, 얼마나 크고 위험한지, 또 얼마나 배가 고픈지. 하지만 서퍼들은 다들 상어를 기대하죠. 한 번쯤 보고 싶어 해요.&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저는 서퍼가 아니에요.&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나는 그렇게 대답해싿. 잠시 뒤 성록은 문을 열고 먼저 방을 나섰다. 리쉬에 매달린 서프보드를 덜그럭거리면서. 그리고 나는 이 곧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걸, 어둡게 넓은 해변으로 나가 내 아내 정연을 만나야 한다는 걸 알았다. (p154~155)&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깔끔하다. 작가님 기질이나 성격이 그러함이 분명하다. '상어'는... 나는 눈이 그리 밝지 않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의미인지 좀 잘 보인다. 분명한 걸 좋아하는 편이라 나는 나쁘지 않은데 눈 밝은 독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내가 눈이 어두워서... ;;;&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일일야성, 이미상&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임현&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 자신을 믿어준 것은 원철이었지, 그 여자가 아니었다. 어디 원철뿐이었을까. 청혜 역시 다르지 않았따. 누구보다 원철을 믿고 의지했었다. 그러니까 그것은 어떤 종류의 믿음이었나. 언제든 멈출 수 있다고 믿었으므로 신앙보다는 가벼웠고, 그걸 누가 먼저 결정하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으므로 평범한 신뢰보다는 두터운 줄 알았다. 적어도 사랑이나 소망에 견줄 정도는 되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원철이 믿고 있던 것은 고작 정혜의 신용이었던 걸까. 한동안 믿음이라는 한 단어가 정혜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매번 긍정적이고 호의적이기만 할 것 같던 그 마음이 왜 이토록 자신을 부끄럽고 비참하게 만드는지에 대해 정혜는 아주 오래 생각해야만 했다. (p208)&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밥이 익어가는 동안 정혜는 민수를 생각했다. 민수의 낡은 빌라에서 맡았던 냄새와 투박하게 깎인 콜라비 한 접시와 정리되지 않은 그 집의 다른 짐들처럼 여전히 식탁 위에 덩그러니 방치되어 있을 올리브나무 화분 같은 것들. 그리고 스물일곱 살, 어느 여름밤에 민수가 &quot;나는 너를 용서할 거야&quot;라고 말했을 때 정혜가 느꼈던 당혹감을 떠올렸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네가 나를? 왜?&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정혜는 자기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느냐고 따지듯이 물었고, 민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없지, 아직은.&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그러나 혹시 있을지도 모를 앞으로의 모든 잘못들에 대해서 민수는 정혜를 미리 용서한다고 했다. 그것으로부터 이전에 없던 감정이 샘솟았던 순간을 정혜는 기억했다. 그러다 금세 &quot;비겁하다, 비겁해.&quot;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고개를 세차게 흔들기도 했다. 지금에 와서 그런 마음들을 떠올리는 자신이 몹시 야비하고 속되게 느껴졌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하지만 한 번 떠오른 기억은 뜻대로 멈춰지지 않았다. 어떤 기억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다른 기억은 불현듯이 떠올랐다가 머릿속에서 오래 머물기도 했다. 끝이 좋았던 건 아니었으나 정혜는 민수와 6년을 만났따. 이십 대를 보내고 삼십 대를 맞이했던 대부분의 시절을 민수와 함께해다. 만나는 동안은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헤어지고 나서는 아쉽고 미안한 일들도 더러 생각이 났다. 한때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민수가 좋았고, 민수를 사랑하는 정혜 자신도 좋았다. 그러니까 그런 마음들은 대체 언제 다 닳아 사라져버린 것일까. 아무 이유 없이 용서를 받는 사람은 무엇으로 그 마음을 돌려줘야 했던 걸까. 사랑하는 마음은 사랑으로, 미안한 마음은 미안함으로, 용서하는 마음은 용서로&amp;middot;&amp;middot;&amp;middot;&amp;middot;&amp;middot;&amp;middot;. 이제 와서 누군가에게 잘못을 따져 물어야 한다면 그것은 언제나 정혜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럼에도 대체 민수의 무엇을 용서해야 했던 걸까.&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그런데 원철아.&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정혜는 갓 지은 밥 냄새를 맡으며 생각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너는 나의 무엇을 미워했길래 나는 네가 이토록 미운 거니. (p210~211)&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이 작가님도 뭔가가 한결 같다는 느낌이다. 많이 읽어보지 않아서 그런 걸까 싶기는 한데... 근데 접해 읽는 작품이 이렇게까지 하나의 결이라면, 뭐 장인이겠거니 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책을 다 읽고, 뭐랄까. 수상작이나 후보작들보다 저번 2026 올해의 문제 소설에서 읽은 조해진 작가님의 '영원의 하루' 생각만 더 난다. 흐음... 내게 큰일은 아니지만 큰일이었으면 좋겠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description>
      <category>책 읽고</category>
      <category>2026현대문학상 #임솔아 #사랑보다 조금 더 짙은 얼굴 #금빛 베드 러너 #김혜진 #관종들 #박솔뫼 #사과 #서장원 #상어 #이미상 #일일야성 #임현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category>
      <author>살아남자</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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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Sun, 7 Jun 2026 15:01:55 +0900</pubDate>
    </item>
    <item>
      <title>2026 올해의 문제소설</title>
      <link>https://hunihani.tistory.com/152</link>
      <description>&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458&quot; data-origin-height=&quot;672&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El4n5/dJMcaaZvrw7/kOqXzanxCv8pG6l4TfDQLk/img.jp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El4n5/dJMcaaZvrw7/kOqXzanxCv8pG6l4TfDQLk/img.jp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El4n5/dJMcaaZvrw7/kOqXzanxCv8pG6l4TfDQLk/img.jp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El4n5%2FdJMcaaZvrw7%2FkOqXzanxCv8pG6l4TfDQLk%2Fimg.jp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458&quot; height=&quot;672&quot; data-origin-width=&quot;458&quot; data-origin-height=&quot;672&quot;/&gt;&lt;/span&gt;&lt;/figure&gt;
&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div style=&quot;background-color: #ffffff; color: #000000; text-align: start;&quot;&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목차&lt;/h2&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lt;span style=&quot;font-size: 16px; letter-spacing: 0px;&quot;&gt;￭ 책머리에&lt;/span&gt;&lt;/h2&gt;
&lt;/div&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div style=&quot;background-color: #ffffff; color: #000000; text-align: start;&quot;&gt;
&lt;div&gt;
&lt;div&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강석희│선과 부피의 사랑&lt;br /&gt;[작품 해설] 독서와 기도, 애도 주체의 수행과 고통의 장소성 _ 하신애&lt;br /&gt;&lt;br /&gt;김멜라│아무래짜&lt;br /&gt;[작품 해설] 불안하면 어때?! _ 심진경&lt;br /&gt;&lt;br /&gt;서장원│히데오&lt;br /&gt;[작품 해설] 빛의 파편에 대하여 _ 이소영&lt;br /&gt;&lt;br /&gt;성혜령│대부호&lt;br /&gt;[작품 해설] 혁명은 조금 늦게 도착한다 _ 허민&lt;br /&gt;&lt;br /&gt;손보미│우리 엄마는 남미새&lt;br /&gt;[작품 해설] 허약하고 빛나는 소설의 진실 _ 이희우&lt;br /&gt;&lt;br /&gt;심윤경│우리는&lt;br /&gt;[작품 해설] 우리의 취약함을 예찬하라 _ 김은하&lt;br /&gt;&lt;br /&gt;이미상│일일야성(一日野性)&lt;br /&gt;[작품 해설] 안전한 야성(野性)은 없다 _ 최은혜&lt;br /&gt;&lt;br /&gt;임솔아│금빛 베드 러너&lt;br /&gt;[작품 해설] 모르는 것을 이불처럼 덮고 _ 안서현&lt;br /&gt;&lt;br /&gt;임현│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는다&lt;br /&gt;[작품 해설] 희망에 대항하는 희망, 그 낙관하지 않는 희망에 대하여 _ 조윤정&lt;br /&gt;&lt;br /&gt;조해진│영원의 하루&lt;br /&gt;[작품 해설] 영원하지 않은 하루를 위한 비명 _ 홍덕구&lt;br /&gt;&lt;br /&gt;최은미│김춘영&lt;br /&gt;[작품 해설] 침묵이 말하기 시작하는 자리 _ 임세화&lt;/p&gt;
&lt;/div&gt;
&lt;/div&gt;
&lt;/div&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선과 부피의 사랑, 강석희&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오길 잘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선주가 말했다. 재영은 김밥에 성게알을 올려 선주의 입에 넣어주었다. 선주는 그것을 받아먹으며 거북이를 계속 봤다. 재영은 문득 소원 하나를 취소하고 다른 소원을 빌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선주의 소원들 중에서 하나는 완벽하게 이뤄주세요. 재영이 거북이가 있던 자리를 보았으나 바위는 텅 비어 있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갔나?&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재영은 실망한 목소리로 말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저기 있어.&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선주가 다시 거북이를 찾았다. 재영은 얼른 마지막 소원을 빌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선주가 영도에서 빌었던 소원이 무엇인지 재영은 알지 못했으나 한 가지는 확실히 이루어졌다. 그러니 재영의 소원 하나도 이루어진 셈이었다. (p25)&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여행의 첫 행선지는 두오모 성당이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무조건 꼭대기까지 갔다 오는 거야. 알지?&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호텔을 나서면서 선주가 말했다. 그렇게 하면 다음 생에도 다시 만나게 된다는 유명한 이야기를 두 사람도 알고 있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때는 좀 다른 방식으로 만나볼까?&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재영이 말했다. 선주는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 몇 걸음 가지도 않았는데 눈이 부시도록 맑았던 하늘에 먹구름이 덮이더니 굵은 빗방울이 들었다. 건물 쪽으로 최대한 붙어서 걸었지만 비를 긋기에는 무리여서 머리며 어깨가 축축하게 젖었다. 양팔에 우산과 우의를 주렁주렁 든 사람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선주가 앞장서서 걸으며 쏘리, 노 땡큐, 말하며 세 명쯤 지나쳤지만 비는 갈수록 굵어졌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항복하자. 항복.&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재영이 선주에게 외쳤다. 선주가 가까이 있던 흑인 남자에게 나이키 로고가 그려진 카키색 판초우의를 샀다. 남자는 잇츠 나이키, 잇츠 리얼, 하며 한 장에 15유로를 불렀다. 선주는 두 장에 20유로로 하자 했고 결국 22유로에 합의를 봤다. 포장 비닐을 벗겨보니 두 사람이 생각했던 것보다 튼튼해 보였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나이키에서 우의도 만드나?&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재영이 조금 감탄하는 투로 말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거 진품은 아닌 거 같은데.&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선주가 로고를 문지르며 말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여행 왔으면 바가지도 쓰고 그러는 거지.&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재영이 우의를 뒤집어쓴 다음 모자의 각을 잡았다. 선주는 그 말이 근사하다고 생각했고 재영을 따라 우의를 입었따. 머리 위로 빗방울이 통통 소리를 냈다. (p26~27)&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분명 맛과 향이 좋은 차... 근데 내 입에는 조금 연하게 타진 거 같은...&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아무래짜, 김멜라&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신조는 빗소리를, 배송이는 개수대의 하수 소리를. 그때 소리에 화음을 넣듯 시소의 가운데 받침점에서 밀푀유 냄비가 끓었다. 의자에 앉은 신조가&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어, 어.&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하고 소리 냈고, 양손에 고무장갑을 낀 배송이가 한쪽 발을 번쩍 들었다. 흡사 감춰둔 무공을 막 드러낸 주방장처럼 배송이가 가스레인지의 레버를 발가락으로 돌려 불을 껐다. 놀란 신조가 차고 향긋한 귤껍질을 움켜쥐었다. 배송이가 자랑하듯 목소리를 높였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봤어? 나 엄청 빠르지!&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풍, 하고 마음의 빗장 하나가 걸쇠에서 떨어지는 소리. 신조는 배송이를 수상하게 바라봤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어떻게 그래? 어떻게 그렇게&amp;middot;&amp;middot;&amp;middot;&amp;middot;&amp;middot;&amp;middot;&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귀여워, 라는 말이 나오려다 혀끝으로 가라앉고, 대단해, 라는 단어가 맴돌다 목구멍으로 스몄다. 끓는 냄비를 멀거니 보기만 하는 자신을 나무라지도 한심해하지도 않은 채 그저 보드랍게 웃다니. '배송아, 너 그냥 내 언니 할래? 내가 언니라고 부를까?' 신조는 싫다고 함부로 끊어낼 수 없는 혈육의 끈으로 배송이를 친친 동여매고 싶었다. 그리고 자신의 그 섣부른 소망이 배송이를 아프게 했다고 제멋대로 망상했다. 배송이의 쓸개 속 돌은 나 때문이라고, 내가 욕실 청소 당번을 미뤄서, 내가 막창과 마라 맛에 빠진 너를 내버려둬서 이 불행을 막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넘치는 냄비를 보며 어, 어 하듯 신조는 별 도움이 안 되는 책망을 이어갔다. 한밤에 배송이가 통증으로 허리를 뒤틀 때마다 신조는 자기가 만든 허깨비로 도망쳤다. (p45~46)&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천우는 침실로 들어가 이부자리에 해정을 눕혔다. 침대에 걸터앉아 사선으로 달린 블라우스 단추를 풀어주자 해정이 몸을 동그랗게 꼬부리며 천우의 넓적다리를 끌어안았다. 천우는 아이를 어르듯 해정의 등을 다독이다 팬티 안으로 파고들어 엉덩이를 만지작거렸따.&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더러워&amp;middot;&amp;middot;&amp;middot;&amp;middot;&amp;middot;&amp;middot;&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그게 좋아.&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천우는 해정의 볼기를 아프지 않게 꼬집고서 머리에 베개를 받쳐주었다. 연애할 때도 천우는 해정의 살집과 병아리처럼 보얀 뺨이 좋았다. 정확히 짚자면 그 몸피를 만들어낸 해정의 먹성에 설렜고 꼼짝없이 반했다. 그다지 호사스러울 게 없는 메뉴인데도 해정은 아이처럼 감탄사를 내뱉거나 기름 묻은 손끝을 자연스레 입술로 가져갔다. 때때로 볼이 미어지게 음식을 입에 넣고서 신이 나 어깨춤을 출 때면 천우는 심장이 몇 계단 밑으로 굴러떨어지는 듯했다. 그렇게 꾸밈없이 행동하는 게 마치 자신을 향한 믿음의 증거인 양 가슴이 환하게 아렸따. 이 사람과 있으면 나도 달라질 수 있을까. 한번은 둘이 메밀국수를 먹으러 갔다가 천우가 상사에게 온 전화를 받으러 밖으러 나갔다. 돌아오니 해정이 음식을 먹지 않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국수는 냉육수에 면일 불어 젓가락으로 집어지지도 않았다. 천우는 숟가락으로 면을 퍼 먹으며 생각했다. 앞으로 메밀국수는 못 먹겠구나. 이제 나는 메밀이란 글자만 봐도 가슴이 울렁울렁하겠구나. 천우는 해정에게 청혼하며 대단치 않은 다짐은 꺼냈다. 네가 귀가할 땐 내가 문 앞에 서서 언제나 너의 가방을 받아주겠다고, 헤어질 땐 네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고, 갑작스레 비가 올 땐 우산을 들고 널 마중 나가겠다고. 해정은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길목에 서서 자기를 기다려달라고 했다. 천우는 어릴 적 자신이 부모에게 바라던 것을 해정에게 해주었다. 간혹 해정과 부딪힐 땐 젓가락을 들고 개수대 앞에 서서 흐르는 물을 벴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속담을 흉내 내는 거였다. 연극이라도 진짜 칼을 쥐고 몰지각한 짓을 하고 싶지 않았다. 천우는 여전히 한밤에 깨어나 칼날이 틀립없이 칼집에 꽂혀 있나 확인하는 사람이었다. 그를 자라게 한 것은 보고 배운 어른의 모습이 아닌 혼자 무수히 그려보던 꿈이었다. 천우는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고루한 말을 진심으로 새겼다. 해정과 한 몸이 되어 그녀의 눈으로 자신으 보면 그렇게 되비친 자화상은 조금 덜 미울지 모른다고 기대하면서. (p53~54)&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신조는 차라리 자신이 대신 아팠으면 싶었다. 통째로는 아니고 절반 정도, 아니 삼 분의 일 정도만. 깨문 입술 사이로 기도가 흘러나왔다. 부처님은 왠지 이런 데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다른 쪽 신들의 이름을 줄 세웠다. '하느님, 예수님, 성모 마리아님, 저도 동정녀예요.저한테 옮겨주세요,제 친구의 아픔을 덜어 저한테 얹어주세요.아무래짜 뭐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요&amp;middot;&amp;middot;&amp;middot;&amp;middot;&amp;middot;&amp;middot;' 기도가 채 끝나기도 전에 배송이가 혀를 길게 내빼며 헛구역질했다. 신조는 엉거주춤 서서 배송이가 와락 토를 해버리면 어쩌나 걱정했다. 그 와중에 구급차의 침대를 염려하고 구급대원의 눈치를 살폈다. 그 산만한 마음결에서 신조는 아프게 깨달았다. 알량한 체면보다 못한 자기 감수성의 한계를. 누구도 다른 몸을 대신해 육체의 짐을 덜어줄 수 없음을. 먹거나 싸기처럼 앓기 또한 여지없이 일인용이란 것을. 신조는 주머니에서 찹찹이를 한 장 꺼내 찢듯이 비틀었다. 좁은 차 안에 배송이의 신음이 가득 찼다. 신조도 겁결에 숨이 뚝뚝 멎었다. 숨 쉴 자격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23:05. 시간은 고이고 썩다 못해 구급차의 배기가스로 휘발되는 듯했다. 영원은 이런 식으로 오는구나. 무한은 이렇게도 가능하구나. 일 초 일 초를 남김없이 헤아리며, 줄에 꿰인 자수정을 밀어 올리듯, 초와 분을 떠밀면서, 밤새, 아침이 올때까지, 하지만 그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구급차도 이대로 묶여 있는 건가. 다른 응급환자가 있으면 어쩌지. 23:05. 신조는 퍼뜩 머릿속이 차가워졌다. 이렇게 계쏙 시간을 보다간 자신이 먼저 혼절해버릴 것 같았다. 배송이의 손을 잡듯 침대 난간을 붙잡았다. 아플 때 손잡아줄 수 있는 사이. 배송아, 응급실에 있는 사람들 부럽다. 그치? 약이랑 알코올 냄새 무지 달콤하겠다. 그치? 한 명이라도 나가줬으면 좋겠다. 그치? 살아서 나가든 죽어서 나가든 제발 한 명만 떠나줘. (p62~63)&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차고 단단한 나무판에 뺨을 대고 천우는 젖은 흙내음을 맡았다. 소란한 물소리를 따라 천우의 생각이 흘러갔다. 노루귀와 망초, 측백과 꽃대들, 포석 위에 투둑투둑. 토해지지 않는 슬픔, 감자튀김, 강아지풀의 다른 말은 버들강아지, 짧고 서운한 생애, 나는 아이를 낳지 않을 테다, 절대로 사는 고통을 주지 않을 테다, 어릴 적 결심, 살 자격과 죽을 권리, 밥 짓기, 헤매는 사람들, 사경을, 거리를, 알록달록한 기쁨을, 거짓말 마라, 속이지 마라, 모든 아이는 태어나고 싶어 하는데, 저 비처럼, 내리고 적시고 흐르고 싶어 할 텐데. (p72)&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아 재밌네... 아 슬프네... 아무래짜, 결국엔 좋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히데오, 서장원&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나는 그때도 히데오가 나에게 마음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히데오는 나를 좋아했지만 내가 바라는 방식으로는 아니었다. 그의 감정이 달라질 가능성도 거의 없을 것 같았다. 다만 한 주에 두 번씩, 팀원 전원이 참석하는 대본 연습이 끝나면 히데오는 정해진 순서처럼 나에게 함께 걷기를 청했고, 걷는 동안엔 그때껏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다는 이야기들을 내게 들려주곤 했다. 한국의 초등학교로 온 뒤 얼마나 열심히 한국어 발음을 연습했는지, 일본인 아버지에 대해 어떤 거짓말들을 지어냈는지,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어찌나 피곤했는지.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자 나도 기대를 안 할 수가 없는 마음이 됐다. 돌이켜봐도 그 대화에는 분명 지나치게 내밀한 구석이 있었다. 히데오는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는 동안 마주했던 여러 일들도 들려주곤 했다. 학창 시절 내내,&amp;nbsp; 역시 시간이나 국어 시간에 들려오던 일본에 대한 말들, 혐오와 경멸로 범벅이 된 그 말들을 히데오는 모두 기억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런 일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히데오는 한국인 어머니를 모욕하며 자신을 괴롭히던 어린이들과 교내 일본어 강사를 쪽바리라고 부르던 고등학생들이 다르게 보이지 않았다고 말하면서도 그 일을 똑같이 인종차별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확신하지 못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그래도 인종차별이 맞지. 아니면 그걸 뭐라고 해?&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나는 석연치 않은 마음으로 대꾸했따. 한국인이 일본인을 혐오하는 일, &quot;쪽바리&quot;니 &quot;섬숭이&quot;니 하는 말들은 당연히 인종차별이 맞겠지만 한국인이 일본과 일본인을 싫어하는 걸 그저 인종차별이라고 할 수 있는가 생각하면 마음이 좀 복잡해졌다. 히데오 역시 그런 점을 모르지 않았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한국이랑 일본 사이엔 과거가 있잖아.&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히데오의 이야기는 늘 그렇게 끝났고, 그러면 우리는 연극이나 학교생활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를 바꾸곤 했다. 만약 시간을 되돌려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아마 다른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 과거가 있고 그것은 전혀 청산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 죄를 히데오가 감당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고등학교 일어 교사가 공공연하게 쪽바리란 말을 들었던 것은 인종차별이고 제노포비아라고 말이다. 물론 지금의 히데오에게는 그런 말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겠지만. (p94~95)&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아주 깔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대부호, 성혜령&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우리 엄마는 남미새, 손보미&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나는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를 알고 있었다. 러브 스토리. 요즘도 이런 단어를 쓰는 살마이 있나? 러브 스토리, 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통 속으로 팔 전체를 쑥 집어넣었다가 끈적거리는 질감에 몸서리치며 팔을 빼내는 일, 덕지덕지 팔에 묻은 이물질을 곧바로 씻어냈겠지만, 잠들기 전 문득 발견되는(미처 제거하지 못한) 말라붙은 흔적들. 그 흔적으로 인해 아찔할 정도로 생생하게 재생되는 감각, 미끈거리고 질척거리며 소용돌이치는. (p140)&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와 (p149, 오타 ㅋ)&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유별나게 굴지 좀 마라. 누굴 닮아서 그러는지, 원.&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이 말을 들었을 때, 새삼스레 이해한 건, 어머니가 평범하지 않은 일(다른 어머니들은 저대 하지 않을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그런 어머니의 딸이라는 점이었다. 내가 하는 '유별난' 선택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내게서 삐져나온 꼬리표의 항목을 굵은 글씨로 확대하는 결과밖에 초래하지 않으리라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어떤 종류의 신념은 사치였다. 분수에 맞지 않았다. 이게 당시 나의 결론이었다. 그런 결론에 이르는 게 어렵거나 나를 고통스럽게 하지는 않았다. 체념이나 굴복 같은 느낌을 자아내지도 않았다(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어머니 집에서 고기 없이 차려진 밥상을 보았을 때, 나는 무슨 생각을 했던가? 아무 말도 없이 밥을 먹는 나에게 어머니가 말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너의 신념을 존중해.&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나는 어머니를 바라보았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quot;정말이야, 진심으로, 마음속 깊이.&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을 뭐라 설명할 수 있을까? 갑자기, 마음속을 끝도 없이 부유하던, 미처 이름을 붙이지 못한 알갱이들이 맹렬하게 춤을 추는 것 같았다. 그 섬광 같은 쓰라림, 그러니까, 내가 아주 중요한 걸 헌신짝같이 던져버렸다는 자각. 체념이나 굴복 같은 감정을 느꼈어야 마땅했으리라는 감각. 하지만 이런 쓰라림은 그다음 찾아오는 경박하고 어리숙한 속임수로 손쉽게 덮어버릴 수 있었다. 왜냐하면 어머니의 집에서는 나의 신념을 한 번도 버린 적이 없는 것처럼 굴 수 있었으니까. 그 집에서 만큼은 나는 여전히 내게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었으니까.&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나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대답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고마워.&quot; (p158~159)&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손보미 작가님 글 중, 죄송하게도, 처음으로 재밌다고 느낀 거 같다. 분명 그 전에도 그런 게 있었겠지만, 꽤 오래 전이라(이겠지? ;;;) 다시 읽지 않는 한 기억 나지는 않을 거 같고, 내 취향 상 작가님 글을 읽는 경우는 내가 찾아 읽는 게 아니라 이렇게 신작이 새 책에 다른 글들과 함께 실려 커쇼의 폭포수 커브 마냥 스트라이크 존 끝에 걸쳐서 들어오는 게 아니라면 없을 듯 하니, 아마도 작가님 글 중 내가 가장 재밌게 읽은 글이라고 해도 무방하지 싶다. 지금까지. 그리고 아무튼 현재까지는 '아무래짜'보다 더 재밌는 이야기이기도 하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우리는, 심윤경&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병수야 , 지금 어디야.&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몰라.&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전화기의 반대쪽 끝이 아득하게 멀어지는 기분이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그동안 전화를 왜 안 받었어.&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전화기를 보호자가 가지고 있어.&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보호자? 보호자가 누군데?&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몰라.&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다시 한번 아득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전화를 바꿔줘. 보호자한테 전화를 바꿔줘봐.&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보호자, 안 받아.&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병수는 금방이라도 다시 사라질 듯 위태로웠다. 생과 사의 가름이 예있으매, 지금 병수를 잡아야 한다. 지금 놓치면 다시 잡을 수 없는 마지막 연락인 것을, 성훈은 경험과 직관으로 깨달았다. 그런데 모른다는 대답밖에 할 수 없는 병수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그걸 알 수가 없었다. 성훈은 눈앞에서 희뜩희뜩 보이다 말다 하는 얇은 실을 어떻게든 잡으려 애썼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애들, 애들은 연락이 되나?&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재승이가 주말에 와.&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아들 연락처가 어떻게 돼?&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몰라.&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병수의 휴대폰에는 아들의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겠지만, 그것을 성훈에게 보내줄 능력은 지금 병수에게 남아 있지 않았다. 볼에 닿은 휴대폰이 더 따뜻해졌다. 성훈은 애타는 심정으로 휴대폰만 더 힘주어 움켜쥐었다. 병수에게 닿기 위해 그가 짜낼 수 있는 생각들은, 이제 더 이상 남지 않았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성훈아, 나 산보하고 싶다.&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그래, 병수야. 산보 시켜줄게.&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보호자가 바빠. 산보하고 싶다.&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그래, 병수야. 산보하자. 조금만 있어. 우리가 갈게.&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거기까지 하고 전화는 끊어졌다. 병수가 어디 있는지 묻는 문자를 보냈지만 답이 오지 않았다. 성훈은 딸이 가져다놓은 된장죽이 식도록 멀거니 바라보며 병수가 지금 어떤 상태일지 생각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노인에게 어느 날 일어나는 흔한 일일 뿐이었다. 지팡이를 짚고 비틀비틀하게라도 매주 목요일 일호집에 나타나던 병수는, 어느 날 아침 더 이상 걷기 힘들어진 상태가 되었을 것이다. 병수의 자식들은 의논한 끝에 병수를 요양원에 보내었을 것이다. 병수가 말하는 '보호자'는 아마도 간병인일 것이다. 간병인이 병수의 휴대폰을 맡아두었을 것이다. 병수에게 걸려오는 전화는 받지 않고, 가끔식 그의 손에 휴대폰을 쥐어줄 것이다. 병수의 가물가물한 정신에 기적적으로 성훈에게 연락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스쳤을 것이다. 그렇게 닿은 병수의 전화가 우주의 숨결이거나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기적 같디고 하고 덧없기도 했다. (p205~206)&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늙어서 서럽다는 게 그런 거였다. 젊어서는 이런 일들이 없었으니까. 그들은 유능했고 억세었고 끈기 있게 자식들을 키웠다. 부모를 봉양하는 것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인생의 복무려니 여겼다. 그런데 그들의 생애 중간에 게임의 규칙이 바뀌었다. 계약이 부당하게 중도해지되고 새로운 규약이 선포되었다. 자식들은 그들이 자녀를 키운 방식이 우악스러웠고 무엇 하나 공평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저희들도 손자 손녀를 볼 나이에 이르도록 아직도 부모를 원망하는 게 말이 되나, 성훈은 그것이 정말이지 눈이 둥그래지도록 놀라웠다. 그들은 부모에게 받은 것이라곤 없었어도 부모를 원망하는 법은 알지도 못하고 살았던 세대였다. (p210)&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나도 엄마한테 잔소리하는데... ㅜㅜ&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일일야성, 이미상&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부부 사이인 운주와 경수는 마흔세 살이었고 그 나이는 이십칠 세가 그러하듯 의미심장했다. 늙음을 일찍 뒤집어쓰고 싶어지는 나이. 스물일곱 살 때 운주는 서른 살이라고 하고 다녔고, 오늘날 경수는 병원에서 전립선 질환을 앓는 오륙십 대들 사이에 끼어 자신도 '내일모레면 오십'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늙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미리 늙어버려 노화의 공포를 잊으려는 것이다. 제일 먼저 몽둥이에 엉덩이를 대는 겁에 질린 아이처럼. (p228)&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ㄷㄷㄷ 몰랐는데 껌 좀 씹으셨.... ;;;;&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금빛 베드 러너 , 임솔아&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검사자와 달리, 상담사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이 남용되는 것을 비판했다. 지윤의 경우, 그저 수줍음이 많아 사람의 눈을 쳐다보는 걸 어려워하는 것일 뿐이라 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아니라고 못박았다. 말하는 것을 보아도 그렇다 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어떤 점에서요?&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지윤은 상담사에게 질문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제 말의 어떤 점이 비자폐인의 특징인 건지 저로서는 잘 몰라서요.&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상담사가 대답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친구나 가족에 대해 이야기할 때 타인의 감정에 대해 여러 번 언급하셨어요. 걔들은 타인의 감정을 못 느껴요. 관심도 없고요. 많이 봐서 알아요.&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지윤은 온몸이 굳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상담사의 부드럽고 다정한 말투 속에서 '걔들'이라는 표현이 튀어나오는 순간, 지윤은 자신이 개구리 떼에게 쫓기는 개처럼 느껴졌다. 오로지 도망치기에 급급했던 개의 몸짓이 떠올랐다. 자폐인이 타인의 감정을 못 느낀다는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자폐인이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고 요약하는 모습에서 이 상담사는 적어도 자폐인에게는 관심이 없다고 판단했다. 잘 알지 못한다고. 자신의 무지에서 묻어나오는 미량의 악의가 어떤 식으로 지윤에게 가닿는지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느껴져도 무시하고 있다고.&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제 검사자는 평생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연구한 분이에요.&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저도 이 일을 이십오 년 넘게 했어요.&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상담사가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증과 임상심리사 1급 자격증, 상담심리사 1급 자격증을 갖고 있다는 건 지윤도 알았다. 세 가지 자격증을 모두 가진 사람이 한국에 그닥 많지 않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검사자가 공부를 미국에서 했다고 했나요?&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상담사가 물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영국이요.&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지윤 씨, 여기가 영국은 아니잖아요.&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그는 진심으로 지윤을 돕고 싶어했다. 지윤을 비자폐인으로 바라보는 것이 상담사에게는 지윤에 대한 선의였다. '걔들'이 아닌 '우리'의 카테고리에 넣어주는 것. 지윤은 기시감이 들었다. 언제가 비슷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칠 년 전쯤. 친구는 지윤에게 물었다. 너라면 우리처럼 남자를 만날 수 있지 않아? 친구는 안타까워하면서, 동시에 지윤에게 소소감을 주면서, 칭찬의 의미를 담아 그런 말을 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지윤은 검사자에게 보냈던 자신의 편지를 떠올렸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결과를 받아들고 지윤은 검사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지윤은 검사 결과지를 다 읽고 나서 용서를 받는 기분이었다. 매일같이 느껴왔던 고립감, 소중한 사람들에게 받았던 상처들, 소중해지기도 전에 관계에서 미리 제외돼버렸던 경험들. 타인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남몰래 품어온 두려움들. 평생 동안 무겁게 등에 업고 살아온 죄책감이 등에서 내려와 지윤을 바라보는 듯했다. 지윤은 비로소 등에 업힌 무거운 것의 얼굴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러나 메일에다 적었던 안도감은 얼마 가지 않아 서서히 다른 형태로 변해갔다. 앞으로 지윤은 어떤 사람으로 타인들 앞에 있게 될까. 사람들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지윤의 뒤에서 말할 것이다. 자폐래. 지윤은 늘 자신의 몸이 지나치게 커다랗다고 느껴왔다. 몸 안에 갇혀 있는 지윤은 탁구공처럼 자그마하고 바빴다. 걸음을 걸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처럼 걸으라고, 자그마한 지윤은 발끝에서부터 팔 끝까지 부산스레 돌아다니며 교정하고 감시하고 지시하고 격려했다. 시커먼 동굴 같은 자신의 몸속을 끝없이 헤매 다녔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소리치면 몸속 구석구석으로부터 메아리가 울려 퍼졌다. 지윤이 살면서 자주 느껴온 교감은 고작 그 메아리가 전부였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상담사의 재검사 제안이 지윤에겐 선택지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자폐 스펙트럼의 범줄 들어갈지, 범주를 거부할지. 내키는 대로 하면 되었다. (p268~270)&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지윤 천장을 올려다본다. 지금 엄마가 보고 있을 천장이 지윤은 궁금하다. 엄마가 혹시 지금 공중으로 떠오르고 있지는 않을까. 천장에 가까워지고 있지는 않을까. 이곳에 누워 있으면서 이곳저곳을 날아다니고 있지는 않을까. 이곳에 누워 있으면서 이곳저곳을 날아다니고 있지는 않을까. 식탁에 앉아 빵을 먹고 있는 남자를 지나 텔레비전을 켜둔 채 안락의자에 잠든 할머니 옆을 맴돌고 있는 건 아닐까. 연잎을 탄 개구리들이 지금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을까. 우린 그걸 못 보고 있는 걸까. 혹시 엄마의 눈에만 보이는 건 아닐까. 엄마는 많이 두려울까. 어느 만큼일까. 지윤은 자신이 타인을 외롭게 만든다고 늘 생각했다. 지윤은 타인이 부지불식간에 표현해온 많은 메시지들을 자주 놓친다고 생각했다. 무얼 놓치는지에 마음이 쏠려서 누군가와 무언가를 하고 있어도 누구와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 늘 한 박자 늦게 실감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기침 소리가 들릴 때마다 옆에 있는 엄마를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들키지 않고 싶어서다. 지윤이 혼자서 몰래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 엄마에게도 지윤에게도 더 낫다. ... (p271)&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지윤은 오래 연습해서 가장 익숙한 표정 하나를 꺼낸다. 입꼬리를 올리고 치아를 드러내며 엄마에게 미소를 보인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우리 지윤이는 웃는 표정이 참 이쁘다.&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엄마는 알 수 없는 표정을 또 짓고 있다. 앞으로도 지윤은 엄마의 표정에서 무언가를 놓칠 것이다. 지윤은 알고 싶다는 마음이 짙어질수록 모르는 것들로 휩싸였다. 지윤은 희고 바스락거리는 이불을 엄마의 어깨 위로 끌어당겨준다. 모르는 것들을 이불처럼 덮고서 지윤은 엄마의 기침 소리를 듣고 있다. 조금씩 잦아드는 소리. 미세하게 들썩이는 엄마의 몸은 이 기침에 익숙해져 있는 듯하다. ... 룸서비스를 이용해야겠다고 생각해둔다. 엄마에게 아침을 먹이고, 렉라자 세 알을 먹이고,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야지. 지윤은 미리 다짐한다. 먼 길을 운전하며 엄마의 집으로 갈 때에 아무리 더워도 에어컨을 아주 약하게 틀거나 틀지 않아야 한다고. 그걸 잊으면 안 된다고. 내일 저녁에는 엄마의 집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텔레비전을 볼 것이다. 엄마는 여행 프로그램을 틀어놓을 것이다. 엄마가 결코 직접 볼 리 없는 곳들을 함께 바라볼 것이다. (p274)&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좁은 세상을 넓히는데, 모르는 세계에 발디딜 때, 미지와 조우할 때 책이라서, 소설이라서, 글이라서 참 다행이다 싶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는다, 임현&lt;/b&gt;&lt;br /&gt;&lt;br /&gt;&lt;br /&gt;&amp;nbsp; 무엇보다 선호를 위해 내가 했던 노력들은 다 뭐가 되는 겁니까. 선호의 선처를 바라는 의견서였습니다. 그것으로 기회를　주고 싶었거든요. 그러나 무얼 주기보단 오히려 반성과 참회의 기회마저 빼앗아버렸던 건 아니었을까요. 처음부터 더 엄하게 처벌하고 경고해야 했던 걸까요. 그랬다면 아마 그런 나쁜 선택을 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lt;br /&gt;&lt;br /&gt;&amp;nbsp; 결과적으로 나의 선처는 오히려 선호에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가벼운 기소유예 처분은 잘못을 뉘우치고 깨닫게 한 것이 아니라, 더 대담한 범죄를 저지르는 계기가 되어버렸거든요. 그러니까 더 큰 사고가 일어나기 위해 필요한 연쇄적인 단계를 다름 아닌 내가 제공한 셈이었습니다. 단순가담자였던 선호는 이후 더 적극적으로 유사 범죄에 뛰어들었습니다. 고의적으로 차량 사고를 유발하고, 현장에서 합의금을 유도했습니다. 그러다가 기어코 그 사달이 나버린 겁니다. (p296~297)&lt;br /&gt;&lt;br /&gt;&lt;br /&gt;&amp;nbsp;- 임현 작가님 글을 많이 읽지는 못했는데, 그래서 그럴수도 있겠지만 이 작품도 그렇고 '고두'도 그렇고 이런 스타일의 글을 잘 쓰시는 듯. 인간은 복잡계다, 복잡하다.&lt;br /&gt;&lt;br /&gt;&lt;br /&gt;&lt;br /&gt;&lt;b&gt;영원의 하루, 조해진&lt;/b&gt;&lt;br /&gt;&lt;br /&gt;&amp;nbsp; 그가 돌아간 뒤 도원은 바닥을 청소했고 새정제와 약품 통, 각종 걸레와 바스켓, 고압 분사기를 차례로 제자리에 놓았다. 산호색 시폰 원피스가 다리에 감길 때의 감각이 되살아난 건 고무장화와 젖은 양말을 벗어 탈탈 털고 있을 때였다. 그 첫 만남을 위해 백화점에서 할부로 구매한 옷이었다. 그런 것마저 기억의 서랍 속 어딘가에 보관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당혹스러워 도원은 짧게 웃었다. 손톱이 말갛던 시절이었다. 손등이 두껍지 않았던 때, 무릎관절에서 소리가 나지 않고 통증도 없던　때, 혀뿌리 너머로 노란 가래가 응고되어 있지도 않았던 때&amp;middot;&amp;middot;&amp;middot;&amp;middot;&amp;middot;. 영도를 소개해준 그 고객이라면 여전히 소식을 알지 못했다. 생김과 이름은 잊혔고 생사도 확인할 수 없는 사람이 영도와 자신의 십구 년에 입김을 불어넣었다고 생각하면 지금도 그 우연의 파장에 압도될 때가 있지만, 후회나 원망은 제거된 헐거운 순간들일 뿐이었다. (p314)&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 도원에게는 내세울 만한 경력이 없었다. 결혼 뒤에도 출퇴근에 네 시간씩 할애하며 계속 은행을 다녔다 한들 창구 담당　계약직의 경력은 취업에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을 터였다. 도원에게 남은 밑천은 몸뿐이었다. 아직은 삼십 대였던 그때의 도원은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일했다. 아파트를 지키기 위해, 영도의 약값과 상담 비용을 벌기 위해, 언젠가 태어날지 모를　아이가 파산한 부모를 만나게 하지 않기 위해. (p318)&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그 밤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온 것일까.&lt;br /&gt;&amp;nbsp; 나아진 건 분명 있었다. 영도는 용접이라는 일에 안착한 듯 보였고 상담을 끊었으며 알약도 줄여가는 중이었다. 아파트는 아직 그들의 것이었고, 빚은 남아 있긴 했지만 제３금융권에는 없었다. 아이는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영도 대신 일하며 비참함으로 추락하는 과정을 겪어온 도원은 아이가 부재하는 한 아이 몫의 세상도 없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lt;br /&gt;&lt;br /&gt;&amp;nbsp; 다행이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려고 도원은 애썼다. 그런 믿음이 모래로 만들어진 성처럼 속절없이 무너지는 날이 또 찾아온다 하더라도 노력해야 한다는 걸, 그래야 살 수 있다는 걸, 적어도 잊은 적은 없었다.&lt;br /&gt;&lt;br /&gt;&lt;br /&gt;&amp;nbsp; &quot;퇴근하려고 공장을 막 나서는데 얘가 우는 걸 들었어. 목에 밧줄을 매단 채 여기서 혼자 울고 있더라.&quot;&lt;br /&gt;&amp;nbsp; &quot;&amp;middot;&amp;middot;&amp;middot;&amp;middot;&amp;middot;&amp;middot;.&quot;&lt;br /&gt;&amp;nbsp; &quot;겨우 구했어.&quot;&lt;br /&gt;&amp;nbsp; &quot;&amp;middot;&amp;middot;&amp;middot;&amp;middot;&amp;middot;&amp;middot;.&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얘 하나를 겨우&amp;middot;&amp;middot;&amp;middot;&amp;middot;&amp;middot;&amp;middot;.&quot;&lt;br /&gt;&amp;nbsp; &quot;&amp;middot;&amp;middot;&amp;middot;&amp;middot;&amp;middot;&amp;middot;.&quot; &lt;br /&gt;&amp;nbsp; &quot;이름도 지었어. 방금.&quot;&lt;br /&gt;&amp;nbsp; &quot;뭐?&quot;&lt;br /&gt;&amp;nbsp; &quot;도도, 영원을 빼고 도도.&quot;&lt;br /&gt;&amp;nbsp; &amp;nbsp;도원의 일그러지는 얼굴을 영도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했고 담요로 쏙들어간 돼지를 연신 쓰다듬을 뿐이었다.&lt;br /&gt;&amp;nbsp; &amp;nbsp;도원은 영도의 손을 바라보았다．&lt;br /&gt;&amp;nbsp; 그런 날이 있었다.&lt;br /&gt;&amp;nbsp; 영도와 세 번째 데이트를 했던 날, 나는 은행의 정식 직원이 아니며 유일한 가족이었던 어머니가 재혼하면서 대학생 때부터 고아나 다름없는 처지가 되었다고 영도에게 고백한 그날, 영도는 도원을 흘끗 보더니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대꾸했었다. 직장은 둘 중에 한 명이라도 다니면 된다고 했고 누구나 고아가 될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도 했다. 통증과 비슷하게 체감되는 애정도 있다는 걸, 도원은 그때 처음 알았다. 아직 손도 잡지 않았던 때였지만 도원은 그대로 영도에게 안겼고 영도는 어색해하면서도 정성스럽게 도원의 머리칼을 쓰다듬어주었다. 어쩌면 도원이 영도를 붙잡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영도를 떠날 수 없으리란 걸 인정할 때마다 도원의 마음 한 켠엔 안도감이 함께 쌓여갔다. 그런 생각도 자주 했다. 영원은 없다 해도, 끔찍한 추락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는 하루가 연이어진다면 그 연쇄가 어쩌면 영원할 수 있다고, 어떤 하루는 영원처럼 길었으니까.&lt;br /&gt;&amp;nbsp; 도원이 오늘밤은 집에서 돼지를 재우자고 하자 영도의 눈빛이 빛났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p328~329)&lt;br /&gt;&lt;br /&gt;- 조해진 작가님이 미국 대통령 하면 안 될까. 그나마 세계가 좀 다시 균형 맞추고 좋아질 거 같은데...&lt;br /&gt;&amp;nbsp; 이따가 삼겹살 구워야 되는데, 죄책감 없이 가능할까... 아... 성공 ;;;&lt;br /&gt;&lt;br /&gt;&lt;br /&gt;&lt;br /&gt;&lt;b&gt;김춘영, 최은미&lt;/b&gt;&lt;/p&gt;</description>
      <category>책 읽고</category>
      <category>２０２６　＃올해의　문제소설　＃선과　부피의　사랑　＃아무래짜　＃히데오　＃우리　엄마는　남미새　＃우리는　＃일일야성　＃금빛　베드　러너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는다　＃영원한　하루　＃강석희　＃김멜라　＃서장원　＃손보미　＃심윤경　＃이미상　＃임솔아　＃임현　＃조해진</category>
      <author>살아남자</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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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s>https://hunihani.tistory.com/152#entry152comment</comments>
      <pubDate>Sat, 16 May 2026 22:49:57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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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헌치백Hunchback, 이치카와 사오 / 양윤옥</title>
      <link>https://hunihani.tistory.com/151</link>
      <description>&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458&quot; data-origin-height=&quot;664&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k1RRx/dJMcahqMcnd/8eptypjwWBWmkJXbZkRWx0/img.jp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k1RRx/dJMcahqMcnd/8eptypjwWBWmkJXbZkRWx0/img.jp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k1RRx/dJMcahqMcnd/8eptypjwWBWmkJXbZkRWx0/img.jp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k1RRx%2FdJMcahqMcnd%2F8eptypjwWBWmkJXbZkRWx0%2Fimg.jp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458&quot; height=&quot;664&quot; data-origin-width=&quot;458&quot; data-origin-height=&quot;664&quot;/&gt;&lt;/span&gt;&lt;/figure&gt;
&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헌치백Hunchback, 이치카와 사오 / 양윤옥&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목 한가운데 구멍을 뚫으면 원리적으로 콧구멍으로 호흡하는 것보다 부하가 떨어진다고 열네 살의 내게 병동 주치의는 설명해주었다. 그 이후로 인공호흡기가 필요한 것은 반듯하게 누운 자세일 때뿐이다. &quot;미오튜뷸러 미오퍼시는 진행성이 아니니까 괜찮아&quot;라는 게 부모님의 '구두선 口頭禪'이었다. 이 단어는 국어사전에 '그럴싸하게 자꾸 얘기할 뿐 내용이나 실속이 없는 말'이라고 나와 있다. 어쨌거나 유전자 에러로 근육의 설계도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서 극적인 진행이 없다고 해봤자 유지도 성장도 노화도 비장애인과 똑같이는 되지 않는다. (p21)&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임신과 중절을 해보고 싶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내 휘어진 몸속에서 태아는 제대로 크지도 못할 텐데.&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출산도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물론 육아도 어렵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하지만 아마도 임신과 중절까지라면 보통 사람처럼 가능할 것이다. 생식기능에는 문제가 없으니까.&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그래서 임신과 중절은 해보고 싶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평범한 여자 사람처럼 아이를 임신하고 중절해 보는 게 나의 꿈입니다. (p27~28)&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두께가 3, 4센티미터나 되는 책을 양손으로 잡고 집중해야 하는 독서는 다른 어떤 행위보다 등뼈에 부하가 많이 걸리는 일이다. 나는 종이책을 증오한다. '눈이 보이고, 책을 들 수 있고, 책장을 넘길 수 있고, 독서 자세를 유지할 수 있고, 서점에 자유롭게 사러 다닐 수 있어야 한다'라는 다섯 가지의 건강성을 요구하는 독서 문화의 마치스모(machismo. 남자다움. 남성 우월주의. '남자다운 남자'를 뜻하는 스페인어 '마초'에서 유래)를 증오한다. 그 특권성을 깨닫지 못하는 이른바 '서책 애호가'들의 무지한 오만함을 증오한다. 구부러진 목으로 겨우겨우 지탱하는 무거운 머리가 두통으로 삐거덕거리고, 내장을 짓누르며 휘어진 허리가 앞으로 기운 자세 탓에 지구와의 줄다리기에 자꾸만 지고 만다. 종이책을 읽을 때마다 내 등뼈는 부쩍 더 휘어지는 것만 같다. 내 등뼈가 휘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무렵이었다. 교실 책상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항상 등을 꼿꼿이 세우고 앉았다. 같은 교실의 친구들 3분의 1쯤은 노트에 눈을 붙이고 등을 웅크린 이상한 자세로 칠판 글씨를 받아썼다. 그런데도 대학 병원 재활과에서 아저씨들에 둘러싸여 벌거숭이가 된 몸에 석고붕대가 둘둘 감긴 것은 나였다. 자세가 좋지 않은 건강한 아이들의 등뼈는 눈곱만큼도 휘지 않았다. 그 아이들은 올바른 설계도가 내장되어 있었기 때문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자기 집을 소유한 경우가 거의 없고, 있더라도 건축업자의 아이 정도뿐인 동네였다. 맑은 하늘을 전투기 소리가 뒤덮어 버리는, 이름을 빼앗긴 채 미군과 자위대 기지가 된 도시. 금색 미니스커트를 입은 아이, 돌고래 피어싱을 달고 다니던 아이, 나에게 사이비 교주의 말씀 책을 건네준 아이, 그 친구들이 그리 좋은 인생에 도달했다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등뼈가 휘어지지 않는 올바른 설계도에 준하는 인생을 보내고 있다는 건 틀림이 없다. 잘못 인쇄된 설계도밖에 참조할 수 없는 나는 어떻게 해야 그 친구들처럼 될 수 있을까. 그 친구들 정도의 수준이 된다. 아기가 생기고, 지우고, 헤어지고, 다시 합체하고, 생기고, 낳고, 헤어지고, 다시 합체하고, 낳고 &amp;middot;&amp;middot;&amp;middot; 그런 인생의 흉내만이라도 좋다. (p37~39)&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응, 응응, 잇, 앗, 아앗, 아앗, 아앙&amp;middot;&amp;middot;&amp;middot;&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고령의 처녀 중증 장애인이 쓴 의미 없는 철자가 화면 너머 여성 독자의 '꿀단지'를 벌름거리게 해준 덕분에 돈이 돌아가는 에코 시스템.&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돈이 있고 건강이 없으면 매우 정결한 인생이 됩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트위터에 올리지 않은 초안들이 에버노트를 가득 채우고 있다. 좀 더 진지한 논조로 바꿔 &amp;lt;디스어빌리티&amp;amp;퀴어 스터디&amp;gt; 과목의 포럼에 문제를 제기하려다가 그것도 관둬버렸다. &amp;lt;장애 여성의 리프로덕티브 헬스&amp;amp;인권&amp;gt; 강의에서 들었던 문제들은 내 인생에서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장애인 시설이나 근육위축증 병동에서 버젓이 토용되는 이성 간병인, 그리고 그들에 의한 성적 학대도, 시각장애 여성이 임신한 아이를 포기하도록 부모나 의사가 추천했다는 사례도, 휠체어를 탄 여성이 지하철에서 치한을 피해 도망치지 못했다는 사례도 내 실제 인생과는 전혀 상관없는 얘기였다. 비장애 여성과 장애 여성이 평행선을 달리듯이 장애 여성과 열반에 든 샤카 또한 평행선을 달리는 것 같다. 겹칠 듯하면서도 겹쳐지지 않는다. 부모님과 돈의 보호를 받아온 나는 부자유한 몸을 혹사하면서까지 사회에 나갈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 마음도, 피부도, 점막도 타자와의 마찰을 경험한 적이 없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정결한 인생을 자학하는 대신에 쏟아낸, 얼핏 떠오른 희망사항이 마음에 들어서 고정 트윗으로 쓰고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다시 태어난다면 고급 창부가 되고 싶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돈으로 마찰에서 멀어진 여자에서, 마찰로 돈을 버는 여자가 되고 싶은 것이다. (p50~51)&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 1996년에는 마침내 장애인도 아이를 낳는 측이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법이 정해졌지만, 생식 기술의 발전과 생활 필수품화에 따라 장애인 살해는 결국 수많은 커플에게 캐주얼한 것이 되었다. 머지않아 비용도 저렴해질 것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그렇다면 죽이기 위해 잉태하려고 하는 장애인이 있어도 괜찮은 거 아닌가?&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그걸로 겨우 균형이 잡히잖아.&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비장애인과 장애인 사이에서 갈기갈기 찢기는 심적인 고뇌를 &amp;lt;모나리자&amp;gt; 그림에 던졌던 요네즈 도모코의 심정 그 자체와 완전히 동일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 나름대로 &amp;lt;모나리자&amp;gt;를 더럽히고 싶어지는 이유는 있다. 박물관이든 도서관이든 보존되는 역사적 건조물이 나는 싫다. 완성된 모습으로 그곳에 계속 존재하는 오래된 것이 싫다. 파괴되지 않고 남아서 낡아가는 데 가치가 있는 것들이 싫은 것이다. 살아갈수록 내 몸은 비뚤어지고 파괴되어 간다. 죽음을 향해 파괴되어 가는 게 아니다. 살기 위해 파괴되고 살아낸 시간의 증거로서 파괴되어 간다. 그런 점이 비장애인이 걸리는 위중한 불치병과는 결정적으로 다르고, 다소의 시간 차가 있을 뿐 모두가 동일한 방식으로 파괴되어 가는 비장애인의 노화와도 다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책을 읽을 때마다 등뼈는 구부러져 폐를 짓누르고, 목에는 구멍이 뚫렸고, 걸어다니면 여기저기에 머리를 쿵쿵 찧으며 내 몸은 살아가기 위해 파괴되어 왔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살아가기 위해 싹트는 생명을 죽이는 것과 과연 무슨 차이가 있을까. (p60~61)&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나를 돈으로만 보는 자에 대해서는 나도 돈을 통해서만 볼 뿐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사회란 게 원래 그렇잖아.&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그래서 6일 동안 점잖게 기다렸다가 나는 다나카 씨에게 말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얼마를 원해요?&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서론 없이도 커뮤니케이션은 정확히 성립되었다. 왜냐면 우리는 둘 다 약자였기 때문이다. 나는 여태까지 다나카 씨를 약자 남성이라는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 자칭으로도 충분했다. 썰렁하기 짝이 없는 장조의 대화 따위, 연주할 재능이 없는 우리는 단조로, 아니 쇤베르크의 불협화음처럼 틀을 벗어나 진짜 속내를 얘기할 수 있었다. 무조적無調的으로.&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그 증거로 다나카 씨는 무슨 얘기냐고 의아해하는 등의 어긋난 템포를 연출하지 않았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1억 엔.&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다나카 씨는 말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귀여운 금액에 코 안쪽이 웃고 싶어서 근질거렸다. 내가 사후의 사용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는 액수는 그보다 훨씬 더 크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1억 5,500만 엔은 어때요?&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목을 누르고 나는 말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다나카 씨의 키만큼이에요. 1센티미터당 100만 엔. 당신의 비장애인 몸에 가격을 매긴 거예요.&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증여세로 반절을 떼어 가더라도 반올림하면 1억'이라고 하지 못할 것도 없는 금액이다. 그 숨은 뜻을 이해했다고 쳐도 아마 악의 쪽이 더 인상에 남았을 것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다나카 씨가 경멸의 형태로 눈을 가늘게 뜬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정자라면 야마노우치 씨도 갖고 있잖아요. 아, 비장애인의 정자가 아니면 싫습니까?&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제법 아픈 곳을 찔렀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단순한 비아냥치고는 장애 여성이 가진 콤플렉스의 본질을 건드리는 질문이었다. (p74~76)&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나는 책임질 수 없다. 다운그레이드된 내 근력으로는 책임질 수 없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스사키 씨가 방에 들어와 물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샤카 씨, 점심은 일어나서 먹을 수 있어?&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네, 먹을 수 있어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미오튜뷸러 미오퍼시는 몸을 쓰지 않으면 금세 근력이 약해져서 나중에 훈련하려고 해도 전혀 회복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올라 다니던 계단도 이제는 올라갈 수 없고, 화장실에 손잡이를 설치했더니 1년여 만에 손잡이 없이는 일어설 수 없게 되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그래서 열반의 샤카는 죽을 둥 살 둥 침대에서 일어나고 매일매일 아무리 숨 쉬기가 힘들어도 밤이 될 때까지 데스크에 앉아서 버틴다. 종이책을 증오하면서도 종이책에 달라붙어 끝가지 읽는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벽 너머 옆방 입주자가 메마른 소리로 손뼉을 쳤다. 나와 비슷한 근 질환으로 자리보전 중인 옆방 여성은 침대 위 이동식 변기에 볼일을 보면 주방 근처에서 대기 중인 간병인에게 손뼉으로 신호를 보내 뒤처리를 부탁한다. 세상 사람들은 얼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리며 말할 것이다. &quot;나라면 절대 못 견뎌. 나라면 죽음을 선택할 거야.&quot;라고. 하지만 그건 잘못된 것이다. 옆방의 그녀처럼 살아가는 것, 그것에야말로 인간의 존엄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참된 열반이 거기에 있다. 나는 아직 거기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p93~94)&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늘 뭔가를 안다는 착각을 뭔가를 알아가며 깨우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샤카는 위악적이지도 위선적이지도 않은, 너무나 인간적인 인물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lt;/p&gt;</description>
      <category>책 읽고</category>
      <author>살아남자</author>
      <guid isPermaLink="true">https://hunihani.tistory.com/151</guid>
      <comments>https://hunihani.tistory.com/151#entry151comment</comments>
      <pubDate>Wed, 6 May 2026 13:02:32 +0900</pubDate>
    </item>
    <item>
      <title>2026 이상문학상 작품집</title>
      <link>https://hunihani.tistory.com/150</link>
      <description>&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458&quot; data-origin-height=&quot;698&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ca2k5P/dJMcadhuTD2/HqUiplyiYkPVDnJtwjz0o1/img.jp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ca2k5P/dJMcadhuTD2/HqUiplyiYkPVDnJtwjz0o1/img.jp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ca2k5P/dJMcadhuTD2/HqUiplyiYkPVDnJtwjz0o1/img.jp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ca2k5P%2FdJMcadhuTD2%2FHqUiplyiYkPVDnJtwjz0o1%2Fimg.jp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458&quot; height=&quot;698&quot; data-origin-width=&quot;458&quot; data-origin-height=&quot;698&quot;/&gt;&lt;/span&gt;&lt;/figure&gt;
&lt;/p&gt;
&lt;div style=&quot;background-color: #ffffff; color: #000000; text-align: start;&quot;&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목차&lt;/h2&gt;
&lt;/div&gt;
&lt;div style=&quot;background-color: #ffffff; color: #000000; text-align: start;&quot;&gt;
&lt;ul style=&quot;list-style-type: disc;&quot; data-ke-list-type=&quot;disc&quot;&gt;
&lt;li style=&quot;color: #595959;&quot;&gt;1부 대상&lt;br /&gt;위수정 수상작 「눈과 돌멩이」&lt;br /&gt;수상 소감 「어둠 안에서 내미는 손들」&lt;br /&gt;문학적 자서전 「유예되는 절망」&lt;br /&gt;자선 대표작 「오후만 있던 일요일」&lt;br /&gt;대담 위수정 작가와의 대담 │ 차경희 (고요서사 대표)&lt;br /&gt;작품론 「우리를 살게 하는 위험한 소설」 │ 조연정 (문학평론가)&lt;br /&gt;&lt;br /&gt;2부 우수상&lt;br /&gt;김혜진 「관종들」&lt;br /&gt;김혜진 작가와의 대담 │ 박혜진 (문학평론가)&lt;br /&gt;&lt;br /&gt;성혜령 「대부호」&lt;br /&gt;성혜령 작가와의 대담 │ 전기화 (문학평론가)&lt;br /&gt;&lt;br /&gt;이민진 「겨울의 윤리」&lt;br /&gt;이민진 작가와의 대담 │ 소유정 (문학평론가)&lt;br /&gt;&lt;br /&gt;정이현 「실패담 크루」&lt;br /&gt;정이현 작가와의 대담 │ 인아영 (문학평론가)&lt;br /&gt;&lt;br /&gt;함윤이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lt;br /&gt;함윤이 작가와의 대담 │ 선우은실 (문학평론가)&lt;br /&gt;&lt;br /&gt;3부 심사평&lt;br /&gt;심사 경위&lt;br /&gt;심사평 김경욱 (소설가)&lt;br /&gt;김형중 (문학평론가)&lt;br /&gt;신수정 (문학평론가)&lt;br /&gt;은희경 (소설가)&lt;br /&gt;최진영 (소설가)&lt;/li&gt;
&lt;/ul&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눈과 돌맹이, 위수정&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아직도 믿을 수가 없어. 나한테 그런 날이 있었다는 게. 콩콩 두드렸을 뿐인데 와장창 망가졌다는 게.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약한 유리 한 장이 우리 집 현관문이었다는 게 더 놀랍지만.&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너는 잊어도 될 걸 너무 많이 기억하고 있어.&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맞아. 그런 기억들은 이제 좀 사라졌으면. (p12)&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나고야의 장어덮밥은 먹지 못했다. 수진이 여행을 취소했기 때문이었다. 여행을 가자고 한 것도, 약속을 취소한 것도 수진답지 않았다. 수진은 미안하다고만 했다. 유미는 이유를 물었다. 나중에 말해줄게, 나중에. 하지만 나중은 없었다. 수진은 그다음 해 담도에서 암이 발견되었다. 간까지 전이됐대. 항암 치료에 들어가면서 수진은 만남을 꺼렸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나 완전 골룸 됐어. 나중에 봐. 머리라도 나면.&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수진은 애써 농담처럼 말했지만 아무도 웃지 못했다. 그리고 투병 중에 수진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걔가 그랬다는 게 너 믿어져? 재한이 유미에게 물었을 때 유미는 흔들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난 수진이가 없다는 게 안 믿어져. &lt;span style=&quot;background-color: #ffffff; color: #000000; text-align: start;&quot;&gt;&amp;middot;&lt;/span&gt;&lt;span style=&quot;background-color: #ffffff; color: #000000; text-align: start;&quot;&gt;&amp;middot;&lt;/span&gt;&lt;span style=&quot;background-color: #ffffff; color: #000000; text-align: start;&quot;&gt;&amp;middot;&lt;/span&gt; &lt;span style=&quot;background-color: #ffffff; color: #000000; text-align: start;&quot;&gt;&amp;middot;&lt;/span&gt;&lt;span style=&quot;background-color: #ffffff; color: #000000; text-align: start;&quot;&gt;&amp;middot;&lt;/span&gt;&lt;span style=&quot;background-color: #ffffff; color: #000000; text-align: start;&quot;&gt;&amp;middot;우리랑 있었잖아. 유미는 눈물을 닦았다. 술을 더 먹여서라도 그때 이유를 들었어야 했어. 같이 일본이라도 다녀 왔어야 했어. 오지 말래도 자주 갔어야 했어. 유미와 재한의 후회는 끝이 없었다. (p16~17)&lt;/span&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span style=&quot;background-color: #ffffff; color: #000000; text-align: start;&quot;&gt;&amp;nbsp; 재한은 유미가 고집을 피운다고 생각했다. 유미는 핸들을 기어이 산 쪽으로 돌렸다. 재한은 불안하게 흔들리는 차 안에서, 유미의 흔들림 없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무시당한 기분이었다. 자신의 말은 전혀 듣지 않고 결국 자기 마음대로 하고 만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한은 유미의 주장을 한 번도 꺾어본 기억이 없었고, 그것이 이제 와 부당하게 여겨졌다. 재한은 핸들을 잡은 유미의 손을 보았다. 저 손을 떼어놓고 싶다. 저 꼭 다문 입술이 놀라 벌어지는 것을 보고 싶다. 무방비 상태로 넘어지는 것을&lt;span style=&quot;background-color: #ffffff; color: #000000; text-align: start;&quot;&gt;&amp;middot;&lt;/span&gt;&lt;span style=&quot;background-color: #ffffff; color: #000000; text-align: start;&quot;&gt;&amp;middot;&lt;/span&gt;&lt;span style=&quot;background-color: #ffffff; color: #000000; text-align: start;&quot;&gt;&amp;middot;&lt;/span&gt;&lt;span style=&quot;background-color: #ffffff; color: #000000; text-align: start;&quot;&gt;&amp;middot;&lt;/span&gt;&lt;span style=&quot;background-color: #ffffff; color: #000000; text-align: start;&quot;&gt;&amp;middot;&lt;/span&gt;&lt;span style=&quot;background-color: #ffffff; color: #000000; text-align: start;&quot;&gt;&amp;middot;. 재한은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낯설어서 멈추려고 했지만 생각은 자꾸만 이어졌다. 재한은 창을 내리고 숨을 크게 한번 쉬었다. 미쳤네. 이게 다 눈 때문이야. 너무 많은 눈 때문에. (p26~27)&lt;/span&gt;&lt;/span&gt;&lt;/p&gt;
&lt;/div&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난 더 안 갈래.&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내일 못 오면? 일기예보에는 계속 눈인데.&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재한은 이 반복되는 대화를 마무리하고 싶었고, 이번에는 참지 못했다. 아, 그럼 너 혼자 가든가! 그 소리에 놀란 유미가 입을 벌린 채 재한을 보았다. 재한이 그렇게 소리를 내질러본 적은 군대에 있을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재한 역시 자신의 목소리에 놀랐다. 재한은 수치심과 흥분이 뒤섞여 머리가 뜨거워지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씨발. 재한은 자기도 모르게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 뭐야 너? 돌았냐? 유미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물었다. 내 얘기를 안 듣잖아. 너무하잖아. 나 정말 걱정돼서 그래. 미안. 재한은 재빨리 사과한 후 몸을 숙이고 깊게 숨을 내쉬었다. 하얀 입김이 눈밭 위로 흩어졌다. 재한은 한동안 숨을 골랐다. 소리를 지르는 순간 느꼈던 은근한 쾌감을 숨기고 싶었다. 재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눈을 피하는 재한을 향해 유미가 작지만 또박또박 힘을 주어 말했다. 알았으니까 미친놈처럼 소리 지르지 마. 유미의 입술이 창백했다. 재한은 후회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유미는 가방에서 약통을 꺼내 들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좀 더 가볼래? 재한이 미안함이 잔뜩 묻은 어조로 물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유미가 한숨을 푹 내쉰 뒤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일단 여기 뿌리고, 내일 올 수 있으면 다시 오고. (p29)&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이 모든 게, 거짓말 같아.&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둘 다 울지는 않았다. 뼛가루를 뿌리는 행위는 영화에서처럼 낭만적이지 않았다. 비참한 기분이었다. (p30)&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자신이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세계, 타인, 결국에는 스스로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게 되는 여정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이 작품을 썼어요. 손에 쥐는 순간 녹아버리는 눈처럼 '무엇 하나 정확하게 움켜쥘 수 없는 것이 삶'이라는 인식이 이 소설에서 중요했습니다. (p104)&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span style=&quot;letter-spacing: 0px;&quot;&gt;&lt;b&gt;관종들, 김혜진&lt;/b&gt;&lt;/span&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경계를 탐색하는 이야기. 이것은 옳바름에 대한 적절한 안내일까, 다름에 대한 무례한 참견일까.&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경계를 세우는 일은 늘 어렵다. 실제 뭐든 '적당히'가 좋은데 나의 '적당히'와 나 아닌 사람이 가진 '적당히'라는 것은 늘 차이가 있기 마련이니까. 더욱이 경계라는 것은 세우기에 따라 내가 경계 안에서 밖을 보는 것일 수도 있고, 내가 밖에서 안을 보는 것일 수도 있다. 나는 같은 자리에 서 있는 것이지만 이것은 결과적으로 완전히 다른 상황이 되어버린다. 나는 방어하려는 사람일 수도, 침범하려는 사람일 수도 있게 된다. 어렵다. 어렵다는 건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는 거고, 단순 옳고 그름으로 판가름나는 게 아니라 늘 스스로 물어보고 경계하고 돌아봐야 할 윤리적인 문제이기도 하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굳이 보면 소설 속 부부가 관종으로 수렴되는 건 아닌 거 같은데... 내용만 보자면 차라리 손을 들어주고 싶다. 요즘 세상에서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성혜령, 대부호&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대부호'라는 게임을 처음 들어봄.&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게임의 설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함. -_-;;;;&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그때부터 뭔가 이 글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겠다, 망했다 싶었음.&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아니나 다를까, 뭔가 좀 도식적으로 읽힘. ;;;&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겨울의 윤리, 이민진&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머리 일부가 움푹 파여 침을 질질 흘린다는 상당히 구체적인 묘사였다. 나는 끔찍한 내용보다 아직도 해진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때 죽었으므로 사람들이 기억하는 해진은 열여섯 살에 멈춰 있을 텐데 사람들은 어떻게 성인이 된 그 애를 알아본 걸까.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누구 하나라도 말을 걸었다면 그 애가 아니라는 걸 알았을 텐데 아무도 확인하지 않은 게. 사람들은 온갖 이야기를 지어내고 믿으면서 그 애의 죽음만은 상상하지 못한다. (p209)&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내가 기억하는 해진은 조숙한 아이였다. 부모님의 이혼처럼 인생에는 자연재해와 같은 사건이, 속절없이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는 일들이 존재한다는 걸 일찍이 깨달은 아이. (p210)&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암자에 머물며 해진은 왜 사람들이 기를 쓰고 정상에 오르는지 알게 됐다. 암자에서 본 산은 거대한 봉분처럼 고요했으나 암자로 돌아오면서 본 숲은 전쟁터였다. 생명력이 넘칠수록 혼란한 풍경이었다. (p216)&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숨이 차오른다. 부연 입김이 눈앞에 어린다. 흩어진다. 다시 숨이 피어오른다. 흩어진다. 사리진다. 미워하지 않는다. 원망하지 않는다. 아무 일도 없던 듯 과거를 묻고, 전력을 다해 도망치고, 모든 게 희미해진 곳까지 멀어진 나는 이곳에 묻힌 게 뭔지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한 채 운다. 아무리 울어도 기억의 정경은 녹지 않는다. 용서해줄 사람도 용서받을 사람도 없다. 아무도 살지 않는 이곳은 영원한 겨울이다. (p239)&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비슷하지만 다르다. 실제 그 지점 전까지의 삶을 전생이라고 불러도 될, 지금의 삶을 사는 사람이 가질법한 감각을 이 소설은 꽤 비슷하게 보여주고 있으나 다르다. 하기사 그건 또 사람마다 다를 것일 테니 얼마만큼 비슷하고 다를지는 읽고 감각하는 사람마다 같을 수 없겠지만, 사람은 그렇게 평온만할 수 없다. 평정으로 돌아갈 수는 있어도. 굳이 따지자면 하루키의 소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에 나오는 이즈미 정도의 황폐함이 그 평온의 색깔이라면 몰라도... 뭐 꼭 그래야 된다는 건 아니지만 '용서해줄 사람도 용서받을 사람도 없'는 사람의 마음이란 아주 잿빛일 테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실패담 크루, 정이현&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제일 재밌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실패담마저 성공시켜야 한다는 인간이라는 건 참 지구를 말아먹기 충분한 종이로구나 싶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 성공의 시도가 리볼버처럼 철컥철컥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대부분은 실패담이다. 그러다 철컥이 아닌 '탕' 소리가 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러시안룰렛처럼 이렇게 사람을 밀어내고 다시 젊은피를 수혈하고 철컬철컥 빈소리를 내다 탕!&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인류는 그래서 멸망하고 인류는 그런 이유로 멸종돼도 되는 것인지도.&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 함윤이&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description>
      <category>책 읽고</category>
      <category>2026 #이상문학상 #위수정 #김혜진 #성혜령 #이민진 #정이현 #함윤이</category>
      <author>살아남자</author>
      <guid isPermaLink="true">https://hunihani.tistory.com/150</guid>
      <comments>https://hunihani.tistory.com/150#entry150comment</comments>
      <pubDate>Wed, 6 May 2026 12:04:19 +0900</pubDate>
    </item>
    <item>
      <title>한국이란 무엇인가, 김영민</title>
      <link>https://hunihani.tistory.com/149</link>
      <description>&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814&quot; data-origin-height=&quot;5286&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ccgw4S/dJMcacP42yO/aIy1GPKqoJUBhvUTgf5Mx0/img.jp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ccgw4S/dJMcacP42yO/aIy1GPKqoJUBhvUTgf5Mx0/img.jp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ccgw4S/dJMcacP42yO/aIy1GPKqoJUBhvUTgf5Mx0/img.jp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ccgw4S%2FdJMcacP42yO%2FaIy1GPKqoJUBhvUTgf5Mx0%2Fimg.jp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814&quot; height=&quot;5286&quot; data-origin-width=&quot;814&quot; data-origin-height=&quot;5286&quot;/&gt;&lt;/span&gt;&lt;/figure&gt;
&lt;/p&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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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div style=&quot;background-color: #ffffff; color: #000000; text-align: start;&quot;&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목차&lt;/h2&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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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ul style=&quot;list-style-type: disc;&quot; data-ke-list-type=&quot;disc&quot;&gt;
&lt;li style=&quot;color: #595959;&quot;&gt;프롤로그: 한국을 다시 생각한다&lt;br /&gt;&lt;br /&gt;1부 한국의 과거&lt;br /&gt;한국의 이념: 세상에, 홍익인간이라니&lt;br /&gt;한국의 신화: 단군신화를 생각한다&lt;br /&gt;한국의 고대: 삼국시대라뇨&lt;br /&gt;한국의 고전: 역사책을 다시 읽는다&lt;br /&gt;한국의 국가: 전염병과 국가&lt;br /&gt;한국의 임금: 왕의 두 신체&lt;br /&gt;한국의 불교: 역사 속의 불교&lt;br /&gt;한국의 정치공동체: 성군은 없다&lt;br /&gt;한국의 보편과 특수: 천주당에 가서 그림을 보다&lt;br /&gt;한국의 유사종교: 유교랜드&lt;br /&gt;한국의 노비: 노비랜드&lt;br /&gt;한국의 독립운동: 미시적 독립투쟁을 찾아서&lt;br /&gt;한국의 식민 체험: 침탈, 동화, 정체성&lt;br /&gt;한국의 정치신학: 님의 침묵&lt;br /&gt;&lt;br /&gt;2부 한국의 현재&lt;br /&gt;한국의 군사정권: 〈서울의 봄〉과 쿠데타&lt;br /&gt;한국의 민주주의: 소년이 온다&lt;br /&gt;한국의 혁명: 혁명을 끝내는 법&lt;br /&gt;한국의 시민사회: 시민사회의 자율성을 찾아서&lt;br /&gt;한국의 근대화: 이것이 한국의 근대화다&lt;br /&gt;한국의 대학: 자유의 궤적&lt;br /&gt;한국의 청년: 그냥 이렇게 살다가 죽을 것인가&lt;br /&gt;한국의 어른: 환멸에 맞서는 안티테제&lt;br /&gt;한국의 이민: 테세우스의 배는 어디에&lt;br /&gt;한국의 사진: 한국 주제의 전시에 가다&lt;br /&gt;한국의 건축: 자유의 여신상을 보다&lt;br /&gt;&lt;br /&gt;3부 한국의 미래&lt;br /&gt;한국의 소원: 누군가의 소원을 본다는 것은&lt;br /&gt;한국의 기회: 어떤 행동이 발생하기 위해서는&lt;br /&gt;한국의 개혁: 지금과 다른 삶이 합리적이라 느껴질 때&lt;br /&gt;한국의 선택지: 주어진 선택지에 갇히지 말기를 기원한다&lt;br /&gt;한국의 새 이름: 그것은 구성된 것이다&lt;br /&gt;한국의 기적: 기적이란 무엇인가&lt;br /&gt;한국의 보수: 〈그랜 토리노〉를 권한다&lt;br /&gt;한국의 멸망: 공동체의 생멸을 생각한다&lt;br /&gt;&lt;br /&gt;에필로그: 고통을 사랑하십니까&lt;/li&gt;
&lt;/ul&gt;
&lt;/div&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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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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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유교랜드&lt;/b&gt; (p91~98)&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안동 지역에 진입하자 &quot;한국 정신문화의 수도&quot;라는 표어가 보였다. 2006년에 &quot;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quot;이라는 브랜드를 안동시가 특허청에 등록하고 선포하기 때문이다. &quot;정신문화의 수도&quot;란 역사적 의의가 담긴 표현이다. 관직으로 환원되지 않는 가치를 추구하는 선비들이 모여 살던 고장이라면, 정치적 수도인 한양에 경쟁할 수 있는 &quot;정신문화의 수도&quot;라는 말을 붙여볼 만도 하지 않은가. 많은 &quot;한국 정신문화의 수도&quot; 팻말을 거쳐 마침내 유교랜드에 도착했다. 입장객을 맞는 간체자 중국어 안내를 보며, 예상 고객의 상당수가 중국인 관광객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유교랜드 내부는 일정한 순서를 따라 관람하게끔 되어 있다. 제일 처음 마주하게 되는 장면은, 오토바이를 옆에 두고 청소년 마네킹들이 서 있는 모습이다. 그들 옆에는 &quot;14세 미만 소년범 5배로 급증&quot;이라는 글이 붙어 있다. 즉 유교랜드의 세계는 도덕이 땅에 떨어진 난세를 개탄하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조금 더 걸어가면 &quot;우리는 지금 행복한가&quot;란고 묻는 형광 글씨가 나타난다. 이어서 청녀들이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혼란스러운(?) 세태 묘사가 나온다. 거기서 조금 더 걸어가면, &quot;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세상인가&quot;라는 형광 글씨가 나타난다. 이어서... 이 사진들은 모두 우리가 사는 현대 세계의 어두운 단면을 나타낸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유교랜드는 절망하지 않는다. &quot;유고, 그 아름다운 세상을 찾아서&quot;라고 쓴 형광 글씨가 나탄나다. 마침내 대안을 제시한다. &quot;왜 하필 이익을 논하십니까(&lt;span style=&quot;background-color: #ffffff; color: #474747; text-align: start;&quot;&gt;何必曰利)?&quot;라는 맹자의 말이 적혀 있다. 탐욕의 제거, '나라에 충성, 부모에 효도'라는 윤리적 실천을 통해 세계의 여러 부정적인 모습을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실제로 작동했던 과거 사회는 단순히 그러한 도덕률의 선양과 탐욕의 절제로만 유지되지는 않았지만, 소위 유교의 의의를 연구하는 많은 현대 학자는 현대의 제반 문제를 그런 도덕률로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의 논문을 발표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도덕적 메시지는 과거의 사상과 문화의 실제를 닮았다기보다는 세상의 복잡한 문제를 도덕적 조언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상당수 현대 지식인들을 닮았다.&lt;/span&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span style=&quot;background-color: #ffffff; color: #474747; text-align: start;&quot;&gt;한 층 더 올라가면, 영상 상영관이 나온다. 상영물의 제목은 &quot;인의와 예지의 도깨비 나라&quot;다. 지금은 상영 시간이 아니라기에 직원에게 영상물의 줄거리만 물어보았다. 어른 말을 안 들으면 도깨비가 아이를 호내주는 스토리라고, 직원이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과거 안동 지역에 유행했던 주자학이라는 사상 체계는 결과로 주어지는 보상 때문에 도덕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건만, 이 영상물은 결국 보상 체계를 통해 아이들에게 도덕을 주입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 점에서 주자학보다는 보상을 통해 행동을 유도하려는 현대의 많은 논의를 닮았다.&lt;/span&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span style=&quot;background-color: #ffffff; color: #474747; text-align: start;&quot;&gt;...&lt;/span&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span style=&quot;background-color: #ffffff; color: #474747; text-align: start;&quot;&gt;지하층으로 내려오니, 휴식하는 입장객들을 위한 서가가 있었다. 각종 위인전, 역사책 등과 함께 &amp;lt;왜 당신의 시계는 멈춰버렸을까?, &amp;lt;반기문 총장님처럼 되고 싶어요&amp;gt;, &amp;lt;아내가 결혼했다&amp;gt;, &amp;lt;부부? 살어 말어&amp;gt;, &amp;lt;한국형 가치투자 전략&amp;gt;과 같은 책들이 꽂혀 있었다. 그때서야 작은 깨달음이 왔다. 그렇군, 유교랜드는 과거의 한국 문화를 보여주는 곳이 아니라 현대 한국을 보여주는 곳이군. 프랑스의 사상가 장 보드리야르는 디즈니랜드는 '실제의' 나라, '실제의' 미국 전체가 디즈니랜드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거기 있다고 말한 적이 있지. 유교랜드는 실제의 나라, 실제의 한국 전체가 유교랜드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안동에 있는 것이 아닐까. 꼭 과거에 존재했던 문화라기보다는 현대 한국이 발명한 '유교'의 랜드.&lt;/span&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span style=&quot;background-color: #ffffff; color: #474747; text-align: start;&quot;&gt;유교랜드에는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해야 하는 한구 광광산업의 현실과 지역경제를 활성화해야 하는 지방자치체의 현황과 결국 도덕률로 환윈되고 마는 정치적 비전과 젊은 세대에 대한 얄팍한 이해와 계층 이동을 바라는 부모의 마음과 조악하게 재발명되고 있는 전통의 모급과 이익을 논하고 있는 한국 투자자들의 마음과 거대한 투자처처럼 된 현대 한국의 모습이 모두 전시되어 있다. 유교랜드는 과거 유교 문화의 테마파크가 아니라 현대 한국을 구현한 테마파크다.&lt;/span&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span style=&quot;background-color: #ffffff; color: #474747; text-align: start;&quot;&gt;...&lt;/span&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글이 맛있다. 이즈음의 세대에게 뭐랄까, 설명하기 어렵지만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어떤 태도, 그러므로 결국 문장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 어떤 공통점 같은 게 있는데, 내가 뭘 아는 게 많은 인간이 아니라 일단은 '유머 감각'이라고 표현하겠다. 근데 적고보니 또 그런데 이게 거꾸로랄까, 이런 유머 감각을 가진,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그런 태도를 자신의 문장으로 드러낼 수밖에 없는 그런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보면 그런 사람들이 대체로 그즈음 세대에 모여있더란 말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언뜻 든 생각이지만 초기 개콘(개그콘서트)의 감수성이랄까? 그 글쓴이의 나이가 어떻든 그 당시 그 시대의 감수성의 세례를 받았달까? 그걸 문학쪽에서 보면 가장 잘 사용하는 게 박민규 작가라는 생각이고 칼럼니스트쪽에서는 생각보다 제법 많았는데, 당장 떠오르는 대표적인 사람이 없는 걸 보니 내가 요즘 언론을 얼마나 멀리하고 있는지 자각이 된다. ;;;&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아무튼 '유교랜드'에 이어지는 연타(다음 칼럼)도 참 재밌는데, 책을 다 옮겨 적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연타란 결국 후속타를 쳤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지만 그 앞선에 먼저 친 것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 어쩔 수 없이 앞에 것을 먼저 소개한다. 재밌다. 18,800원. 10퍼 할인을 받겠지만 체감으로는 그 몇 배의 값어치를 아주 오래도록 해줄 거 같다. 물론 약간의 건망증? 같은 게 필요하겠지만.&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소년이 온다 &lt;/b&gt;(p142~149)&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한강의 소설 &amp;lt;소년이 온다&amp;gt;를 읽는 일은 피에 젖은 텍스트를 업고는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는 것과 같다. &amp;lt;소녀이 온다&amp;gt;를 한달음에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다지 길지 않은 이 장편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종종 쉬고, 자주 한숨을 쉬어야 한다. &amp;lt;소년이 온다&amp;gt;는 한국현대사가 낳은 구상도(九相圖)이기 때문이다. 구상도란 인간의 시체가 어떻게 부패하는지를 두 눈 똑똑히 뜨고 보라고 권하는 그림 장르다. 시체가 즐비했던 1980년 5우러 광주를 다루는 &amp;lt;소년이 온다&amp;gt; 역시 불가피하게 시체에 대한 묘사를 담는다. &quot;그녀는 십대 후반이나 이십대 초반의 자그마한 여자였는데, 썩어가면서 이제는 성인 남자만큼 몸피가 커졌다. (&amp;middot;&amp;middot;&amp;middot;) 너는 부패의 속도에 놀란다.&quot;(11쪽)&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전통적인 구상도가 인간은 결국 죽을 수박에 없다는 보편적 사실을 전한다면, &amp;lt;소년이 온다&amp;gt;는 죽지 않아도 되었을 인간이 죽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전한다. &quot;여자의 이마부터 왼쪽 눈과 광대뼈와 턱, 맨살이 드러난 왼쪽 가슴과 옆구리에는 수차례 대검으로 그은 자상이 있다. 곤봉으로 맞은 듯한 오른쪽 두개골은 움푹 함몰돼 뇌수가 보인다. 눈에 띄는 그 상처들이 가장 먼저 썩었다. 타박상을 입은 상처의 피멍들이 뒤따라 부패했다.&quot;(12쪽) 독자가 지켜봐야 하는 것은 죽지 말아야 했을 이들의 시체다. 그러니 힘겹지 않을 도리가 있는가.&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처럼 힘겨운 역사적 사실을 다루는 &amp;lt;소년이 온다&amp;gt;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독재자의 폭정을 비판하고 민주화 과정의 피해자들을 옹호하려는 것일까. 책을 끝까지 읽은이라면 거의 누구나 당시 가해자들에 대한 분노와 희생자들에 대한 슬픔에 휩싸이게 된지만, &amp;lt;소년이 온다&amp;gt;는 단순히 피해자를 찬양하거나 위로하는 소설이 아니다. 찬양과 위로에 앞서 &amp;lt;소년이 온다&amp;gt;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전하는 데 주력하고, 그렇게 전해진 목소리의 내용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그것은 공감을 구하는 정서적 호소일 뿐 아니라 사유를 촉발하는 지적인 질문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최근 인터뷰에서 한강은 말했다. &quot;어느 시기에든 골몰하는 질문이 있고, 그 질문을 진척시켜보는 방식으로 소설을 쓰게 됩니다.&quot; 그렇다. &amp;lt;소년이 온다&amp;gt; 역시 골몰하는 질문들로 가득 차 있다. 1980년 광주에서 벌어진 그 불가해한 상황을 두고, 작가는 묻고, 묻고, 또 묻는다. 거듭거듭 묻는다. &quot;왜 나를 죽였지. 어떻게 죽였지.&quot;(52쪽) 이 질문은 반복된다. &quot;왜 나를 쐈지. 왜 나를 죽였지.&quot;(58쪽) 도대체 왜 그랬을까. 그들은 악마였나. 이 질문은 결국 인간에 대한 질문으로 귀결된다. &quot;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우리들은 단지 보편적인 경험을 한 것뿐입니까?(134쪽)&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잔인한 가해자는 무력한 피해자를 &quot;아무것도 아닌 것, 벌레, 짐승, 고름과 진물의 덩어리&quot;(134쪽)로 만들어버리고 싶어 한다. 잘난 처가지 마라. 인권? 잘난 척하지 마라. 존엄? 잘난 척하지 마라. 너희는 결국 쓰레기다라고 말하고 싶어 한다. 상대가 자신처럼 비천해지기를 바라는 이들은 상대를 서슴없이 고문한다. 싹싹 빌 때까지 고문한다. &quot;살려주시오. 헐떡이며 남자가 외쳤따. 경련하던 남자의 발이 잠잠해질 때까지 그들은 멈추지 않고 곤봉을 내리쳤다.&quot;(25쪽) 왜 이토록 잔인해지는가. 그들은 누군가 존엄을 지키는 모습을 참지 못한다. 그들의 존엄을 통해 자신의 비열함이 드러나게 되니까. &quot;너희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애국가를 부른 게 얼마나 웃기는 일이었는지, 우리가 깨닫게 해주겠다. 냄새를 풍기는 더러운 몸, 상처가 문드러지는 몸, 굶주린 짐승 같은 몸뚱아리들이 너희들이라는 걸, 우리가 증명해주겠다.&quot;(119쪽)&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러니 5.18을 직잔접적으로 경험한 사람들은 도리 없이 묻게 된다. &quot;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quot;(134쪽) 만약 여기서 멈추어 섰다면 &amp;lt;소년이 온다&amp;gt;는 인간의 어두운 면을 고발하는 작품이었을 것이다. 거기에 그쳤을 것이다. 인간의 잔악함을 고발하는 선언에 불과할 뿐, 인간읜 심연을 탐구하는 질문이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잔인한 가해자들만큼이나 선한 피해자들이 있었기에 한강은 멈추어 서지 않는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5.18의 시민들은 수동적인 피해자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도 몰랐던 자신을 발견하는 체험을 한다. &quot;군인들이 쏘아 죽인 사람들의 시신을 리어카에 실어 앞세우고 수십만의 사람들이 함께 총구 앞에&amp;nbsp; 섰던 날, 느닷없이 발견한 내 안의 깨끗한 무엇에 나는 놀랐습니다.&quot;(114쪽) &quot;선생은 압니까. 자신이 완전하게 깨끗하고 선한 존재가 되었다는 느낌이 얼마나 강렬한 것인지. 양심이라는 눈부시게 깨끗한 보석이 내 이마에 들어와 박힌 것 같은 순간의 광휘를.&quot;(116쪽)&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같은 인간의 탈을 썼기에, 이제 인간은 단순한 선도 아니고 단순한 악도 아닌, 그야말로 모순을 품은 질문이 된다. 인간은 실로 양면적이며 모순적이다. &quot;특별히 잔인한 군인들이 있었다. 처음 자료를 접하며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연행할 목적도 아니면서 반복적으로 저질러진 살상들이었다. (&amp;middot;&amp;middot;&amp;middot;) 특별히 잔인한 군인들이 있었던 것처럼 특별히 소극적인 군인들이 있었다. 피 흘리는 사람을 업어다 병원 앞에 내려놓고 황급히 달아난 공수부대원이 있었다.&quot;(206, 212쪽) 어떤 특정한 경험이나 편견으로 인해 인간을 일방적으로 찬양하거나 증오하기는 쉽다. 그러나 모순으로 가득 찬 그 존재의 전모를 끌어안기는 쉽지 않다. 인간이란 저열하기도 하고 고귀하기도 한 존재, 아니 저열해질 수도 있고 고귀해질 수도 있는 존재. 그러니 물을 수밖에. 인간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한강은 인터뷰에서 말했다. &quot;저는 언제나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그리고 산다는 게 대체 무엇인지에 대해 자꾸 생각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인간의 저열함은 놀랍게도 생존의 욕망에서 온다. 살겠다는 의지에서 온다. 인간은 죽음이 두렵다. 그 바닥없고 어두컴컴한 구덩이가 두렵다.&amp;nbsp; &quot;입을 벌리고 몸에 구멍이 뚫린 채, 반투명한 창자를 쏟아내며 숨이 끊어지고 싶지 않았다.(89쪽) 그리하여 &quot;쇠가 몸을 뚫으면 사람이 쓰러진다&quot;(115쪽)는 사실에 집착한다. 그래서 총칼을 피하고, 먹을 것을 입에 쑤셔 놓고, 자기 것을 챙기고, 자기 새끼를 감싸고, 재산 증식에 골몰한다. 살아 있는 그 누구도 이 욕망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삶이란 실로 지긋지긋한 것이다. 그래서 말한다.&quot;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웁니다.&quot;(135쪽)&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러나 인간은 그저 생존에 연연하기만 하는 존재는 아니다. 인간은 한갓 생존을 넘어서려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렇게 넘어서게 하는 고귀한 힘을 한강은 양심 혹은 영혼이라고 부른다. 영혼이 고개를 들 때 &quot;결국 그 앳된 학생들의 스크럼 속으로 걸어들어갔을 것이다. 가능한 한 끝가지 그 속에서 버텼을 것이다. 혼자 살아남을 것을 가장 두려워했을 것이다.&quot;(87쪽) 그토록 생존에 연연하던 존재가 문득 혼자 살아남을 것을 거부하게 되는 것이다. &quot;나 자신을 지키는 일로 남은 인생을 흘려보내지 않았을 거란 말이야.&quot;(162쪽) 이 견결한 영혼이란 것은 동시에 너무나도 가냘픈 존재. 그래서 묻는다. &quot;그건 무슨 유리 같은 건가.&quot;(130쪽) 영혼은 유리 같은 것이기에 깨지기 쉽고, 깨지기 쉽기에 조심해서 다루어야 하는 것. 영혼이 깨지는 순간조차 그것은 영혼의 부재 증명이 아니라 존재 증명이다. 약하지만 투명한 무엇인가가 기어이 존재했다는 증거. 인간이 짐승에 불과하지 않았다는 증거.&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인간이 이토록 모순적 존재라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인간을 그저 악마로만 보거나 그저 천사로만 보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quot;군중을 이루는 개개인의 도덕적 수준과 별개로 특정한 윤리적 파동이 현장에서 발생&quot;(96쪽)되는 법이기에, 인간의 집단적 삶의 형식과 배치에 대한 사회과학적 고민이 필요하다. 똑같은 사람도 그 형식과 배치에 따라 악마가 될 수도 천사가 될 수도 있기에. 그리고 그 어떤 사회적 배치 속에서도 &quot;끈질긴 의심과 차가운 질문들 속에서 살아나가야 한다.&quot;(96쪽) &amp;lt;소년이 온다&amp;gt;가 바로 그러한 인문학적질문을 던진다. 인간이란 무엇인가?&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인간이 무엇인지 끝내 확실히 알 수는 없겠지만, 한강은 인간에게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믿음만큼은 포기하지 않는다. 양심이라는 눈부시게 깨끗한 보석이 이마에 들어와 박힐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amp;lt;소년이 온다&amp;gt;의 마지막 부분, 죽은 동호의 어린 시절을 엄마는 이렇게 회상한다. &quot;여덟살 묵었을 때 네가 그랬는디. 난 여름은 싫지만 여름밤이 좋아.&quot;(191쪽) 그렇게 말한 동호에게 나는 이렇게 화답해본다. &quot;난 인간은 싫지만 이간의 영혼이 좋아.&quot; 영혼은 밤처럼 서늘한 것이니까. 여름밤이 없으면 여름을 견딜 수 없고, 영혼이 없으면 인간을 견딜 수 없으니까.&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글이 아프다. 눈과 코끝이 시큰거린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내가 &amp;lt;소년이 온다&amp;gt;를 읽은 건 무척 더운 여름날 한낮의 집구석 골방 안이었다. 창을 전부 열어뒀지만 미풍도 없고 선풍기 하나가 몇 날 며칠째 전기에게 엉덩이를 맡긴 채 끊이없이 노동에 노동, 중노동을 하며 더운 바람을 토해내는 중이었다. 책을 읽으며 나는 말 그대로 온몸으로 울었다. 눈물 대신 땀이기는 하지만 내 몸에서 세상 밖으로 쏟아낸 물의 양으로만 치자면 말 그대로 온몸으로 울며 읽은 소설이랄 수 있다는 얘기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눈물 대신 땀만 그렇게 쏟아냈던 건 더위에 쪄가며 책을 읽은 탓보다는 읽는 내내 화만 났기 때문이었다. 책에서도, 책 밖에서도&lt;span style=&quot;letter-spacing: 0px;&quot;&gt; 화를 내야 할 일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여전히 살아 헛소리를 내뱉는 전두환부터 폭식 투쟁을 한다는 모지리들에 그걸 응원한다고 피자 등을 바리바리 싸들고 온 느끼한 아저씨들, 저게 여론이라는 국회의원들과 그들을 쫓아다니는 언론. 세상에는 없어져야 할 것들, 다른 무엇도 아닌 고통으로 사그러져야 할 것들 투성이었다. 나는 분노했고, 그 분노는 여전하며, 앞으로 그 어떤 맑은 영혼이 내 앞에 오더라도 그 분노는 씻기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분노한다.&lt;/span&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시간이 흐르고, 세상은 변하는 듯 하다 또 조금도 변하지 않을 철옹성처럼 보이다 또 변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어차피 인간이란 존재 자체가 모순된다면 그 필터를 통해 인식될 세상 역시 모순에 다름 아닐 것이다, 정도로 생각하고는 과학책을 꾸준히 읽고 있다. 모순이라는 답 없는 세계에 그나마 네들은 명확한 답을 주겠거니, 읽으며 양자역학의 세계를 접하고 아... 젠장할, 과학이라고 별반다르지 않구나. 참 이 바닥이나 그 바닥이나 개떡같기가 지나치게 찰떡이다, 싶은 찰떡처럼 개떡이 달라붙은 상황.&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본인이 인식하는 세계가 개떡같다하여 멍멍이 짓는 소리를 뭘 이렇게 길게 늘어놓나 스스로가 의아한데, 그건 이런 글이 그만큼이나 많이 고맙기 때문이다. 나는 정당한 분노가 있다고 믿지만, 분노는 그 무엇보다 앞서 분노한 사람의 눈을 가린다. 아무리 정당한 분노로 행하는 정의라도 누군가에게 그 분노는 폭력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분노에 눈이 가린 채라면 그 폭력에 놀라 영혼으로 저항하는 사람에게 정의는 사라지고 분노만 남아 끝까지 폭력을 쏟아낼 지 모를 일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글이 &amp;lt;소년이 온다&amp;gt;를 읽고 활활 타오르는 분노에 더 가열찬 분노 에너지만 섭취하고 만 나에게, 어이 아저씨 그러지 마시라고 얘길해주고 있다. 마치 영약 섭취 설명서처럼 친절하게 설명해주면서. 무협지를 보면 영약이더라도 복용 방법이 잘못되면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는데, 이 설명서를 들고 다시 한 번 &amp;lt;소년이 온다&amp;gt;를 읽어봐야겠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자유의 궤적&lt;/b&gt; (p175~182)&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1980년 서울대 신입생이었던 어떤 이는 그해 봄을 잊을 수 없다.&amp;nbsp; 쿠데타로 집권한 신군부가 계엄령을 선포한 것이다. 꽃들이 자지러지듯 피어난 어느 봄날, 교정에 탱크가 진주했다. 꽃들이 소스라치듯 피어난 어느 봄날, 기숙사로 군인들이 난입했다. 퍽! 군인들은 욕설과 고함을 지르며 학생들을 구타했고, 학생들은 쫓기듯 기숙사 복도에 집합했다. ...&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렇게 대학 시절을 시작한 세대에게 자유의 의미는 분명했다. 이 야만스러운 군부독재로부터의 자유. 일주일이 멀다 하고 데모가 이어졌고, 그러한 정치적 저항은 1987년 직선제르 수용하기까지 계속되었다. 군부독재로부터의 자율는 그 활활 타오르는 명분 속에서 다양한 자유가 시도되었다. 독재에 저항할 자유, 대안적인 사회를 꿈꿀 자유, 법질서를 무시할 자유, 밤거리에서 방뇨할 자유, 그리고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될 자유. 그 시대에는 공부에 집중하지 않아도 될 명분이 널려 있었다. ...&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세월은 흘렀고, 민주화는 이루어졌고, 경제는 성장했으며, 1980년 신입생이었던 그는 대학원생이 되었다. 지금은 어느 대학의 고위 보직자가 된 그가 마침내 박사학위를 받언 1994년 봄, 서울대학교 국문학과 교수이자 문학평론가 김윤식은 대학신문에 &quot;살아 있는 정신에게-자유인의 표상에 부쳐&quot;라는 글을 기고한다. 그 글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quot;군의 입학이 유독 축복을 받아야 할 이유가 이을까.&quot; 이렇게 신입생에게 찬물을 끼얹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른바 명문 대학에 입학해서 기쁨과 자부심에 차 있을 학생들에게. 이 대학 입학은 너희의 성취가 아니라고 일갈한다. &quot;우연히도 군은 밥술이나 먹는 집에서 태어났고 그 때문에 고액의 과외 또는 재수도 할 수 있었고 혹은 튼튼한 육질과 맑은 귀를 유지할 수 있지 않았던가. 밥은 잘 먹었느냐, 잘 잤느냐, 내복 입었느냐, 공부했느냐고 묻는 보살핌 속에 군이 놓여 있지 않았을까.&quot; 즉 잘 먹고 잘 사는 집안에 우연히 태어난 결과로, 이른바 명문 대학에 입학한 것이니 무엇이 그리 자랑스러울 게 있느냐고 물었던 것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우리가 스스로의 노력으로 당당히 명문 대학에 입학한 영재들이 아니라고? 이게 우리의 자랑스러운 성취가 아니라고? 이렇게 반문할 법한 신입생들이 있었을 것이다. 고교 시절 내내 인내를 거듭했을 이라면 응당 보일 만한 반응이다. 그런데 김윤식은 그들을 한마디로 이렇게 규정한다. 돼지. 너희는 돼지다. 왜 돼지인가? 김윤식은 명문대 신입생을 두고 왜 돼지라고 불렀는가? 대학 입학은 그들의 성취도 아니었을뿐더라 심지어 그들의 '선택'도 아니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quot;심지어 기르는 강아지조차도 군의 안색을 살피는 그런 속에서 군은 살았다. 무슨 대학을 가야 된다든가, 무엇을 전공해야 된다는 것도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갈데없는 돼지였다.&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자신의 인생행로를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존재라. 그런 존재를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김윤식은 그러한 학생들을 노예라고 불렀다. 김윤식이 보기에, 그들을 노예로 만든 이들은 다름 아닌 그들의 '아비 어미'였다. &quot;군을 노예로 만들기 위해 그들은 아마도 사랑이라는 위선의 이름으로 그렇게 했던 것이리라.&quot; 그들은 사랑이라는 위선의 이름으로 신입생들이 처한 진정한 존재 조건을 가려주었떤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존재 조건이란? &quot;군은 다만 태어나졌을 따름. 던져진 존재였떤 것. 어디에 던져졌던가.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 아니겠는가. 거기 군은 혼자 던져졌고 따라서 불안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혼자 있음, 불안, 무서움, 이 삼각형의 도식이 군의 본래의 모습이었다.&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러한 존재 조건을 신입생들은 계속 외면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대학은 자유를 추구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대학에 온 이상 학생들은 수험서가 아니라 인간의 조건을 또렷이 응시하는 텍스트를 읽을 것이라고, 김윤식은 믿었다. &quot;그 계기란 도처에서 예감처럼 온다. 군이 창공의 별을 응시할 때 온다. 헤겔을 읽을 때 온다. &amp;lt;무진기행&amp;gt;을 읽을 때 온다. 릴케를 읽을 때 온다.&quot; 그렇게 읽고 읽다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고독한 자신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 결과, 불안과 공포에 떨게 될 것이다. 김윤식은 단언한다. &quot;이 짐은 아무도 벗어날 수 없다.&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quot;혼자 있음으로 말미암아 감당해야 될 불안과 공포를 대가로 하여 비로소 얻어진 권리.&quot; 김윤식은 자유를 이렇게 규정했다. 이제 더 이상 군부독재와 같은 절대다수가 합의하는 명징한 악은 없다. 그 악에 저항하는 것만으로 자유가 되는 시대는 저물었다. 이제 너는 혼자다. 자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이렇게 김윤식은 말한 것이다. 그런데 고독과 공포로 물든 이 자유야말로 축복할 일이다. 대학 입학이 축복할 일이라면, 그건 바로 대학이 자유를 추구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윤식은 이렇게 글을 맺는다. &quot;'살아 있는 정신'이라 부르는 이 자유 앞에 군은 지금 서 있다. 군의 입학이 축복받아야 할 이유가 있다면 바로 이 장면에서이리라.&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김윤식이 저 글을 쓴 지도 약 30년이 지났다. ... 그 30년 동안 대학은 착실하게 길을 잃었다. 누군가를 짐짓 경멸하는 사람이 응당 가지고 있어야 할 지적, 도덕적 권위가 사라졌다. 한때 대학의 권위를 수호했던 수문장들은 그 세월 동안 노골적인 도덕적 타락, 과도한 출세욕, 퇴색한 감수성, 망실된 총기, 깊어진 우울증과 더불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리하여 마침내 대학은 완전히 길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이제 대학은 진리를 추구하기에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길을 잃었기에 자유로울 것이다. 거기에 입학한 신입생들도 자유로울 것이다. 지나치게 자유로울 것이다. 비문과 비약으로 가득 찬 주장을 해도 고쳐주는 사람이 드물기에 자유로울 것이다. 만만치 않은 숙제로 괴롭히는 사람이 드물기에 자유로울 것이다. ...&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대학인 이제 자유와 진리의 전당이기 이전에 산학협동의 전당이다. 학생들은 존재의 고독에서 오는 공포와 싸우기보다는 취직의 공포와 싸운다. 공포에 질린 포유류가 되어 앞다투어 취직이 용이한 곳, 학점이 수월한 곳으로 몰려간다. ... 이 세상을 만든 것은 그르이 아니다. 기분에 의해 타인을 비방하고, 배척하고, 혐오하며, 명예를 거래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래도 이 세상에서 먹고사는 일은 중요하다. 모든 활동에는 경제적 기초가 있어야 하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 취직과 돈벌이에 유념하는 것은 타당하고도 당연하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러나 그것을 자유라고 부를 수는 없다. ...&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원래 세 개로 나뉘어진 부에서 각 하나 정도의 칼럼만 발췌를 할 생각이었다. 그것도 부분만. 그래야 전체가 더 궁금해질 테니까. 발췌나마 조금 더 많은 이들에게 그렇게 내용이 전해지고, 그렇게 읽혀진 부분 때문에 내 의도대로 책 전체가 궁금해진다면, 내가 기쁘게 읽은 이 책이 더 많이 잃히고 판매되고 뭐 그런 망상의 일부를 이렇게 실현해보자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근데 도무지... 책 전체를 스캔해 인터넷 상에 공개해버리고 싶은 욕구를 버티기가 어렵다.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 그러하므로, 참아야 한다, 지적재산권 침해로 아무리 나라에서 정성스럽게 지어준 밥이라고 해도 그들과 같으 밥에 반찬을 두고 겸상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따위의 헛소리를 씨부렁 거리며 허벅지를 찔러댔다. 그럼에도... 도무지 참지 못하고, 사실 몇 번의 고비를 어떻게든 넘겼었는데 이 부분에서는 도저히 참지를 못했다. 따흑&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7세 고시니 4세 고시 따위의 소리를 들으며 내가 느끼는 고통이 이렇게나 큰 것이었구나, 이렇게 자각한다. 그렇게 엘리트가 되는 사람들이 제일 앞장서 가장 알차게 마지막까지 꼼꼼하게 나라를 들어먹고 해쳐먹고 조져먹는 다는 걸 무수히 보며 받은 스트레스가 정말 컸었구나, 또 새삼 깨닫는다. 그리고 하필 오늘이 4월 4일 그날이라니... ㅎ&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리고 그럼으로 이렇게 이 책의 발췌는 갈음한다. '한국의 미래'에서 '그것은 구성된 것이다' '기적이란 무엇인가' '&amp;lt;그랜 토리노&amp;gt;를 권한다' 셋 중 뭘 적어 올리는 게 좋을까, 고민에 고민에 고민을 하다, 내가 작가도 아닌데 왜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는 '그것은 구성된 것이다'에서 배운 아주 작은 부분인데, 역시 배워야 몸이 덜 고생한다. 역시나, 좋은 책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description>
      <category>책 읽고</category>
      <category>한국이란 무엇인가 #김영민</category>
      <author>살아남자</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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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Sat, 4 Apr 2026 12:41:17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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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권력과 진보, 대런 아세모글루  사이먼 존슨 / 김승진 / 생각의 힘</title>
      <link>https://hunihani.tistory.com/148</link>
      <description>&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817&quot; data-origin-height=&quot;1200&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2QJZJ/dJMcaiCyWo1/pTi9rBToD7vjonqyiFLR5K/img.jp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2QJZJ/dJMcaiCyWo1/pTi9rBToD7vjonqyiFLR5K/img.jp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2QJZJ/dJMcaiCyWo1/pTi9rBToD7vjonqyiFLR5K/img.jp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2QJZJ%2FdJMcaiCyWo1%2FpTi9rBToD7vjonqyiFLR5K%2Fimg.jp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817&quot; height=&quot;1200&quot; data-origin-width=&quot;817&quot; data-origin-height=&quot;1200&quot;/&gt;&lt;/span&gt;&lt;/figure&gt;
&lt;/p&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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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h4 style=&quot;color: #000000;&quot; data-ke-size=&quot;size20&quot;&gt;목차&lt;/h4&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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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div style=&quot;background-color: #ffffff; color: #555555; text-align: left;&quot;&gt;
&lt;div style=&quot;color: #666666; text-align: justify;&quot;&gt;프롤로그: 진보란 무엇인가?&lt;br /&gt;&lt;br /&gt;1장 테크놀로지에 대한 통제&lt;br /&gt;2장 운하의 비전&lt;br /&gt;3장 설득 권력&lt;br /&gt;4장 비참함의 육성&lt;br /&gt;5장 중간 정도의 혁명&lt;br /&gt;6장 진보의 피해자&lt;br /&gt;7장 투쟁으로 점철된 경로&lt;br /&gt;8장 디지털 피해&lt;br /&gt;9장 인공 투쟁&lt;br /&gt;10장 민주주의, 무너지다&lt;br /&gt;11장 테크놀로지의 경로를 다시 잡기&lt;br /&gt;&lt;br /&gt;감사의 글&lt;br /&gt;출처 및 참고 문헌에 관하여&lt;br /&gt;참고 문헌&lt;br /&gt;사진 출처&lt;br /&gt;찾아보기&lt;/div&gt;
&lt;/div&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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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책을 읽으면 금방 여기서 지적하는 위험이 현실에서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알게 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지금 뉴스에 나오니까. 제법 많은 게 지나간 이슈인 건 안 비밀.&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리고 AI 혁신으로 조만간 인류가 맞이하게 될 새로운 세계가 얼마나 '멋진 신세계'일지 떠드는 여러 AI 회사의 대표들의 말이&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지옥으로 가는 길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선의와 아름다운 말과 예상할 수 없는 열정에 의해 깔리는 고속도로인가' 생각하게 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들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미래니까.&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그리고 이건 좀 뻘얘긴데... ;;;&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데이비드 싱클레어의 &amp;lt;노화의 종말&amp;gt;을 읽으며 이거... 3페이지만 읽으면 되는 건데 되게 길게 쓰네 ;;; 했던 적이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노화는 질병이고, 질병이므로 고칠 수 있고, 배고픔이 주는, 추울 때 느끼는, 육체적 활동으로 호흡이 찰 때 느끼는 스트레스는 좋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때 느끼는 스트레스가 노화라는 당신에게 닥치는 질병의 도래를 늦춰줄 것이다, 라는 게 전부는 아니었지만&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딱 그게 내가 그 책을 읽으려던 동기의 대부분을 해결해줬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바로 그 세 페이지를 찰칵찰칵 사진으로 찍어 어머니께 보내드리고 잔소리를 다다다다다 시전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lt;노화의 종말&amp;gt;이 워낙 극적 예시라 이렇게 예를 들었지만 &amp;lt;권력과 진보&amp;gt;도 이렇게 두꺼울 필요가 있나... 싶다는 개인적 의견 ;;;&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프롤로그&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기술 진보가 학교, 공장, 감옥, 병원이 더 잘 돌아가게 해줄 것이고 이것이 모두에게 득이 되리라는 것이 제러미 벤담에게는 너무나 자명했다. 과하게 격식을 갖춘 옷차림에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쓰고 휘황한 어휘를 구사하는 그를 오늘날의 실리콘밸리에 데려다 놓으면 생뚱맞아 보이겠지만, 그의 사고는 오늘날 유행하는 견해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이 견해에 따르면 새로운 테크놀로지는 인간의 역량을 확장해 주고 그것이 경제 전반에 적용되면 효율성과 생산성을 크게 증가시킨다. 그다음에 사회는 조금 늦게든 빠르게든 그 이득을 분배할 방법을 알아낼 것이고, 이는 모두라고 말해도 될 만큼 많은 사람에게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다. 그 논리에 따르면 아무튼 그렇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18세기 스코틀랜드 학자 애덤 스미스Adam Smith 또한 현대의 벤처캐피탈 이사회에 합류하거나 &amp;lt;포브스Forbes&amp;gt;에 글을 쓴대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스미스의 견해에서, 더 나은 기계의 도입은 거의 자동적으로 노동자들의 더 높은 임금으로 이어진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더 좋은 기계, 더 나은 솜씨, 더 적절한 분업과 작업의 분배, 이 모두가 진보의 자연스러운 효과인데, 이런 것들 덕분에 특정한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노동의 양은 훨씬 적어진다. 따라서, 사회가 번영함에 따라 노동의 실질 가격이 매우 상당한 속도로 상한한다 하더라도...&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렇든 아니든 저항은 어차피 무용하다. 스미스와 동시대에 살았던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는 상업의 법칙이 &quot;자연법칙이며 따라서 신의 법칙&quot;이라고 말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신의 법칙에 어떻게 저항할 수 있겠는가? 멈출 수 없는 테크놀로지의 행진에 어떻게 저항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어쨌거나 간에 이러한 발전에 저항을 왜 하는가?&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모든 낙관이 무색하게 지난 1000년의 역사는 발명과 혁신이 &quot;공유된 번영&quot;과는 딴판인 결과를 불러온 사례로 가득하다. (p15~16)&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오늘날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상보다 생활 수준이 높은 이유는 우리 앞에 있었던 산업 사회 국면들에서 시민과 노동자가 스스로를 조직해 테크놀로지의 노동 여건에 대해 상류층이 좌지우지하던 선택에 도전했고 기술 향상의 이득이 더 평등하게 공유되는 방식을 강제해 냈기 때문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제 이 일을 우리가 다시 해야 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역사가 말해주는 교훈에도 아랑곳없이, 오늘날의 지배적인 내러티브는 250년 전 영국에서 지배적이었던 내러티브로 놀랍도록 가깝게 되돌아간 듯 보인다. 아니, 우리는 제러미 벤담, 애덤 스미스, 에드먼드 버크의 시대보다 테크놀로지에 대해 더 엘리트주의적이고 더 맹목적으로 낙관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1장에서 보겠지만, 오늘날 굵직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은 &quot;진보의 이름으로&quot; 생겨난 고통에 또다시 눈과 귀를 닫고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우리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진보가 결코 자동적인 과정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오늘날의 &quot;진보&quot;는 또다시 소수의 기업가와 투자자만 부유하게 하고 있으며 나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역량과 권한을 박탈당하고 이득은 거의 얻지 못하고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테크놀로지에 대해 더 포용적인 새 비전이 생겨날 수 있으려면 사회의 권력 기반이 달라져야 한다. 19세기에도 그랬듯이, 그러려면 통념에 맞설 수 있는 조직과 반론이 있어야 한다. 널리 퍼진 비전에 도전하고 테크놀로지의 방향이 협소한 지배층의 통제를 벗어나게 하는 것은 19세기 영국이나 미국에서보다 오늘날이 더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결코 그때보다 덜 필요하지는 않다. (p19~20)&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1장 테크놀로지에 대한 통제&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quot;기술적 실업technological unemployment&quot;에 대한 우려가 늘 있긴 했다. 기술적 실업은 1930년에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John Maynard Keynes가 새로운 생산 방식이 인간 노동력의 필요성을 줄여서 대규모 실업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나타내기 위해 만든 말이다. 케인즈는 산업 테크놀로지가 앞으로도 빠르게 향상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는 &quot;노동의 사용을 절약하는 수단이 발견되는 속도가 노동의 새로운 사용처가 발견되는 속도를 능가함으로써 실업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quot;라고도 설명했다. (p25~26)&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지난 1000년의 역사가 보여주는 사례와 현대의 실증근거 모두 한 가지 사실을 더없이 명백하게 보여준다.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광범위한 번영으로 이어지는 것은 전혀 자동적인 과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게 되느냐 아니냐는 사회가 내리는 경제적&amp;middot;사회적&amp;middot;정치적 &quot;선택&quot;의 결과다. (p29)&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진보의 밴드왜건&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자동화의 우울&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것은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다. 산업용 로봇 같은 많은 새로운 테크놀로지들이 기계와 알고리즘이 수행하는 업무군을 확대하면서 전에 그 업무들을 수행했던 인간 노동자를 대체한다. 자동화는 평균생산성을 높이지만 노동의 한계생산성을 높이지는 않으며 오히려 감소시킬 수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케인즈가 걱정하는 것이 바로 자동화였고, 그가 집필을 하던 20세기 초에 자동화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었다. 영국 산업혁명 초기에 직물 분야에서 벌어진 많은 상징적인 혁신들 모두가 새로운 방직기와 방직기로 숙련 장인 노동력을 대체하는 것과 관련이 있었다. (p33~34)&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노동의 한계생산성을 높이는 데 이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업무의 창출이다. 다시 자동차 업계를 보면, 1910년대부터 시작해 헨리 포드Henry Ford의 지휘하에 생산 방식이 대대적으로 재조직되면서 많은 부분이 자동화되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대량생산과 어셈블리 라인 시스템은 디자인, 장비 작동, 사무 관리직, 기술직 등에서 새로운 업무를 대거 창출했고 이로써 자동차 업계의 노동자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7장에서 상세히 설명했다). 새로운 기계가 인간 노동력이 쓰일 새로운 용처를 만들어 내면 노동자가 생산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이 확대되고, 이는 한계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새로운 업무 창출의 중요성은 미국의 초창기 자동차 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두 세기 내내 새로운 업무의 창출은 고용과 임금이 증가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었다. ...&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기술적 실업과 관련해 리카도와 캐인즈가 말한 최악의 두려움이 현실화하지 않은 이유는 이와 같은 새 업무의 창출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20세기 내내 자동화가 매우 빠르게 이루어졌지만 노동 수요는 줄지 않았는데, 이는 자동화가 노동자가 수행할 새로운 활동과 업무를 창출하는 또다른 발달 및 재조직화와 함께 진행되었기 때문이었다. (p35~36)&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모든 것이 테크놀로지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가리킨다. 바로 &lt;b&gt;선택&lt;/b&gt;이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우리의 집합적인 지식을 사용하는 방법은 아주 많으며 혁신의 방향을 잡는 방법은 그보다도 더 많을 것이다. 디지털 도구를 감시에 사용할 것인가? 자동화에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업무를 창출함으로써 노동자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사용할 것인가? 미래의 진보를 어느 방향으로 이끄는 데 우리의 노력을 쏟을 것인가?&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생산성 밴드왜건 효과가 미미하고 이득이 폭넓게 공유되게 할 자기조정적인 메커니즘이 없을 때 테크놀로지와 관련된 선택은 더욱 중대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이고 그러한 선택을 내리는 사람들의 경제적&amp;middot;정치적 권력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요컨대, 생산성 밴드왜건이 상정하는 인과관계 사슬의 첫 번째 고리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선택이 내려지느냐에 달려 있다. 가용한 기술을 사용하는 방식과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방식 모두가 단순히 업무를 자동화해 인간 노동력이 불필요해지게 만들거나 노동자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방향이 아니라 노동의 한계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을 향하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p37~38)&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노동자의 권력이 중요한 이유&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전반적으로, 리카도와 케인즈가 모든 세부사항까지 다 맞는 않았을지 모르지만 생산성 증가가 필연적, 자동적으로 폭ㄴ럽게 공유되는 번영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공유된 번영은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노동의 한계생산성을 높이고 테크놀로지의 이득이 기업과 노동자 사이에 분배될 수 있어야만 가능하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더 근본적으로, 그렇게 되느냐 아니냐는 경제적&amp;middot;사회적&amp;middot;정치적 &quot;선택&quot;에 달려 있다. 새로운 기법과 기계는 아무런 가로막는 것 없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선물이 아니다. 기존의 기술이 어떻게 쓰이는지에 따라, 또 새로운 혁신을 위한 노력이 어느 방향을 향하는지에 따라, 노동 비용을 줄이기 위한 자동화와 감시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고 새로운 업무의 창출과 노동자의 역량 강화를 가져올 수도 있따. 더 광범위하게는 공유된 번영을 가져올 수도 있고 막무가내로 심화되는 불평등을 가져올 수도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론적으로 이 선택들은 &quot;사회&quot;가 집합적으로 내려야 할 의사 결정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기업가, 경영자, 미래주의자, 때로는 정치인이 내리며, 그 선택은 기술 진보의 과정에서 누가 승자가 되고 누가 패자가 되는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p41)&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낙관해도 좋지만 단서가 있다&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사회신용체계social credit system를 도입하기로 한 중국 공산당의 결정을 생각해보자. 사회신용체계는 개인, 기업체, 정부기관 등에 대해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그들이 믿을 만한지와 규칙을 잘 지키는지를 추적하고자 한다. 2009년 지역 단위에서 처음 시작되었지만 전국적으로 적용해 소셜미디어에 당이 선호하는 바에 어긋나는 글을 올린 개인이나 기업의 블랙리스트를 만들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14억 명에게 영향을 미칠 이 결정은 소수의 당 지도부가 내렸다. 사람들은 발언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 교육, 공공 기관 취업, 타 지역이나 해외로의 여행, 심지어는 공적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주거지를 구할 가능성 등이 모두 이 시스템의 영향을 받게 되었지만 당 지도부는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독재 국가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2018년에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CEO인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는 사용자들에게 &quot;의미 있는 사회적 상호작용&quot;을 제공하기 위해 알고리즘을 수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실에서 이것이 의미한 바는 페이스북 알고리즘이 언론 기관이나 잘 확립된 기성 브랜드보다는 가족이나 친구 등 다른 사용자들이 올린 포스팅을 더 상위에 노출한다는 것이었다. 목적은 &quot;사용자관여user engagement&quot;를 높이는 것이었는데, 이는 사람들이 자신이 아는 사람이 올린 포스팅에 관심을 더 보이고 클릭도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음을 페이스북이 알게 되어서 내려진 결정이었다. 알고리즘을 바꾸고 나서 발생한 주요 결과 중 하나는 가짜 정보와 정치적 양극화의 증폭이었다. 거짓 정보나 오도의 소지가 있는 내용이 사용자에게서 사용자에게로 빠르게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이 변화는 페이스북 사용자(당시 약 25억 명이었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었다. 페이스북을 사용하지 않는 수십억 명도 가짜 정보가 급속히 확산되어 정치가 쇠락하면서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다. 알고리즘을 바꾸기로 한 결정은 저커버그와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 등 몇몇 최고위 경영자와 엔지니어가 내렸고, 이들은 페이스북 사용자들과 민주주의의 쇠락으로 영향을 받게 될 시민들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중국 공산당과 페이스북의 의사결정을 추동한 요인은 무엇이었는가? 둘 다 과학적 테크놀로지 자체에 내재한 속성에 의해 내려진 결정은 아니었다. 자신의 경로를 거침없이 나아가는 진보의 행진이 반드시 거치게 되는 달므 단계여서 나타난 일도 아니었다. 두 사례 모두에서 우리는 [의사결정자의] 이해관계가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왔음을 볼 수 있따. 반대자를 억압하려는 이해관계, 그리고 온라인 광고 수입을 늘리려는 이해관계와 같이 말이다. 사회가 어떻게 조직되어야 하고 무엇이 우선순위여야 하는가에 대한 지배층의 비전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테크놀로지가 통제에 동원되었다는 점이다. 중국의 경우에는 사람들의 정치적 견해를 통제하기 위해, 페이스북의 경우에는 사람들의 데이터와 사회적 활동을 통제하기 위해 테크놀로지가 사용되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것이 프랜시스 베이컨이 놓친, 그리고 275년의 인간 역사가 더 지나고 나서 H.W 웰스가 깨달은 지점이다. 테크놀로지는 통제의 문제이며 자연에 대한 통제이기도 한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통제이기도 하다는 점 말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 변화에서 어떤 이들이 다른 이들보다 더 이득을 본다는 의미만이 아니다. 더 근본적으로, 이것은 생산을 조직하는 서로 다른 방식이 일부 사람들의 부와 권력을 강화하고 다른 사람들의 권력을 훼손한다는 의미다. (p47~49)&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이번 것은 불이다&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프롤로그에서 보았듯이, 테크놀로지의 유익한 힘에 대한 믿음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주장과 인류의 불 사용에 대한 이야기에서처럼 우리는 테크놀로지가 자연과 우리의 관계를 역전시켜 줄 것이라고 믿곤 한다. 불 덕분에 인간은 약해 빠진 사냥감이 아니라 지구상에서 가장 포악하고 파괴적인 포식자가 되었다. 우리는 다른 수많은 테크놀로지도 이와 같은 동일한 렌즈로 본다. 바퀴를 발명해 거리를 정복했고 전기를 발명해 어둠을 정복했고 의약 기술을 발명해 질병을 정복했다는 식으로 말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모든 주장과 달리, 선택된 경로가 모든 이에게 혜택을 주리라고 가정하지 말아야 한다. 생산성 밴드왜건은 종종 허약하며 저절로 생겨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오늘날 목도하고 있는 것은 공공선을 향해 멈추지 않고 전개되는 진보가 아니라 강력한 테크놀로지 리더들이 공유하는 비전이 발휘하는 영향력이다. 그들의 비전은 자동화, 감시, 대규모 데이터 수집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공유된 번영을 훼손하고 민주주의를 약화시키고 있다. 또한 그들의 비전은 소수 지배층의 부와 권력을 증폭시키는 동시에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을 희생시키는데,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러한 과정은 이미 새로운 &quot;비전 과두 귀족&quot;을 출현시켰다. 동일한 배경과 비슷한 세계관, 비슷하 야망을 가진, 그리고 불행히도 비슷한 사각지대를 가진 소수의 테크놀로지 리더들을 말한다. &quot;과두 귀족&quot;이라고 일컬은 이유는, 동일한 사고방식과 태도를 가진 소수로 구성된 배타적인 집단이 사회적 권력을 독점하고서 그 권력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은 무시하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이들이 사회 전반적으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은 탱크나 로켓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회랑에 접할 수 있고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온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비전 과두 귀족은 실제로 놀라운 경제적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기 때문에 너무나 설득력 있어 보인다. 새로운 테크놀로지, 특히 기하급주적으로 증가하는 인공지능의 역량이 막대한 풍요와 자연에 대한 막강한 지배를 가져다주리라는 내러티브도 이들의 설득력을 강화한다. ...&amp;nbsp; 가장 중요하게 이들 현대판 귀족들은 저널리스트, 여타의 기업계 인사, 정치인, 학자, 모든 종류의 지식인 등 대중의 견해를 구성하고 관리하는 사람들을 잘 홀린다. 중요한 주장들이 논의될 때면 비전 과두 귀족은 언제나 테이블에 앉아 있고 언제나 마이크를 앞에 두고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현대판 과두 귀족을 제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이는 꼭 우리가 벼랑에 서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지금이 우리가 행동에 나서야 할 때인 이유는 그들의 한 가지 면에서는 옳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놀라운 도구가 있고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이뉴가 해낼 수 있는 것의 범위를 크게 증폭시켜 줄 수 있으리라는 점 말이다. 하지만 이는 그러한 도구를 사람들에게 이롭게 사용하기로 선택해야만 가능한 일이며, 우리가 현재의 글로벌 테크 지배층 사이에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세계관에 도전하지 않는다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 (p56~58)&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이 책의 내용&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description>
      <category>책 읽고</category>
      <author>살아남자</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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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Sat, 28 Mar 2026 10:26:14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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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em>
      <title>음악소설집, 김애란 김연수 윤성희 은희경 편혜영</title>
      <link>https://hunihani.tistory.com/147</link>
      <description>&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736&quot; data-origin-height=&quot;1200&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dp7WZr/dJMcahp3RXf/g8WWH5AaxXKy4kvGPjyCmK/img.jp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dp7WZr/dJMcahp3RXf/g8WWH5AaxXKy4kvGPjyCmK/img.jp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dp7WZr/dJMcahp3RXf/g8WWH5AaxXKy4kvGPjyCmK/img.jp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dp7WZr%2FdJMcahp3RXf%2Fg8WWH5AaxXKy4kvGPjyCmK%2Fimg.jp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736&quot; height=&quot;1200&quot; data-origin-width=&quot;736&quot; data-origin-height=&quot;1200&quot;/&gt;&lt;/span&gt;&lt;/figure&gt;
&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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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div style=&quot;background-color: #ffffff; color: #555555; text-align: left;&quot;&gt;
&lt;h4 style=&quot;color: #000000;&quot; data-ke-size=&quot;size20&quot;&gt;목차&lt;/h4&gt;
&lt;/div&gt;
&lt;div style=&quot;background-color: #ffffff; color: #555555; text-align: left;&quot;&gt;
&lt;div style=&quot;color: #666666; text-align: justify;&quot;&gt;안녕이라 그랬어 - 김애란 &amp;middot; 007&lt;br /&gt;수면 위로 - 김연수 &amp;middot; 049&lt;br /&gt;자장가 - 윤성희 &amp;middot; 095&lt;br /&gt;웨더링 - 은희경 &amp;middot; 129&lt;br /&gt;초록 스웨터 - 편혜영 &amp;middot; 167&lt;br /&gt;&lt;br /&gt;인터뷰&lt;br /&gt;고요와 소란 사이에서, 음악과 이야기 사이에서&lt;br /&gt;다섯 명의 작가와 편집자가 함께한 인터뷰 &amp;middot; 199&lt;/div&gt;
&lt;/div&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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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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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수면 위로, 김연수&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처음 그는 여행의 목적이 죽음을 이해하는 것에 있음을 암시하는데, 시작부터 두 대의 카메라로 자신과 주변을 촬영한 이유도 그것 때문이었다. 자막에 나오는바, '희망이나 낙관 같은 것이 없어도 얼마든지 여행할 수 있다'는 것을 밝히고, '죽음이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때는 그걸 피하지 않음으로써 거짓과 기만에 기대 살아가는 역겨운 인간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는 것. (p56)&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기진은 비밀이 많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점에 대해 나는 아무런 불만이 없었다. 우리는 비교적 늦은 나이인 삼십 대 후반에 만나 연애를 시작했다. 젊은 시절에 비해 열정이 줄어든 만큼 각자의 사적인 부분을 존중했다. 특히 각자의 과거, 그중에서도 연애사에 대해서만은 금단의 영역으로 여겼다. 물론 기진의 지난날이 전혀 궁금하지 않았느냐면 그건 아니었다. 사랑이라는 건 묘한 것이라 그의 삶에 내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마저도 나는 현재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그렇기에 둘이 처음으로 같이 간 여행지에서 그가 익숙하다는 듯 낯선 골목으로 서슴없이 걸어갈 때면 의아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고, 그렇게 찾아간, 대개 현지인만 안다는 숨은 맛집에서 음식을 먹노라면 나 이전에 그와 함께 여기에 왔을 그 미지의 사람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하지만 내게는 불필요하다고 심지어 관계에 균열을 가져올 게 분명한 호기심을 해결하고 싶은 욕망이 전혀 없었다. 그건 나이 듦이 주는 축복이었다. 이따금 궁금증을 일으키는 그런 일들만 아니라면 우리의 관계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우리에게는 우리 둘뿐이었다. 둘 다 제도적 관계에는 관심이 없었고, 혼자 살아온 삶을 바꾸고 싶은 생각도 없었기에 우리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우리의 관계를 알리지 않았다. 가끔 기진이 우리 집에 오거나 내가 기진의 집에 가서 며칠씩 함께 지내기도 했지만, 결국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전혀 다른 성장 배경을 가진 두 사람의 삶을 혈연들이나 가질 수 있는 유대감으로 연결시키는 일에 우리는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오히려 나는 아교 역할을 하는 그런 끈끈한 감정이 없이도 유지되는 우리의 관계에 자부심을 느꼈다. 고통으로 가득찬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한 명의 동료 인간으로서 우리는 서로에게 의지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그를 깊이 사랑했고, 그 관계에 만족했다. (p60~61)&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몇 번이고 이 동영상을 되돌려보고 나서야 저는 알아차렸습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분의 말은 바로 제가 하고 싶은 말이라는 것을.&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어떤 시간여행자가 과거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면, 거기에 자신이 놓친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신물이 날 정도로 인생이 뻔하고 지긋지긋하다면,&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같은 하루를 몇 번이고 다시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우리는 뭘 해야만 할까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quot;찾기 위해서죠. 지금 이 순간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지금 여기에서 그걸 찾아야 해요. 그게 내가 기시감, 신맛, 자살 충동을 느끼는 이유에 대한 나의 가설입니다. 그래서 지금 나는 몇 번이나 이 하루를 다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어쩌면 우리 모두 시간여행자일지도 모르죠.&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지금 여기에 우리가 놓친 뭔가가 있습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게 제가 이 여행에서 배운 두 번째 가르침입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p79~80)&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한 달 정도가 지난 뒤에야 나는 내가 쓴 것들을 다시 읽을 수 있었다. 쓸 대는 이애할 수 없었던 것들, 부끄러웠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자 새로운 의미로 내게 다가왔다. 일어난 일은 바뀌지 않았지만, 그사이에 그 일을 바로보는 나의 시각이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나는 노트의 여백에다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을 적었다. 그러면서 진실을 쓰는 일이 왜 중요한지 알게 됐다. 진실되게 쓴 문장들만 새로운 의미를 얻었기 때문이다. 나는 한 번 썼던 내용을 여러 번 다시 쓰기도 했다. 그건 일기가 아니었으니까. 예를 들어 기진과 내가 처음 만난 날에 대해 나는 여러 번 다시 썼다. 쓸 때마다 이야기는 조금씩 달라졌다. 그때는 그 만남이 무엇을 뜻하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무엇을 놓쳤는지 확실하게 알게 됐다. (p81~82)&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인생도 그런 게 아닐까? 나는 행복하고 슬프지 않다. 나는 해복하지 않고 슬프다. 나는 행복하고 슬프다. 나는 행복하지도, 슬프지도 않다. 이 모두를 말해야지 인생에 대해 제대로 말하는 게 아닐까? (p90)&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어려서 세상이란 너무나 분명한 무엇이었다. 맞으면 아팠고 아프면 울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세상에도 삶에도 나를 폭행하기 위한 무수한 폭력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그것들은 사양하거나 거르는 법 없이 달려들어 나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공간적으로 가정에서 학교에서, 집에서 일터에서 다시 집으로, 그 사이를 오가는 인도에서 버스 안에서.&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관계로는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가족도 친구도 지인도 타인도 나도 너도.&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너무나 선명한 세계여서 나는 답이 있으리라 여겼다. 이 폭력의 세계에서 벗어난 하나의 분명한 정답이.&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렇게 오래 활자와 관계와 공간들을 떠돌며 알게 된 것이 하나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만 확실하다는 것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나는 고전역학에서 양자역학의 세계로 진입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세계와 얽힌 채 여러 관계에 중첩된 채 존재하며 그 모든 것은&amp;nbsp; &lt;span style=&quot;color: #333333; text-align: start;&quot;&gt;관찰되어 확인되기 전까지 확정된 게 아니다.&lt;/span&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매일 같은 운동을 반복하며 답이 아닌 진실을 찾는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렇게 쓰여진 진실이 관찰되고 확인되며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자장가, 윤성희&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이모는 엄마에게 내가 천장에 처음으로 낙서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후로 다른 아이들도 천장에 낙서를 하기 시작했다고. 엄마가 고개를 꺾고 내 이름을 한참 보더니 말했다. &quot;그 애 꿈을 꾸고 싶어서 나는 잠을 자. 어떤 날은 종일 자기도 해. 그런데도 한 번도 꿈속에 나오질 않아. 그게 무서워.&quot; 엄마가 우는 모습을 정면으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엄마와 나는 즐거운 때는 같이 웃었지만 슬플 때는 서로 모른 척했다. 위로를 해주지 않는 엄마에게 가끔 상처를 받기도 했다. 엄마도 나에게 상처를 받았을까? 생각해보니 나는 엄마의 슬픔을 알아차린 적이 거의 없었다. 엄마는 들키지 않았으니까. 나는 엄마가 실컷 울 수 있도록 가게 밖으로 나왔다. ... (p115)&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나는 할머니에게 인사를 했다. &quot;안녕하세요. 우리 엄마를 닮았네요.&quot; 할머니는 지금 엄마보다 더 젊은 얼굴을 하고 있었고 그래서 할머니란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할머니가 말했다. &quot;안녕하세요, 우리 딸을 닮았네요.&quot; 그러면서 할머니는 엄마의 가슴을 토닥토닥 두드려주었다. 나는 엄마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quot;나중에 내가 엄마의 엄마가 되어줄게. 그러면 엄마는 또 엄마의 엄마의 엄마가 되어줘.&quot; 그렇게 속삭였더니 할머니는 사라지고 내가 할머니가 되었다. 나는 내 무릎을 베고 누운 엄마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무릎을 베고 누우면 나 아주 어릴 적 그랬던 것처럼 머리칼을 넘겨줘요. 나는 나지막이 노래를 불렀다. 엄마가 자면서 미소를 짓는 것 같았다. 내일 나는 세발자전거를 타다 넘어지는 엄마의 꿈을 꿀 것이다. 모래와 모레를 헷갈리고 불가사리와 불가사의를 헷갈리는 아이, 그때마다 삼촌은 엄마에게 꿀밤을 먹일 것이다. 아프지 않게, 살살. 엄마는 근사한 연애를 하고, 다정하면서도 책임감 강한 남자와 결혼을 하고, 아무리 화가 나도 방문을 걸어 잠그지 않는 딸을 낳을 것이다. 그 딸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해 재수를 할 것이고, 엄마는 갑자기 살이 쪄서 탁구를 배우러 다닐 것이고, 로또복권 3등에 두 번이나 당첨될 것이다. 그 돈으로 예순 살이 되면 세계 일주를 할 것이다. 그때까지 나는 매일 밤 내 무릎을 베고 잠든 엄마에게 자장가를 불러줄 것이다. 내가 아주 어릴 적 엄마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p126~127)&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윤성희 작가님 글에는 죽음이 자주 나온다. 쌍둥이 언니라든가 할아버지 아버지, 엄마는 물론 지금처럼 딸이 죽기도 한다.&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처음에는 그게 조금 당황스러웠다. 전쟁 소설도 아니고 뭘 이렇게 꾸준히 보내시는 걸까... ;;; 싶었는데,&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런데 말입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수천 수만이 죽는 '은하영웅전설'을 읽는다고 해서 죽음이 익숙해지는 건 아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중1때 키르히아이스가 죽는 장면을 보고 눈물이 찔끔났고, 그 이후로 가급적 그 장면만 건너 뛰고 읽는 건 그래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런데 윤성희 작가님 글을 읽으면 죽음이라는 것이 익숙해진다기 보다는 조금은 범상한 무엇이 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슬프지 않다는 게 아니라 그래도 가급적이면 살려서 쓰시지 굳이 죽이실 거 까지야, 하는 마음이 없지는 않지만&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죽음이라는 게 아주 특별한 것만은 아닌, 우리는 원래 다 죽는 다는 걸, 그게 너무 사실이라 우리가 너무 쉽게 잊고 사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 사실을 자연스럽게 일깨워준다. 우린 원래 죽는다. 내게 소중한 사람들도, 나도, 모두가.&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태어나 사는 것 만큼이나 죽어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이 특별할 것 같지만 사실은 범상한 일임을 일깨워주고&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 범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인물들의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윤성희 작가님의 소설은 특별한 이야기가 되어&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즐겁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감동도 되는 그런 소설이 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아니, 그런 이야기를 쓰셨으니 구조적으로는 역순인가... 아무튼 그렇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소설집 &amp;lt;느리게 가는 마음&amp;gt;에서 읽었었는데, 좋은 글은 어디서 어떻게 다시 만나도 반갑고 즐겁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웨더링, 은희경&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틀 뒤 출장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의 그들은 누가 보기에도 연인 같았다. 그때에는 화성과 금성 사이에 지구라는 현실 세계가 끼어 있다는 게 대수롭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인선이 부서를 옮겨가며 사내 연애라는 난관을 뚫어보려고 한 데 비해 그의 속도와 주기는 너무 느렸다. 두 사람의 거리는 조금씩 멀어졌다. 맞은편 노인의 말처럼 사람은 결국 시간의 풍화를 이겨내지 못한다. 인선은 처음으로 기차에 탄 것을 후회했다. (p161~162)&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책을 읽는 중 작품 속에 나오는 구스타브 홀스트의 '행성'을 찾아 듣고 싶었지만&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동네 뒷산을 걸어 산스장 '랫 풀 다운' 운동 기구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는 동안 읽느라 음악을 듣지 못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도착해 여러번 당기는 운동을 반복하기 위해 무게를 가볍게 맞추고 가급적 많은 수 반복해 바(bar)를 당겨댔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리고 짧은 휴식 동안 나는 다시 책을 들었다. 더럽게 재밌네, 라고 생각해버렸으니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렇게 당기고 쉬는 동안 읽고 또 당기고 쉬는 동안 읽고.&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소설은 짧고 운동도 짧고 챕터로 읽고 횟수로 당기고 시간의 풍화 안에서 그 짧음이 내게는 충분하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것조차 조금씩 버거워지겠지 생각하면 조금 슬퍼지지만 명왕성의 퇴출처럼 어쩔 수 없겠지, 한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벌써 낮술이 무리인 나이가 되었다. 날씨가 아무리 딱 좋은 날이 되더라도.&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초록 스웨터, 편혜영&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내친김에 이모에게 아란 무늬 뜨기를 가르쳐달라고 했다. 몇 번이고 이모 도움을 받고 나서야 조금 손에 익은 느낌이 들었다. 힘을 주고 바늘을 놀리는 내게 이모가 잘 못 뜨는 걸 겁내지 말라고 했다. 틀리면 다시 뜨면 되고 잘못되면 풀어버리면 된다면서. (p194)&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불현듯 이모에게 내가 느낀 상실감을 말하고 싶어졌다. 그동안 내게 &quot;시간이 흐르면&quot;하고 시작하는 말을 해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말은 하지 않는 사람보다 기어이 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나도 그 말에 의지했지만 그 말은 진실이 아니었다. 시간은 그냥 흘러갈 뿐이고 망므은 여전했다. 뜨개바늘을 든 채 머뭇거리고 있자 이모가 하다보면 나아진다고 웃으며 말해주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이모는 행운이 있을 거라며 동전을 다시 내게 쥐어주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나는 오래되어 표면이 매끄러워진 동전을 만지작거렸다. 어쩐지 이 동전들을 오래 간직하게 될 거 같았다. 내게 오백만 원은 없지만 어쩌면 백만 원일지 모르는 동전 네 개와 언제나 십구만 팔천 원이 든 지갑이 있다는 걸 잊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직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엄마가 뜨다 만 스웨터도 있고 엄마의 노래가 담겼을지 모를 테이프도 있었다. 그러고 보면 엄마가 내게 슬픔만 남겨두고 간 것은 아니었다. 나는 여전히 엄마의 손을 마주 잡았을 때의 느낌을 기억했다. 삶에 냉담해질 이유가 많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은 것은 그 기억 때문이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영주 이모가 갑자기 생각난 듯 현관에 서서 비타민을 챙겨 먹고 우리에게도 한 알씩 주었다. 곧 영주 이모가 &quot;가자&quot;하고 말했고 나주 이모가 &quot;다음에 또 와&quot;하고 말하며 내 손을 꼭 잡았다. (p195~197)&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삶에 냉담해지지 않기 위해서 그 정도의 온기로도 충분하다는 걸&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삶에 냉담해질 만한 충분한 이유가 차고 넘치는 나 역시 느낀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래서인지 삶이 아닌 사람에 냉담해지고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두고 설명하고 주의를 주지만 계속 그 선을 넘는다면&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복잡계에서 그나마 간신히 유지되는 내 삶의 온기를 지키기 위해&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사람에게 냉담해지는 게 그나마 지불해야 할 마음의 비용이 적은 게 요즘의 현실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description>
      <category>책 읽고</category>
      <category>악악소설집 #김애란#김연수#윤성희#은희경#편혜영</category>
      <author>살아남자</author>
      <guid isPermaLink="true">https://hunihani.tistory.com/147</guid>
      <comments>https://hunihani.tistory.com/147#entry147comment</comments>
      <pubDate>Fri, 13 Mar 2026 11:47:44 +0900</pubDate>
    </item>
    <item>
      <title>여자가 사랑한 여자들, 이예지 인터뷰집</title>
      <link>https://hunihani.tistory.com/146</link>
      <description>&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458&quot; data-origin-height=&quot;702&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kDyV8/dJMb99ZP6ca/pqM8tuHe3or1uRqwM5w5Bk/img.jp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kDyV8/dJMb99ZP6ca/pqM8tuHe3or1uRqwM5w5Bk/img.jp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kDyV8/dJMb99ZP6ca/pqM8tuHe3or1uRqwM5w5Bk/img.jp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kDyV8%2FdJMb99ZP6ca%2FpqM8tuHe3or1uRqwM5w5Bk%2Fimg.jp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458&quot; height=&quot;702&quot; data-origin-width=&quot;458&quot; data-origin-height=&quot;702&quot;/&gt;&lt;/span&gt;&lt;/figure&gt;
&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여자가 사랑한 여자, 이예지 인터뷰&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div style=&quot;background-color: #ffffff; color: #000000; text-align: start;&quot;&gt;
&lt;h2 data-ke-size=&quot;size26&quot;&gt;목차&lt;/h2&gt;
&lt;/div&gt;
&lt;div style=&quot;background-color: #ffffff; color: #000000; text-align: start;&quot;&gt;
&lt;div&gt;
&lt;div&gt;
&lt;ul style=&quot;list-style-type: disc;&quot; data-ke-list-type=&quot;disc&quot;&gt;
&lt;li style=&quot;color: #595959;&quot;&gt;서문&lt;br /&gt;&lt;br /&gt;정서경의 여자들은 고개 숙이지 않는다&lt;br /&gt;김윤아는 노래할 것이다, 언제까지나&lt;br /&gt;전도연의 전성기는 지금이다&lt;br /&gt;김연경은 과거의 자신을 이긴다&lt;br /&gt;이경미는 낫을 들고 섶을 벤다&lt;br /&gt;심은경이 가는 곳은 길이 된다&lt;br /&gt;전소연은 숨기지 않는다&lt;br /&gt;김은희는 더 나은 세계를 향한다&lt;br /&gt;류성희는 당신의 기억에 패턴을 남긴다&lt;br /&gt;정보라는 투쟁한다&lt;br /&gt;모니카는 쓰러져도 다시 일어난다&lt;br /&gt;씨엘은 자기 자신에 대한 권위자다&lt;br /&gt;강지영은 백발이 되어도 토크쇼를 하고 싶다&lt;br /&gt;김민경은 힘이 세다&lt;br /&gt;최은영의 여자들은 무해하지 않다&lt;br /&gt;&lt;br /&gt;출처&lt;/li&gt;
&lt;/ul&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부족하다. 겨우 삼백십 몇 페이지쯤에서 끝나다니...&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 정도 사람들과 이렇게 재미지고 좋은 얘기를 했다면 적어도 800페이지쯤은 훌쩍 넘겨야하는 거 아닌가, 이 말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나머지 500페이지는 이들의 삶과 생활인으로 보여준 성과물을 보며 상상으로 채워넣으라는 인터뷰어의 배려인가? 는 개뿔... ;;;&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책이 짧다. 2권을 내달라! 3권! 까지는, 그렇지, 그정도가 최소한이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일해라! 작가도 출판사도 일해라!!&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 정서경&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작가님은 아닌가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저는 못생긴 것도 좋아해요. 연상호 감독님의 &amp;lt;지옥&amp;gt;을 보고 감동받았어요. 어쩜 그리 모든 걸 못생기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어글리'한 미학이 느껴졌어요. 그게 연상호라는 창작자가 예술가로서 재현하고자 하는 현실의 감각인 것 같아요. 우리가 아름답지 않은, 추악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자본이 많이 투입된 작품인데 우리가 보고 싶지 않은 현실의 어글리함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자세가 존경스러워요. 하지만 저는 그렇겐 못하죠 (웃음)&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렇다면 작가님은 어떤 게 아름답다고 생각하나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솔직한 말. 거짓 없는 표현. 정확하게 솔직해서 듣는 이의 체험을 일깨우는 표현들이 있거든요. 나의 뇌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와, 비슷한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표현들. 서사에서도, 실제로도 그런 솔직함을 가진 사람들을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p22~23)&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 김윤아&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김윤아 음악의 두 축은 우울과 환희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격랑을 관통하는 것은 이상한 아름다움이었고요. 김윤아는 언제 우울하고, 언제 기쁜가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멋진 말이네요. 기쁨은 찾으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고, 우울은 항상 있는 거예요. 그런데 전 사람이 기쁨을 찾으려고 하지 않으면 죽은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아주 사랑하는 데이비드 린치의 TV 시리즈 &amp;lt;트윈 픽스&amp;gt;에서 끔찍한 살인사건 해결해야 하는 '쿠퍼 형사'를 예시로 들고 싶네요. 비록 살인사건 현장 한가운데에서도, 그는 매일 한잔의 커피와 도넛에서 행복을 찾죠. 저는 대학교 1학년 때 비디오대여점에서 그 작품을 빌려 보며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배웠어요. 기쁨은 그렇게 찾아야 해요. 이를테면 저는 아까 준비해주신 샌드위치가 맛있어서 기뻤답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기쁨은 찾아내야 하는 것. 그리고 우울은 항상 우리와 함께 하는 것.&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네! 살아 있으니까요. (p45~46)&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 전도연&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인터뷰가 있기 얼마 전, VIP 시사 뒤풀이 자리에서 &amp;lt;무뢰한&amp;gt;을 함께 작업한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배우 전도연에 대해 &quot;좋은 사람이 좋은 배우가 된다는 걸 보여주는 멋진 사람&quot;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이 명제에 동의하나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렇게 말씀해주셨다니 감사하네요. (웃음) 제가 어릴 때 박근형 선생님께 혼나가며 연기를 배우며 느낀 게 있어요. 사람들은 연기라는 것을 가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 안에 진짜의 진심이 있어야만 한다는 거예요. 그렇기에 연기는 기본적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되게 중요해요. 그래서 연기자로서 제가 무언가를 바꾸고 싶다면, 평소의 나부터 바꿔야 하죠. 저는 저 자신에게서 인물을 찾아가거든요. 그런 리얼리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보는 이들의 눈에도 다 보이고요. 그렇기에 좋은 연기를 하려면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해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전도연은 어떤 걸 멋지다고 생각하나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멋지다. 멋지다라... 그냥 있는 그대로. 내가 생긴 모습 그대로를 온전히 잘 받아들이는 것이 멋지다고 생각해요. 살다보면 주어진 환경, 자기 자신에 대해 부정하게 될 때가 생기잖아요. 그런 걸 받아들이고, 잘 끌어안는 게 멋진 것이죠. 그냥 그게 나고, 전도연이니까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건 전도연에게도 쉽지 않군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렇죠. 마음을 내려놓고, 비우고 또 비워내야 해요. 저 역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려고 계속 노력한답니다. (p66~67)&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div&gt;
&lt;/div&gt;
&lt;/div&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 김연경&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김연경 같은 베테랑은, 훈련은 좀 살살 해도 되지 않나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절대 안 되죠, 살살 하면 안 돼요. 운동이라는 건 하루만 쉬어도 표시가 나요. 게다가 배구는 팀 스포츠이기 때문에 팀의 스케줄과 트레이너의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여야 합니다. 감독님과는 기술적인 훈련을 해야 하고요. 전 지금도 기름진 거, 튀긴 거 안 먹고요. 절대로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돼요. (p82)&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 이경미&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스스로를 이토록 날것으로, 그러나 긍정하며 그려낼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왔다고 생각해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시나리오를 쓰는 행위는 제게 성장의 과정 같아요. 대부분의 이야기는 인물이 계속 고난과 장애물을 넘으면서 끝내 원하는 바에 도달하려는 구조잖아요. 제가 고난을 만들면, 제가 만든 인물은 그 고난을 뛰어넘죠. 그렇기에 이야기를 쓴다는 행위는 저 자신을 치유하고, 비관을 낙관으로 바꾸고, 스스로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일인 거예요. 그렇게 이야기와 저는 마침내 희망에 도달할 수 있어요. 그리고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죠. (웃음) (p107)&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감독 이경미의 재능은 어떤 것이라 생각하나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지금까지도 의심하며 살고 있는 것. 매일매일 실망감과 패배감을 느끼면서, 또 그걸 다독이면서 살아가는 것. 그래도 제게 자랑할 만한 게 있다면 그건 끈기 같아요. 쉽게 포기를 하지 않는 게 제 재능이죠. 어떤 건 포기하면 더 편하고 쉬울 텐데, 저는 그렇게 하질 못해요. 심지어 스트레스에 취약한 체질인데도 말이죠. 저는 현장이 너무 편하고 현장만 가면 살아 있다는 걸 느낀다는 감독 친구들을 보면 신기해요. (웃음) 제가 현장을 가는 이유는 작품이 완성되는 걸 보고 싶어서거든요. 그렇게 보면 전 강하진 않아요. 단지 포기하지 않을 뿐. (p111~112)&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 심은경&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고독한 심은경에게 사랑이란 어떤 건가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영화 &amp;lt;헤어질 결심&amp;gt;을 극장에서 네 번 보면서 사랑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사랑이란 건 뭘까요? 나쓰메 소세키의 &amp;lt;마음&amp;gt;에서 선생님이 &quot;사랑은 죄악&quot;이라고 하잖아요. 그걸 읽었을 때 화살에 관통된 기분이었어요. 그 문장이 지금까지도 제게서 사라지지 않는 것 같아요. 전 그 문장을 잘 표현한 영화가 &amp;lt;헤어질 결심&amp;gt;이라고 생각해요. 사랑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스스로가 판 구덩이에 들어가 익사하더라도 나만 생각하고 봐줬으면 좋겠고, 영영 누군가의 미결 사건으로 남고 싶은, 그런 마음. 그게 계속 마음을 쳤어요. (p135~136)&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심은경은 무엇을 믿어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저는 염세적인 사람이라 희망이라든가 행복이라든가 하는 걸 쉽게 믿지 않아요. 애초에 그런 것은 존재하지도 않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참 신기한 건... 그런 제게도 '진심은 통한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어요.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스스로에게 상처받고, 무너지고, 헤어나오지 못하는 순간들엔 타인의 진심을 믿는 내가 바보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그런 걸 믿는 내가 바보지, 하면서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심이라는 게 존재하고 사랑이라는 게 있구나, 라는 걸 느끼는 드문 순간이 있다는 거죠. 이를테면 누군가가 이유 없이 건네는 다정한 말 한마디, 혹은 예상치 못한 타인의 이타적인 행동. 무정한 세상 속에서 그걸 관조적으로 바라보면서... 희미하게 느껴요. (p138)&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 전소연&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슬럼프가 올 때는 없어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저는 맨날 슬럼프고 맨날 번아웃이에요. '오케이, 타이틀 썼다!' 딱 이렇게 생각한 일주일 동안만 슬럼프가 아니죠. 하하. 그걸 이겨낼 수가 없어요. 대신 슬럼프를 핑계로 작업을 놔버리면 안 되죠. 작업이란 모름지기 그냥 하면, 하는 것인 거예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신인 떄는 모르고 지금은 아는 것이 있다면 뭔가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서바이벌 방송 &amp;lt;프로듀스 101&amp;gt; 때가 생각나네요. 그때 저는 제가 가진 걸 다 보여줘야 하고, 그 프로그램 안에서 뭔가를 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버티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참고 버티고 견디는 것. 시간이 지나고 나중에 봤을 때 그건 정말 큰 의미가 있더라고요. 내가 당장 이걸 말하지 못하고 지금 바로 보여주지 못한다고 해도, 기다리고 버텨서 보여주면 돼요. (p159)&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 김은희&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작가님은 늘 익숙한 장르를 비틀어 신선한 기획을 내곤 합니다. 한국 민속학과 오컬트에 다중인격 스릴러가 이식된 &amp;lt;악귀&amp;gt;, 사극과 좀비물을 결목한 &amp;lt;킹덤&amp;gt;, 고전적인 수사물에 SF적 설정을 더한 &amp;lt;시그널&amp;gt; 등.&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전 자기복제를 끊임없이 경계해요. 늘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싶죠. 그러니 기획부터 신선한 아이템을 찾는 거예요. 오컬트, SF, 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지만 이 장르들을 전형적으로 풀기보단 어떻게 하면 다른 식으로 풀어볼지 늘 고민해요. 이 이야기가 새로운 시대에 맞는 건지도 계속해서 점검하고요. 결국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이템입니다. (p167)&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자료조사를 치밀하게 하시는 것 같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의 초석을 닦으세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저도 이제 '짬바'가 있어서(웃음) 자문해주시는 정보원과 취재원들을 많이 알고 있어요. 형사님, 검사님, 법의관님, 수사관님... 한 분이 섭외되면 그분께서 또 연결을 해주시는 식으로 자문받는 분들을 넓혀가죠. 어떤 신에서 막힌다면, 그건 자료조사가 불충분해서 그런 거예요. 자기 머리로만 쓰려고 해서 그런 거죠. 이런 건 엉덩이로 버틴다고 해서 나오는 게 아녜요. 취재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저는 그럴 때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의 자문을 꼭 받아요. (p168)&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작가님의 작품은 치밀한 장르물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결국 더 나은 세상을 추구하고 정의를 회복하는 일에 근원적 관심을 두는 것 같습니다. 1958년 가난한 소녀의 원혼에서 시작한 &amp;lt;악귀&amp;gt;, 소외된 소수민족의 원한에서 역병이 시작된 &amp;lt;아신전&amp;gt;, 모두가 배고프지 않은 세상을 추구하는 &amp;lt;킹덤&amp;gt;, 미제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amp;lt;시그널&amp;gt;, 죽은 이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amp;lt;싸인&amp;gt; 등.&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저는 늘 선택받은 사람들보다 아픔과 고민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끌려요. 실제로도 그런 사람들이 훨씬 많잖아요. 저 역시 그런 배경에서 자랐고요. 그런 관점에서 인물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잘못된 일들을 바로잡다보면 늘 그런 이야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p169)&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 류성희&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감독님 개인으로서는 어떤 걸 아름답다고 생각하나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저는 개개인의 고유성이 드러날 때, 그것들이 하나의 세계에 조화롭게 담길 때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일관된 톤으로 맞춰지는 것보다는 어딘가 부족한 듯한 것, 징그러울 정도로 화려한 것 각기 다른 것들이 이상하지만 교묘히 어우러져 섞여 있는 모습이 제가 생각하는 세계의 단면이죠. 한편 보편적인 아름다움이란 건 정의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시대마다 상황마다 다르고 선하고 숭고한 것이 아름다울 때도 있지만, 악하고 퇴폐적인 것이 아름다울 때도 있죠. 그렇기에 제 일은 끊임없이 아름다움을 공부하고 발견하고 제안하는 일이에요. 이를테면 &amp;lt;폭싹 속았수다&amp;gt;를 통해 '이들은 참으로 고단한 삶을 살았지만 때로는 이렇게 때묻은 장판도 아름답지 않아?'라고 묻듯이. (p193)&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한국에서 미술감독이라는 직종이 낯설었던 시절, 어떤 어려움을 겪었나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지금에 비하면 한국 영화판 분위기 자체가 여성에게 상당히 거칠었어요. 여성 스태프는 프로페셔널한 능력보다 &quot;분위기를 좋게 하는 고분고분한 성격이 환영받는다&quot;고 키 스태프 감독에게 지적당하기도 했죠. 제 성은 '유'와 '류'로 표기할 수 있는데, 처음엔 '유성희'라는 이름을 쓰다가 세 보이려고 '류성희'로 바꿨어요. 현장에서 아무리 살벌한 말이 들려도, 친분을 중요시해도, 저는 제 일에만 집중하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어요. '나는 지금 당신들과 그런 다툼을 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나는 할 일이 너무 많고, 프로덕션 디자이너라는 것이 뭔지 사람들에게 보여줘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 미국에서 한국으로 왔고, 한국에도 훌륭한 영화 미술이 있다는 걸 보여줄 거다. 저런 말을 들을 시간이 없다'라는 마인드로 자기최면을 걸듯 자신감을 주입했죠. '나는 나랑만 싸우자'고 생각했어요. 어떤 육두문자나 편협한 말들이 들려도 저 사람이 하는 말은 '그냥 외국어다'라고 생각하면서.(웃음) 좌절하려면 끝이 없지만 저는 당시 아는 사람도 없고, 물어볼 선배도 동료도 없었기에, 스스로를 사랑해주지 않으면 버틸 수 없었어요. 오로지 성장하는 데만 힘을 쏟았죠. 얼른 전문가가 되고 싶었거든요. (p197)&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당신은 무엇을 믿나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제게 하나의 기도문 같은 것이 있어요. 신학자인 라인홀트 니부어의 기도인데요. &quot;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과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와 그 둘의 차이를 아는 지혜를 주소서.&quot; 많은 이들이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꿔보려고 무진 애를 쓰고 끌탕을 치기도 하며 고통스러워하잖아요. 반면 용기만 있다면 바꿀 수 있는 것 또한 존재하는데 그 둘의 차이를 모르는 경우가 많죠. 예를 들어 나이가 들면 노화한다는 건 바꿀 수 없는 것이에요. 어릴 적 몸이 부서져라 돌파했던 날것 같은 본능과 야생성, 애가 닳을 듯한 집착이나 열정, 비판적인 사고, 반항정신 같은 건 조금씩 사그라들죠.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용기를 지니면 바꿀 수 있는 것들이 있어요. 나이가 들면서 바꿀 수 없는 것과 있는 것의 차이를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저는 늘 이 문장을 마음에 품고 나아가려 해요. (p203)&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 정보라&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최근 인권을 파이 나눠먹기나 땅따먹기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며, 저는 꽤나 절망하고 있는데요. 작가님은 어디서 희망을 찾으시나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런 식으로 보면 세상이 점점 좁아지죠. SF에 대해 수업할 때 늘 나오는 화두는 '인간성이란 뭉서인가', 그러니까 '인간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인데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 매번 도달하는 결론은, 인간성을 규정하기 시작하면 결국 차별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거예요. 이를테면 팔다리가 있어야만 인간이라고 하면 장애인은 인간이 아니게 되겠죠. 생각하는 존재가 인간이라고 하면 의식을 잃은 사람은 인간이 아니게 되는 것이고요. 인간은 문명을 만들기도 하고 파괴하기도 하며 서로를 살해하기도 하고 애도하기도 해요. 인간성이란 정의하기 힘들고, 정의ㅣ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결론에 도달하죠. 여성성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화장을 하는 것이 여성성이라면 바지를 입는 것도 여성성이다. 달리기를 잘하는 것도, 스케이트를 잘 타는 것도 여성성이다.' 어떤 식으로든 여성성을 한정지어 정의하면, 그 전형성에서 벗어난 여성들은 여성이 아니게 되는 건가요? 그런 건 아닐 테죠. (p215)&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수많은 죽음들을 겪어낸 우리에게 애도란 어떤 의미일까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애도는 굉장히 중요해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amp;lt;네안데르탈인의 비밀&amp;gt;을 보면, 동굴 안에서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의 중간 정도 시기의 유골을 발견해요. 그런데 그 유골을 보면 장례가 치러졌다는 걸 알 수 있죠. 뼈가 누운 상태로 고스란히 매장돼 있었고, 손에는 돌도끼를 쥐고 있었고, 뼈가 매장된 곳까지 벽에 길을 표시한 흔적이 있어요. 그 다큐멘터리에서 해설하는 바는, 죽은 이의 손에 돌도끼를 쥐여준 것은 저세상에 가서 또 이 물건을 쓰라는 의미이고, 그 사람을 사랑했던 사람들이 애도를 했다는 증거, 곧 문화가 발생했다는 증거라는 거예요. 즉 애도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태원 참사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걸 보면 세월호 참사 때랑 똑같아요. 보상금이 얼마고, 이젠 지겹다느니... 원시인도 했던 애도를, 현대인으로서 안 하고 있다는 건 자신이 인간임을 잊어버리고 있다는 거예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많은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어도, 달라지는 게 없다는 사실 또한 슬프죠.&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애도할 일 자체가 없어요 하는데, 그런 일을 자꾸 만들면서 애도하지 말라는 건 폭력이에요. 그리고 애도에도 차별이 있다는 게 참 속상한 일인데요. 이주 노동자는 산업재해 통계가 없대요. 그들이 얼마나 다치는지, 얼마나 죽는지 알 길이 없는 거죠. (p220~221)&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스스로가 강하다고 느낄 땐 언제인가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행진할 때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럼 약하다고 느낄 때는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데모한 다음 날이요.(웃음) (p228)&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 모니카&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렇다면 무엇이 용감한 것이라고 생각해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당장 시작하는 모든 것들. 사소한 예를 들자면, 저는 후방 주차만 잘하는데 어느 날 평행 주차할 수 있는 자리밖에 남지 않은 거예요. 평소라면 1분도 안 걸리는 주차를 10분에 걸쳐허 했어요. 막 식은땀을 흘리면서. 하하. 전 그런 작은 것들을 해내는 것도 용기라고 생각해요. 그런 사소한 게 모여 큰 용기를 낼 수 있게 해주거든요. 크게 보면, 저는 저를 싫어하는 사람들 앞에 서서 당당히 제 얘기를 할 수 있어요. 그러면 그 사람도 조금은 절 좋아해주더라고요? 여태까지 살면서 그런 것들에 용기가 있었다고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네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모니카는 용감하네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네, 저 용감해요. 겁은 많은데, 겁나도 울면서 하거든요. 막 무섭다고 소리지르면서 해요. (p236)&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당신이 생각하는 강함이란 무엇인가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쓰러져도 다시 일어나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강합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걸 의연하게 해내는 게 쉽지 않죠.&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의연한 척하는 거겠죠. 모두가. 그런데 이건 자기최면이에요.의연한 척을 계속하면 자기가 의연한 줄 알아요. 거기에 속으면 되는 거예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모니카는 강한가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네. 강하다고 해서 무서울 게 없는 건 아니거든요. 무서워서 눈물이 나도 의연한 척 그냥 걸어가면 돼요. 전 이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강한 거라고 생각해요. (p244)&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 씨엘&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작가 헬렌 걸리 브라운은 그런 말을 했어요. &quot;착한 여자는 천국에 가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로든 간다.&quot; 수많은 &quot;나쁜 기집애&quot;를 거느린 씨엘에게 나쁜 여자란?&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솔직하고, 자기가 누구인지 알고, 도전적이며,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자기만의 '규율'을 가진 여자들. 저는 용기 있는 여자들을 좋아해요. (p253)&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씨엘은 무엇이 두렵나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제가 용기를 가지고 임하는 모든 것. 두렵기 때문에 용기를 내는 것이니까요. 두려움과 용기는 공존하는 거예요. 사람들 앞에 서는 것부터, 모든 건 두려움에서 시작되죠. 이를테면 저는 사람들 앞에 서서 말하는 걸 꽤 두려워해요. (p260~261)&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 강지영&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강지영 아나운서는 불필요한 '쿠션어'를 사용하지 않고 정중하되 정확하게 언어를 사용한다는 인상을 줄곧 받았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젊은 여성이 어떤 이모티콘이나 '~' 기호, 일말의 애교도 없이 건조하게 얘기하면 '이 사람 나한테 화났나?'라고 생각하곤 하잖아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래서 전 그냥 일관성 있게 직언합니다. 신입 때부터 그랬어요. '그냥 원래 이런 애구나, 근데 알고 보면 나쁘지 않네?'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게 중요해요. 물론 계속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뭐 누구에게나 오해할 권리도 있는 거니까. (p278)&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 김민경&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스스로를 강하다고 생각하나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누군가와 함께 할 때는 강해요. &amp;lt;골때녀&amp;gt;에서 같은 팀인 (오)나미와 (김)승혜 같은 친구들이 멘탈이 무너질 때, 제가 잡아주는 역할을 하죠. 저는 스스로보다 주변을 보면서 살아가는 사람같아요.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도 '그래, 이들과 함께해야지. 이들과 함께하기 위해선 내가 강해져야지'라는 마음에서 비롯되거든요. 그게 20년 넘게 제가 일을 지속해온 힘인 것 같아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어떤 게 강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버티는 것. 저는 느리지만 끈기가 있어요. 지구력이 좋죠. 개그맨 공채에 계속 떨어질 때, 전유성 선배님이 &quot;너 이 일을 진짜 하고 싶니?&quot;라고 하시기에 그렇다고 했떠니 &quot;끄럼 끈을 놓지 말고 붙자고 있어&quot;라고 하시는 거예요. 저는 빛나는 재능도 재치도 없지만 그것만큼은 잘할 수 있겠다 싶었죠. '그래, 포기하지 않으면 되는 거야.' 그래서 정말 포기하지 않고 일이 없을 때도 열심히 아르바이트하면서 붙잡고 있었어요. 생계를 위해 마트 시식 코너 알바도 했고 통조림용 귤 까는 알바도 했고, 문제집을 만드는 알바도 했는데, 개그우먼의 꿈을 놓은 적이 없었죠. 8년간 그렇게 버텼어요. (p286~287)&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어떤 게 용기 있다고 생각해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자기 자신을 높이 사는 것. 그렇기에 도전을 망설이지 않는 것.&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김민경은 용감한가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저는 용감하지 못한 사람이었어요. 내성적이고 자존감도 낮고 소극적이고... 주변인들이 &quot;네가 어떻게 연예인이 됐지?&quot;라고 말할 정도로요. 안전한 걸 추구해서 늘 먹던 것만 먹고 익숙한 것만 했죠. 그런데 일을 하면서 바뀌었어요. &amp;lt;맛있는 녀석들&amp;gt;을 하면서 처음 보는 음식들을 먹게 됐는데, 세상에 너무나 맛있는 게 많은 거예요. 도전하지 않았더라면 이 맛을 모르고 평생을 살았겠죠. &amp;lt;운동뚱&amp;gt;을 하면서 마흔 살이 되도록 안 하던 수많은 운동을 해보고 재미를 알게 됐고요. &quot;너 이 운동 정말 잘하잖아&quot; 같은 긍정적인 얘기를 들으면서 자존감도 높아졌어요. 그리고 깨달았어요. 용감한 사람이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요. (p292)&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b&gt;- 최은영&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먼저, 최은영 작가의 글을 읽지 않은 이들에게 바로잡고 싶은 사실이 있어요. &amp;lt;내게 무해한 사람&amp;gt;이라는 제목을 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던데, 사실 단편 &amp;lt;고백&amp;gt;에서 '미주'가 '진희'를 '무해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건 무지에서 비롯된 오해였죠. 당신에게 무해하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제목을 보고 오해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지만, 제 책을 읽으신 분이라면 오해하지 않으실 거예요. 무해한 사람이라는 건 애초에 가능하지 않아요. 인간은 접촉하는 순간 서로를 어느 정도 훼손시키면서 상처를 주고받게 되죠. 그게 관계잖아요. 이 제목에서 제가 강조하고 싶던 건 '내게'라는 부분인데요, 누군가가 내게 해를 끼치는 게 하나도 없다고 느껴진다면 내가 그렇게 느낄 뿐, 그 사람은 나에게 맞추기 위해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중일 거예요. 그렇기에 내게 무해하다고 생각하는 건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무해하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지은 제목이었죠.&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최은영의 소설에 대한 또 다른 오해는, 당신의 글이 다정하지만은 않다는 거예요. 오히려 때론 비수같이 모든 걸 단절하죠. 당신이 생각하는 다정함이란 뭔가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다정도 강함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잖아요. 하지만 제가 봤던 다정한 사람들은 오히려 섬세하고 상처받기 쉬운 사람들이었어요. 자신이 그러하니, 역지사지로 다른 사람들 또한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들이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리고 당신의 인물들 사이엔 늘 일정 이상의 간격이 있죠.&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산다는 건 계속해서 누군가와 헤어지는 일 같아요. 저 역시 살아오면서 늘 이별을 겪었는데요. 원했든 원치 않았든, 그런 순간들은 늘 저를 힘들게 했어요. 관계가 끝난 후 그 관계에 대해서 되새겨보는 시간이 제게 글을 쓰게 하는 동력이었고요. 도시의 익명성과 숱한 이별 속에서 저는 과거 소도시에서 나고 자라 쭉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이 부럽기고 했어요. 한동네에서 살면서 빵집 가면 늘 아는 빵집 아저씨가 있고, 이발소 가면 늘 아는 이발소 아저씨가 있고, 생활의 공간에서 아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그런 삶이요. 하지만 현대사회는 완전히 익명의 사회잖아요. 공간조차도 일시적이어서 좋아하는 밥집이든 카페든 몇 년 가지 못하고 이사하거나 폐업하는 경우가 많죠. 현대사회의 일시성과 익명성은 쓸쓸하다는 생각에서 관계들을 그렇게 묘사해왔던 것 같아요. (p301~302)&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작가님은 소수자, 약자, 혹은 평범한 사람이더라도 그에게 있는 가장 약한 마음에 대해 말합니다. 그 이유를 알게 된 듯하네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제가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적응하지 못했던 까닭은 한국 사회 특유의 권위주의와 제가 어릴 적 느낀 군사주의적 시스템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군부독재의 잔재로 힘을 추앙하고, 서열을 만들고, 약한 자는 소외시키고.. 어릴 때라 머리로 개념화시키진 못했지만 피부로부터 느껴지는 억압이 있었어요. 그 고통을 지니고 자라난 어른으로서, 저는 누구에게나 소수자성이 있다고 느끼고 약자의 얼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소수자성이 있을 때, 다수자들이 갖지 못한 시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을 더 깊고 섬세하게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미국인들은 영어만 할 줄 알면 되잖아요. 하지만 영어가 모어가 아닌 사람들은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모어가 아닌 언어를 배워야 하고 그를 통해 여러 시각을 획득하죠. 스스로를 보호하고 생존하기 위해 더 많이 보고 더 많은 언어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거예요. 저는 그것이 제 문학의 지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더 깊게 보는 것. 그리고 다른 방식으로 보는 것. 소수자 입장에서 느끼고 생각하지 않는 방식으로는, 인간을 피상적으로밖에 그려낼 수 없다고 생각하고요. (p305)&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나아가 작가님은 '우리'를 피해자로만 인식하지 않아요. 때론 베트남전쟁의 가해자(&amp;lt;신짜오, 신짜오&amp;gt;)로, 제3세계 여성을 착취하는 자본가(&amp;lt;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amp;gt;)로 그리죠. 우리의 피해 사시로가 가해 사실을 역지사지하며 공감대를 형성해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저는 나르시시즘은 답이 없다고 생각해요. 나르시시스트들은 언제나 남 탓을 하고 조금도 성장하지 못하죠. 저는 작가들이 그런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는 소수자고, 나는 항상 옳고,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나는 항상 피해자에만 머물고 절대 가해자가 될 리 없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세상이 어떻게 그렇게만 돌아가겠어요? 내가 피해자라도 누군가에겐 언제든 가해자가 될 수 있어요. 그런데 나는 절대 가해자가 될 리 없다고 믿으면서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에게 너무나 무자비하게 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모든 건 상대적인 것이고 영원한 약자란 없는데도요. (p308)&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러나 최은영의 인물들은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앞으로 나아갑니다. 어디에서 희망을 보나요?&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게일 콜드웰이라는 작가가 이렇게 썼어요. &quot;희망이 내 주특기는 아니지만, 희망의 물리적 형태가 추진력이라면 나는 그걸 지녔다&quot;고요. 제게도 희망이라는 것은 없어요. 다만 추진력이 있습니다. 힘들고 괴로워도, 내일의 나를 위해 조금 더 나아가자. 제겐 어릴 때부터 나이지고 싶고 잘 살아보고 싶고 애를 써서 더 나은 미래로 가고 싶은 내적 동기가 늘 있었어요. 지금보다도 약했던 내가 어떻게든 여기까지 와줘서,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 나는 희망은 없었지만 추진력은 있었지. 이 노력에 대해 배신을 하지 말자. 그리고 계속 나아가자. 그게 제 힘이에요. (p311)&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description>
      <category>책 읽고</category>
      <category>여자가 사랑한 여자들 #이예지 #정서경#김윤아#전도연#김연경#이경미#심은경#전소연#긴은희#류성희#정보라#모니카#씨엘#강지영#김민경#최은영</category>
      <author>살아남자</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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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Sat, 7 Mar 2026 16:07:06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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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시, 이창동</title>
      <link>https://hunihani.tistory.com/145</link>
      <description>&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313&quot; data-origin-height=&quot;449&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c1lDZt/dJMcaaEhXEr/BM8NLMZWEoibYwlKcTUh6k/img.webp&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c1lDZt/dJMcaaEhXEr/BM8NLMZWEoibYwlKcTUh6k/img.webp&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c1lDZt/dJMcaaEhXEr/BM8NLMZWEoibYwlKcTUh6k/img.webp&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c1lDZt%2FdJMcaaEhXEr%2FBM8NLMZWEoibYwlKcTUh6k%2Fimg.webp&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313&quot; height=&quot;449&quot; data-origin-width=&quot;313&quot; data-origin-height=&quot;449&quot;/&gt;&lt;/span&gt;&lt;/figure&gt;
&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내 안의 사랑에 매몰되지 않고&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며&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넓어지는 것&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시가 추구해야 할 아름다움&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 어려운 것, 어렵다 반복되는 그 일, 을&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삶으로도 하나의 시를 써낸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description>
      <category>영화 보고</category>
      <author>살아남자</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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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Thu, 19 Feb 2026 15:33:04 +0900</pubDate>
    </item>
    <item>
      <title>2025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title>
      <link>https://hunihani.tistory.com/144</link>
      <description>&lt;p&gt;&lt;figure class=&quot;imageblock alignCenter&quot; data-ke-mobileStyle=&quot;widthOrigin&quot; data-origin-width=&quot;458&quot; data-origin-height=&quot;720&quot;&gt;&lt;span data-url=&quot;https://blog.kakaocdn.net/dn/cQ64M8/dJMcafesVy8/CVqjgB9UQqSQO6aBMNITgK/img.jpg&quot; data-phocus=&quot;https://blog.kakaocdn.net/dn/cQ64M8/dJMcafesVy8/CVqjgB9UQqSQO6aBMNITgK/img.jpg&quot;&gt;&lt;img src=&quot;https://blog.kakaocdn.net/dn/cQ64M8/dJMcafesVy8/CVqjgB9UQqSQO6aBMNITgK/img.jpg&quot; srcset=&quot;https://img1.daumcdn.net/thumb/R1280x0/?scode=mtistory2&amp;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cQ64M8%2FdJMcafesVy8%2FCVqjgB9UQqSQO6aBMNITgK%2Fimg.jpg&quot; onerror=&quot;this.onerror=null; this.src='//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 this.srcset='//t1.daumcdn.net/tistory_admin/static/images/no-image-v1.png';&quot; loading=&quot;lazy&quot; width=&quot;458&quot; height=&quot;720&quot; data-origin-width=&quot;458&quot; data-origin-height=&quot;720&quot;/&gt;&lt;/span&gt;&lt;/figure&gt;
&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amp;nbsp; &amp;nbsp; &amp;nbsp;목차&lt;/p&gt;
&lt;ul style=&quot;list-style-type: disc; background-color: #ffffff; color: #000000; text-align: start;&quot; data-ke-list-type=&quot;disc&quot;&gt;
&lt;li style=&quot;color: #595959;&quot;&gt;최은미 김춘영&lt;br /&gt;작가노트 | 박정윤&lt;br /&gt;리뷰 | 최윤 인간이 드러나는 기이한 통로들&lt;br /&gt;&lt;br /&gt;강화길 거푸집의 형태&lt;br /&gt;작가노트 | 숙면의 시간&lt;br /&gt;리뷰 | 강지희 고통과 허기로 조형한 거푸집의 빛&lt;br /&gt;&lt;br /&gt;김인숙 스페이스 섹스올로지&lt;br /&gt;작가노트 | 공간과 우주&lt;br /&gt;리뷰 | 구효서 망측罔測-헤아릴 수 없음&lt;br /&gt;&lt;br /&gt;김혜진 빈티지 엽서&lt;br /&gt;작가노트 | 삶을 탐구하는 작업&lt;br /&gt;리뷰 | 조경란 해석과 설명&lt;br /&gt;&lt;br /&gt;배수아 눈먼 탐정&lt;br /&gt;작가노트 | 엠마오로 가는 길&lt;br /&gt;리뷰 | 김미정 홀연 반짝이는 순간, 에 대한 메모&lt;br /&gt;&lt;br /&gt;최진영 돌아오는 밤&lt;br /&gt;작가노트 | 그리고 다시 시작해&lt;br /&gt;리뷰 | 김화영 주어主語의 귀환을 위한 모험&lt;br /&gt;&lt;br /&gt;황정은 문제없는, 하루&lt;br /&gt;작가노트 | 후기後記&lt;br /&gt;리뷰 | 소영현 부정적인 것과 함께 살아가기&lt;/li&gt;
&lt;/ul&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김춘영, 최은미&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quot;아무래도 멧돼지였던 것 같습니다.&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제설 얘기를 하던 중에 안경을 쓴 군인이 말했다. 그들은 도롱이 연못 터에서 무언가를 보았다고 했다. 눈이 오고 있어 잘 보이진 않았지만 뭔가 살아 있는 것이 움직였던 것 같다고 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quot;멧돼지보단 노루나 고라니 쪽 같기도 했습니다.&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번엔 키가 큰 군인이 말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얘기를 듣던 남자가 한숨을 쉬듯 웃더니 군인들을 향해 말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quot;이 장병들 큰일나겠네.&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quot;......&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quot;정체가 뭔지 확인을 안 했단 말입니까?&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때까지도 나는 김춘영이 나와 같은 전기장판 위에 앉아서 숨을 돌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소맷자락이나 휴짓조각으로 좌탁을 문지르고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몰랐다. 여자는 피곤한지 벽에 기대 눈을 감고 있었다. 온풍기가 회전하면서 되쏘는 빛이 통창에서 이쪽으로 계속 건너오고 있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quot;군인한테 제일 중요한 게 뭡니까?&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남자가 자세를 고쳐 앉으며 물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quot;말해보세요. 군인한테 첫번째가 뭡니까?&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남자가 재차 묻자 군인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quot;피아 식별을 못하면 군인은 끝인 겁니다.&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quot;......&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quot;군인한텐 첫째도 둘째도 이거예요. 피. 아. 식. 별.&quo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김춘영이 내 팔을 잡은 건 그때였을 것이다. 통창에 비친 김춘영의 모습을 보게 된 것도 그때였을 것이다. 사람들은 남자가 던진 피아 식별의 그물에 순간적으로 갇힌 채 통창에 반사된 서로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나는 김춘영을 급히 부축해 가장 가까이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동료가 아니면 적밖에 없는 잎 하나 없는 앙상한 나무처럼 단출한 세계관.&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그런 세계에 신록의 푸르름이 있을 리 없고, 같은 잣대로 사람을 발가벗긴 채 길바닥으로 내동댕이 치며 이렇게 고함 지르겠지.&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네 정체가 뭐야! 적이야 동료야! 간자야 아니야! 너이씨, 빨갱이지?&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모두가 모두에게 너도 한 순간에 그 꼴이 될 수 있다며 눈을 부라리던 시대가 얼마 지나지 않았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아니 간신히 흘러가고는 있지만 여전히 그런 앙상한 세계가 너무 좋다는 사람들이 40퍼센트쯤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곤란하다. 곤란하지만 일단은 화이부동(和而不同).&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이야기는 여기까지인 거 같다. 다르지만 어떻게 화평하게 같이 할 것인지는 각자가 고민할 몫.&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나는 고 홍세화 선생님이 일러준 말씀, 앵톨레랑스에 대한 단호한 앵톨레랑스, 가 그나마 가장 좋은 방법 같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사람 같지 않은 것들은 사람 취급하지 않는 게 좋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거푸집의 형태, 강화길&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재밌다. 재밌는데, 좀 섬뜩한 부분이 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작가 노트를 읽으니, 아으음... 하게 됐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아무튼 인간이라는 게 일단은 그따위라는 데 동의하는 편이라, 나라고 안 그런가 돌아본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그러니... 어, 안 그런데,한다. ;;;&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하지만 거푸집은 맞는 거 같다. 나는 내 엄마와 많이 닮았다. 이런저런 정보들을 긁어모으며 혼자 어렴풋하게 그렇겠지,&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생각하고 살다 매일 대화를 나눠보니 실제가 그렇다. 그래서 가족이란... 참 끊이지 않는 문학의 소재가 맞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lt;b&gt;&lt;/b&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스페이스 섹스올로지, 김인숙&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오래된, 오래된 무늬라고 하면 이상할까? 하지만 그런 무늬를 가진 나무 탁자가 생각났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휑그러니 별 거 없는 공간에 그 탁자 하나가 덩그러니 있다. 근데... 그 탁자가 가진 무늬가... 슬프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슬픈데 슬프기만 한 것도 아니라, 그렇다가 안 슬픈 것도 아니라, 애달프다 느낀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사는 게 그런 거지, 싶다가 또 사는 게 그런 건 아닌 거 같은데, 싶으면서 사는 거고, 아닌가 하면서도 사는 거고...&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quot;애초에 죽을 마음은 없었의까. 죽고 싶기는 하지만 정말 죽을 생각인 건 아니니까. 죽을까라고 생각한 후에는 항상 살까라고 생각&amp;nbsp; &amp;nbsp; 했으니까.&quot; (p143~144)&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빈티지 엽서, 김혜진&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눈먼 탐정, 배수아&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quot;또한 불행한 사건이나 죽음은 반드시 살인사건이 아니라도 일어나며, 신기하게도 악의나 부주의와는 무관해 보이는 원인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는 느낌을 그는 받았다고 했다. 즉 갑작스러운 혹은 갑작스러워 보이는 불행은, 다른 종류의 불행도 예외는 아니겠지만, 사실상 매일매일 우리 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흰 두부처럼 잘린 그것을 임의로 한 조각씩 나누어 가질 뿐이다. 그것을 삶이라고 부른다.&quot; (p198)&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그래서 삶은 두부를 먹는다. 오늘은 두부다. 저녁 확정!&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돌아오는 밤, 최진영&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quot;숱한 시도 끝에 한 회사에서 면접까지 통과했다. 일 년 계약직이었고 십 개월 연장 계약이 가능하다는 조건이었따. 일 년이라도 일을 배우고 싶었다. 그런데 사수가 나를 싫어했다. 어차파 나갈 사람, 그렇게 말하면서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동료들에게는 신입이 할 줄 아는 게 없어 자기 일만 쌓인다고 불평했다. 어차피 나갈 사람을 덜컥 뽑은 회사도 문제고 일 년짜리 계약직이나마 하겠다는 생각 없는 신입도 문제여서 결국 자기만 죽어난다고 불만이 많았던 그는 무기 계약직이었다. 그는 정규직과 자기의 처우 차이는 어쩔 수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나와 자기의 처우에 별 차이가 없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했다. 그에게 나는 어떻게든 회사에 불붙어서 월급을 타먹으려고 발버둥치는 거지같은 존재였다. 너는 그래서 문제야. 너는 그래서 안 돼.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그 말을 매일 들었고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아, 이 사람은 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구나. 그래서 나를 싫어하는구나. 나를 보면 뭔가 달라진 것만 같으니까. 일 년 십 개월을 버텼다. 회사에서는 울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경력을 만들었다. 그 경력이 이직에 도움이 되었다. 두번째 직장의 사수는 종종 물었다. 이전 회사에서 도대체 뭘 배운 거야? 사람이 사람을 얼마나 배척하고 싫어할 수 있는지를 배웠다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런 말은 하지 않는 편이 좋다는 것 또한 배웠기 때문이었다. 두번째 직장에서는 이 년을 버텼다. 조금씩 레벨 업된다고 느꼈다. 그리고 지금 회사로 이직했다. 여전히 레벨 업중이다. 오직 이향기만이 내가 어떻게 버텨왔는지 안다. 시시콜콜 아는 건 아니지만, 힘든 시절 나를 뒤덮고 있던 경멸과 혐오의 분위기를 안다. 울면서 전화하면 향기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고 내가 들은 말을 다시 내 입으로 내뱉기도 싫었다. 그랬다가는 입이 썩을 것만 같았다. 나는 그저 소리 내어 울었고 향기는 들었다. 한번은 전화를 끊은 뒤 향기가 피자 기프티콘을 보내준 적이 있었다. 나는 마음이 잔뜩 꼬인 채로 기프티콘을 거절하고 답장을 썼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왜? 내가 불쌍해?&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집에 가서 뭐라도 먹으라고.&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이런 상황에 뭘 먹어? 내가 돼지야?&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향기가 건넨 꽃을 나는 뱀으로 받았다. ...&quot; (p 248~250)&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이야기가 그렇게 튈 줄은... 예상 못했다. 예상하지 못한만큼 그 흉측한 녹슨 대검 같은 게 푹! 하고 사람을 찔러온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되게 읽기 싫을 정도로 싫은데, 12.3이 워낙 잣같은 이야기라 그날의 더러운 기분까지 같이 소환되어 온다. 어우 싫어...&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 작가님, 나쁜 짓이나 범죄자 하셔도 꽤 잘하실 듯 ;;;;&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문제없는 하루, 황정은&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quot;나중에 영인은 그 순간을 여러 번 곱씹었다. 영인은 이미 넘어갔다고 생각했고 인범은 넘어가지 못한, 바로 그 순간을. 인범은 좀전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믿었고 영인은 그걸 끝내고 다른 화제로 넘어갔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몇 마디 말을 더 주고받다가 동시에 그걸 깨닫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인범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영인은 씁쓸하게 웃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요즘, 하고 말한 뒤 인범은 큼, 목을 가다듬었다. 말을 꺼내는 게 버거운 것처럼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쉰 뒤 영인을 바라보았다. 침묵이 이어지는 동안 영인은 놀라 눈을 깜빡이며 인범이 말을 잇기를 기다렸다. 인범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가 그대로 말랐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요즘 사람들과 말을 나누는 것이 어렵다고 인범은 말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나한테 정말 중요한 일들이 있어. 내가 생각하기엔 사람들에게도 정말 중요한 일들이거든. 그래서 나는 자꾸 그걸 말하는데, 말하면 시답잖은 일이 돼.&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시답잖아져, 말하면서.&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말하면, 내가 그걸 말하면, 사람들은 그 진부하고 지루한 이야기를 왜 여태 하느냐는 얼굴로 나를 봐. 아니면 지금 이 자리에 그 이야기가 왜 나와야 하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곤란하고 안쓰럽다는 것처럼 얼굴을 찡그리면서 나를 봐. 그러면 나는 사람들이 그 일을 얼마나 신경쓰지 않는지를 알게 돼. 그게 그 사람들에겐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돼. 내게 너무, 너무 중요한 그 일들이, 사람들한텐 중요하지 않아.&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걸 보게 돼.&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그게 어떻게 나를 죽이고 있는지, 언니는 몰라.&quot; (p292~293)&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quot;...&amp;nbsp; 영인은 그의 분노를 이해했다. 그리고 방금 지난간 찰나를 이해했다. 그 짧은 순간에 몇 번이고 이어지는 충돌을 영인은 보았고 사고로 뒤죽박죽된 몸들을 보았다. 먼저 영인, 그다음 인범과 노인, 다가오는 운전자, 그다음 사람을, 그 연쇄를. 그들 모두가 찰나에 그 가능에서 다른 가능으로, 그 순간이 아닌 다른 순간으로 넘어왔다는 걸 영인은 이해했다. 하지만 다음엔 어떨까.&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내가 울고 있나.&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영인은 생각했다. 내가 믿고 있나. 지금 지나간 사람과 이다음에 오는 사람을 내가 믿고 있나. 그가 멈출 거라고, 속도를 줄일 거라고 나는 믿고 있나. 영인은 그렇다고 답하기가 어려웠고 그래서 이만큼 두려운 거라고 생각했다. 인범은 노인의 얼굴을 차분하게 들여다보며 무언가를 마랗고 있었고 노인은 운전석 바깥으로 두 발을 내놓은 채 인범을 바라보고 있었다. 노인의 손을 잡은 인범의 손에도 피가 묻었다.&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영인은 풀뚝으로 얼굴을 문지르고 인범의 차 가까이로 다가갔다. 어쩔 수가 없었다. 어쩔 수가. 이런 마음으로 무언가를 일으키거나, 일으키지 않을 수 있을까. 영인은 운전석 문을 열고 팔을 뻗어 경적을 울렸따. 사람, 있어, 사람, 인범이 이쪽을 흘긋 돌아보았다.&quot; (p314~315)&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 참 어려운 문제다. 누구나 마주 설 문제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제 없이 무식하고 넘어가는 문제. 그래서 더 문제인 문제. 이 문제 앞에서는 그야말로 전 인류가 타인이라는 거울 앞에서 선 짐승들이다. 그래서 또 문제다. 모두 그러하므로 문제이지만 모두 그러하기에 그 문제를 문제삼아 물고늘어지기가 너무 어렵다. 그 모두에 늘, 나무 자주 포섭되지 안기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는, 그래서 문제다. 문제.&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
&lt;p data-ke-size=&quot;size16&quot;&gt;&amp;nbsp;&lt;/p&gt;</description>
      <category>책 읽고</category>
      <author>살아남자</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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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Sat, 14 Feb 2026 14:42:36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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