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고

2022 제45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살아남자 2022. 5. 30. 19:29

 

 

  백수린의 '아주 환한 날들'을 가장 좋게 읽고 필사를 했다. 손글씨는 아니지만 워드로 옮겨 적으며 따뜻함, 헛헛함, 쓸쓸함, 서글픔, 얼마간의 즐거움과 '기어코 사랑에 빠지'고 마는 사람들을 느끼고 또 생각해볼 수 있었다. 징글징글하지만 어쩌겠는가. 인간이 그렇게 생겨먹었다는데.

 

  서이제의 '벽과 선을 넘는 플로우'도 재밌게 읽었다. '벽 너머 들리는 소리는 오직 트랩뿐이라, 나는 그에게 트랩만 하지 말고 붐뱁도 잘하는 사람 되자고 말하고 싶'은 화자의 마음에 격하게 공감하는 데서 오는 재미. 지나가버린, 하지만 채 흘러가지 못한 기억의 끝을 붙잡고 하는 말들도 즐겁고 따뜻했다.

  단, 짜파게티가 땡기지는 않았다. 그렇게 작가가 쓰기도 했지만.ㅎ

  그리고 아무튼 농심에서 나온 짜파게티보다 조리법 대로만 하면 삼양에서 나온 짜짜로니가 더 맛있다. 그리고 오뚜기에서 너구리를 매칭해 만든 오동통을 짜짜로니에 합치면, 짜파구리보다 더 윤기있고 맛깔나게 매운 짜짜동통을 맛볼 수 있다. 이걸 모르고서야... 쯧... 작가님 사진 속 볼이 핼쑥하시던데, 다 이유가 있는 거 같다. 먹어 봤어야지 ;;;

 

  염승숙의 '믿음의 도약'과 이장욱의 '잠수종과 독'도 흥미롭게 읽었다. 믿음의 도약은 다른 작품집에서 읽은 터라 구면이었지만 그냥 다시 읽었다. 여전히 재밌었다. 잠수종과 독은 음... 필사를 할까 싶기도 했는데,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다. 읽는 것만으로 충분히 즐거웠으니까.

 

  그리고 수상작이지만 뒤늦게 언급하는 손보미 작가의 '불장난'. 이걸 왜 마짐막에 언급하냐 하면... 아쉽지만 나는 지금까지 손보미 작가의 작품 몇 편을 읽으며 대체로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고 이번 불장난을 읽으면서도 그랬기 때문이다. 중편 정도의 길이로 느껴졌고, 분명 뭔가 날카로운 게 느껴지는 글이기는 했다. 근데 나라는 인간의 특성이 손보미 작가가 벼려둔 그 날에는 좀체 베이지 않는 거 같다. 어쩌겠나, 내가 이렇게 생겨먹은 걸. 역시 나랑은 잘 안 맞는군, 하며 작가의 자선작인 '임시 교사'는 그냥 읽지 않았다. ;;;

  살다보면 안 되는 것도 있고 그러면 그냥 그렇게 넘어가는 것도 있는 거지... 뭐를 맨날 극복하고 바꾸고 이기고 그러나... 그러므로 그래서 그러하니 뭐... ;;;

 

  나머지 강화길의 '복도'는 뭔가 쓰다 만 것 같은 느낌을, 최은미의 '고별'은 좀 질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둘 다 재미 없다는 건 아니다. 재밌게 다 읽었으나 그 끝에 남은 여운의 색이 그렇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아무튼 느낌도 생각도 모두 다 내 개인적인 것일 뿐, 이 개인적 감상이 얼마나 진실에 가까울지는 각자 개인들이 이 작품들을 읽고 가지는 느낌과 생각과 비교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