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상 수상작
사과와 링고 | 이희주
수상작가 자선작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까
우수작품상 수상작
너는 별을 보자며 | 김경욱
삽 | 김남숙
빈티지 엽서 | 김혜진
옮겨붙은 소망 | 이미상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 | 함윤이
기수상작가 자선작
자연의 이치 | 손보미
사과와 링고, 이희주
문장을 읽으면 이야기만이 아니라 그 이야기를 적은 사람이 보일 때가 있다.
며칠 동안 이희주 작가의 단편 세 개를 연달아 읽으며, 그 문장들에서
이 작가가 짓은 이야기만이 아니라 작가 직접 만나고 또는 느끼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작가님은 솔직한 사람, 쾌활한 사람, 정직한 사람, 그리고 그 모든 게
바로 드러나지 않도록 투명과 반투명을 자연스럽게 오가는 파충류의 눈꺼플 같은
얇고 반질반질한 보호막 한꺼플로 자신을 감싸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상상했다.
아니면 말고. ;;;
어떻든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또 어떻게든 잃지 않으려는 치열한 균형감을 느낄 수 있었고
결국엔 그걸 부셔뜨림으로써 이야기를 완성해나가는 전복의 쾌감? 이란 걸 느꼈다.
아이돌을 사랑하는 보통의 사람의 이야기도 좋은데,
아이돌을 사랑하시는 만큼 아이돌이 화자인 이야기도 하나 써주셨으면 좋겠다.
어려서부터 끊임없는 경쟁으로 갈아만든 아이돌의 서늘한 얼굴
사랑만, 너희들의 사랑이면 충분하다는 진정성 가득한 얼굴
그럼에도 아티스트로서 갈구하고 증명하고 싶은 결핍의 얼굴 등
쓰고자 한다면 진짜 이만한 얼굴이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너는 별을 보자며, 김경욱
천년여왕의 아내가 최애를 만나러 가는 걸 따라가 질투에 영혼을 활활 태우는 상상을 미래의 기억으로 하고 아내와의 과거를 상상하며, 아름다운 건 멀찍이 두고 바라봐야 한다는 걸 목성을 보며 알게되는 별자리 이야기?
아니면 말고 ;;;
단편도 단편이지만 얼마 전에 낸, 작가 생활 30여년이 넘어 처음 낸 산문집 ' 저에게 재능이 있나요?' 리뷰를 적어야 할 텐데...
책만 읽고... ;;;
삽, 김남숙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본다. 그래서 주로 가만히 있는다.
굳이 삽을 들고다닐 일도 없게.
빈티지 엽서, 김혜진
오래도록 그들 부부는 자전거 타이어에 공기를 주입할 수 있는 호스를 가게 바깥에 내놓았다. 누구든 무료로 사용하라는 의미였다. 선의였고 친절이었고 잠재적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의 일종이었던 이 행위를 모두가 고맙게 여긴 건 아니었다.
한번은 동호회 회원들로 보이는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자전거 타이어에 바람을 넣고는 가게 앞을 가로막은 채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5분을 기다리고 10분을 더 지켜본 다음 그녀가 가게 밖으로 나가 점잖게 눈치를 주었을 때 그들은 퉁명스럽게 대꾸했고, 저희들끼리 무슨 말인가를 주고받다가 기분 나쁜 얼굴로 자전거를 몰고 사라졌다. 누군가 스치듯 했던 달, 생색이라거나 유세라거나 하는 말은 오래도록 그녀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비슷한 옷차림의 사람들을 마주할 때마다 되살아났으며, 그녀가 누군가에게 베풀었을지도 모르는 선의와 친절을 차단해버렸다. (p226~227)
... 그럼에도 그녀는 그 여자의 과거를, 미래를, 인생을 현재의 그 변변치 않은 형편 안에 가둬두진 않았다. 자신이 그런 것처럼, 그 여자에게도 환한 시간들이 있었고, 또 있을 지도 모른다고 믿었다. 그건 그녀가 타인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는 방식 중 하나였다. (p235~236)
어떻게 지금에 이르렀나 돌아보면, 부족하다거나 초라하다거나 보잘것없다거나, 충분하다거나 만족스럽거나 대단하다거나, 그 사이 어딘가를 끊임없이 왔다갔다하는 탁구공 같은 마음, 을 라켓처럼 치는 빈티지 엽서.
옮겨붙은 소망, 이미상
키가 163 ± 5센티미터이고 마르지 않은 몸으로 힘도 세고 야무졌으면 하는 내 식성의 여자들의 목에 예쁜 목걸이를 휘감아주고, 오동통한 몸에 예쁜 옷을 입혀주고, 즐겁게 사랑하다 행복하게 더부 살아가는 꿈을 꾸다가 깨닫는다. 취향의 다름이란 결국 각자를 결국 다른 세상에 데려다 놓는구나.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 함윤이
근본주의는 근본적으로 해악이다. 어쩔 수가 없다.
자연의 이치, 손보미
김애란을 읽으면 넓어지며 확연해진다. 김보미를 읽으면 좁혀지며 명확해진다.
뭔지도 모르고 있어보일까 싶어 적은 말이긴 하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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